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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7] 전북대 교수의 갑질과 막말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09.18 08:42
  • 수정 2019.09.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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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전북대에 따르면 지난 9일 대학 익명 커뮤니티에 교수가 강의 시간에 "가끔 유흥주점에 가는데 화류계에 여학생들도 많다. 술을 줄 수 없어 콜라를 준다.", "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과거에 얽매이면 안 왼다. 나는 일본 옷을 몽땅 샀다.", "교회를 왜 나가는지 모르겠다. 그게 다 까자인데 진짜로 믿는 게 한심하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논란이 학과는 이 수업을 폐강하고 교수도 사과문을 올리고 잘못을 인정했다.

전북대학교 전경, 사진제공: 전북대학교
전북대학교 전경, 사진제공: 전북대학교

자신이 운영하는 개인 무용단 공연에 제자들을 강제로 출연시키고 학생들의 장학금을 무용단 의상비로 사용하는 등 갑질을 일삼은 전북대 무용학과 교수가 감시 및 강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검찰에 따르면 2017년 6월과 10월 무용과 학생 19명을 자신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무용단 공연에 강제로 출연시킨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미 지난 해 교육부 감사에서 이 같은 출연강요가 문제되자 학생들에게 ‘자발적’이었다는 사실확인서 작성을 강요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제자들을 무용단 의무 가입과 공연에 강제로 출연시키고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2016년과 지난해 4월 무용단 의상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신청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되돌려 받아 2,000만원을 가로챘다고 한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투명인간 취급을 받거나 학점을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이 두려워 A교수의 부당한 지시에 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학생들은 “반기를 든 학생들에게 0점을 주겠다고 말해 무서웠다”고 진술했고 실제 일부 학생은 무용단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기에서 ‘0’점을 받았다. A교수는 2015년에도 학생에게 욕설을 하는 등 갑질로 해임됐으나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이듬해 복직한 바 있다.

전북대 무용과 교수 갑질 보도화면: 사진갈무리: MBC 뉴스 데스크
전북대 무용과 교수 갑질 보도화면: 사진갈무리: MBC 뉴스 데스크

어느 특정한 과를 지칭하거나 하나의 경우를 일반화 시키는 거 같아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필자의 지금까지 경험과 방송뉴스로만 소식을 접하고 종합해서 추측해 몇자 적어보겠다.

잊을만하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교수의 갑질과 횡포 중에서도 유독 예체능 계열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 건 예체능의 태생적인 특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겠다. ‘개성’과 ‘창의’를 강조하면서 그들을 모아 ‘단체’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 유난히 사람 관리가 어렵고 사람 사이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무용, 오페라, 오케스트라, 운동 등의 합주, 단체연습시간은 전공과도 밀접한 필수며 남에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행사나 시합에 이겨야 하는 예체능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와 성취도에 근접할 때까지 무제한의 연습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완벽주의와 높은 예술성의 추구라고 해두자. 그런데 이게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가르치는 교수의 눈높이와 입맛에 맞아야 하고 개개인별로 느끼는 차이가 두드러진다. 또한 단체 활동 안에서는 실력의 차가 존재하는바, 누군가는 희생과 헌신을 해야 되고 또 누군가는 다른 누구를 보며 괜히 스트레스 받고 열등감에 빠질 수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완성도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발전 경우라고 치부해 두더라도 지각, 준비와 연습 부족, 태만과 나태, 선배의 가로챔과 이간질, 얄미운 머리 굴리기로서 자기 잇속 챙기기 등 이런 조직 안에서의 여러 인간 군상들이 모여서 하나의 목표를 이루어야 되기 때문에 생기는 갈등은 가지각색이다. 그래서 그 안에 불만이 쌓이고 건전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해결을 하지 않고 그때그때 땜질식의 봉합만 이루어진다면 언제가 폭발할 것이요 불똥이 사방으로 튄다. 그걸 어느 강력한 독재자가 찍어 눌러 진행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그런 시대와 사회가 아니다. 그러다가 큰일 난다. 이제 점점 단체생활을 하기가 힘들어지고 영원한 약자와 영원한 강자도 없다. 서로 물고 물린다.

갑질 교수 규탄하는 전북대 무용학과 학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사진출처: 연합뉴스, https://news.v.daum.net/v/20190619114942757?d=y
갑질 교수 규탄하는 전북대 무용학과 학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사진출처: 연합뉴스, https://news.v.daum.net/v/20190619114942757?d=y

무용단 강제 출연과 출연료 미지급..... 교수의 개인 무용단이라 할 수 있지만 학교 기업이거나 산학협력단 소속 일 수도 있고 학교의 행사에 동원 될 목적으로 만들었을 거라는 추측도 해본다. 교수가 무용단을 운영하는 목적이 ‘영리’며 그걸 통해 부당하게 개인이 착복했다면 문제가 되지만 산학활동을 통한 장학금, 지원금, 후원금 등의 획득이 목적이며 행사를 나가도 그런 사정에 동원되었을 수 있다. 즉 교수가 ‘악의 최종보스’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정이다.

그런데 그게 또 학생은 사정이 다르다. 학생은 어디까지나 시험치고 들어와 등록금 내고 학교에 공부하러 온 사람이자 학교의 주체이지 그런 학교 사정에 자신들을 끼워 맞출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학업 외 활동에 비 자발적으로 동원된 건 부당하고 어느 정도 거기에 상응하게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즉 학생들과 교수의 서로 간의 말못할 사정과 입장차가 존재 할 수도 있다. 교수는 학생들을 무용단 공연 연습에 참여 시켜 현장실습 실적을 올리고 취업에 유리하게끔 기회를 주려고 했을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취업률과 학교 실적, 수익사업에 목 매달아야하는 교수사정이다. 학생 일부가 출연료를 요구하면 "우리가 예술인이지, 노동자냐" "왜 이렇게 돈을 밝히냐"며 면박을 줬다고 하는데 서로 아전인수 일 수 있고 동상이몽이며 오월동주다. 지금 학교를 다니고 전공을 한다고 해서 이 길을 계속 걸어갈 사람도 아니니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한다. 그게 누구든. 강제, 강매로 할 시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탈이 안 날 수 없고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똑같거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도가 결코 높다고 할 수도 없는 게 요즘 세태다.

사진갈무리: 티브로드 지역채널 뉴스, http://ch1.tbroad.com/content/view?parent_no=24&content_no=64&p_no=83222
사진갈무리: 티브로드 지역채널 뉴스, http://ch1.tbroad.com/content/view?parent_no=24&content_no=64&p_no=83222

교수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예전에 자신이 학교 다니고 배웠을 때 선생님, 선배들에게 배운 그런 구태를 답습했을 수도 있고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행악을 저질렀을 수 있다. 학생들과의 소통의 부재와 직권을 이용한 과거 권위주의 식의 발언과 행동을 태연히 저지르고 그 정도는 허용이 될 거라고 스스로 세운 도덕적 기준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대학, 아니 사회에서 현 기성세대들의 잣대와 행동으론 자칫하다간 뭇매를 맞을 수 있게 변화가 심하고 빠르다. 어제 괜찮았던 게 오늘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사와 매스컴은 ‘교수’가 위고 ‘학생’은 아래라는 프레임을 덮어놓고 자극적인 기사를 쓰고 여론을 선동하겠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고 교수가 학생 눈치 보는 세상이다. 특히 대학교수라는 사람들은 엄정한 도덕적 잣대와 사회적 기대치에 맞게 ‘대인춘풍 지기추상’의 자세로 살얼음판 걷듯이 행동해야 하는데 아직도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도 많이 있긴 하다. 그래서 이젠 어느 한쪽이 약자라는 가정 아닌 가정과 선입견으로 현상을 보면 안 된다. 어제의 을이 오늘의 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학교라는 특성상 표적수사일수도 있고 학생들을 선동한 다른 무리들이 있을 수도 있다. 무용, 뮤지컬단, 공연단 등의 여러 ‘행사 불려 다니기’와 ‘장학금 꺾기’도 공연예술계에서는 빈번한 일이라 무용단 운용과 학교수익창출을 위한 흑막 하에 묵인된 일이라면 교수가 도리어 학교에 의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학생의 집단행동 선동 및 조장, 언론의 무차별적인 보도는 대개 뒤에서 조정한 무리가 있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 일엔 관심 없고 자기들한테 직접적인 불이익과 손해만 오지 않는다면 나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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