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 발전, 말 관리부터 시작···각자 위치에서 프로의식 가져야’
‘한국경마 발전, 말 관리부터 시작···각자 위치에서 프로의식 가져야’
  • 황인성 기자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 승인 2019.09.17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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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산경남마주협회 이원태 마주 인터뷰

[미디어피아] 황인성 기자= 2005년 문을 연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남 경마공원)은 햇수로만 15년째를 맞았다. 부경 경마공원 개장과 함께 부산경남 마주로 활동한 이들은 모든 게 낯설던 초보 마주에서 어느덧 많은 경마 지식과 노하우를 지닌 원로 마주 또는 베테랑 마주들로 거듭났다. 그러한 마주들 가운데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이원태 마주가 특히 주목 띈다. 말 혈통 공부에도 열심인 그는 진정 말을 사랑하는 애마인의 향기 또한 느껴진다.

15년의 역사를 거친 부산경남 경마는 서울보다 늦은 개장에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한국경마를 선도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일련의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위기감도 고조됐으며, 올해 8월에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말 관리사들이 개별 고용에서 조교사 협회의 집단 고용체제로 변화되는 등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 이제는 한국경마의 대표적인 원로마주로서 지혜를 나눠 줄 위치에 있는 이원태 마주를 만났다.

-2005년부터 15년간 마주로 활동하고 있다. 마주 세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평소에 동물을 참 좋아해서 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대해 주변에서 마주가 돼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권고들을 많이 했고, 부산에 경마공원이 들어선다고 해서 마주가 됐다.

-말 혈통 공부를 많이 한 마주로 알려져 있다. 특별히 혈통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마주가 된 후 말 혈통 공부를 해봤는데 정말 재미가 있었다. 사람도 보통 결혼을 앞두고 궁합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말 혈통과 참 유사한 점이 많아 보였다. 좋은 가문에서만 훌륭한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 궁합과 말 혈통 분석이 통계적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점에 초점을 맞춰 공부하다보니 재미가 배가 되더라. 말 혈통 공부는 순수하게 재미로 한 것이지. 전문가가 되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

-보유한 경주마 가운데

이원태 마주의 애마인 '아임유어파더'는 부산광역시장배와 경남도민일보배에서 우승한 경주마로 명마 '티즈나우'의 자마이기도 하다. 여러 차례에 걸친 폐출혈 판정으로 인해 현역을 은퇴하고 씨수말로 새롭게 데뷔했다(사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이원태 마주의 애마인 '아임유어파더'는 부산광역시장배와 경남도민일보배에서 우승한 경주마로 명마 '티즈나우'의 자마이기도 하다. 여러 차례에 걸친 폐출혈 판정으로 인해 현역을 은퇴하고 씨수말로 새롭게 데뷔했다(사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아임유어파더’가 눈에 띈다. ‘아임유어파더’는 2000년 2001년 미국 브리더스컵에서 출전해 2번이나 우승한 명마의 자마인데 혈통 공부가 도움이 됐나.

물론이다. 혈통 공부가 ‘아임유어파더’ 구입에 큰 도움이 됐다. 부마인 ‘티즈나우’는 정말 대단한 혈통의 말이고 자마인 ‘아임유어파더’도 혈통적으로 훌륭한 말이다. 추천을 받아서 산 말이 아니고 내가 스스로 혈통을 골랐고, 경마대회까지 출전시켜 좋은 성적을 냈던 말이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 ‘아임유어파더’가 마주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게 했고, 우승할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다른 말들도 아끼지만 특히, ‘아임유어파더’는 정말 내게는 의미가 크다.

-‘아임유어파더’는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아임유어파더’가 좋은 혈통의 말인 것은 분명하다. 폐출혈로 인해 현역에서 은퇴하고 씨수말로 데뷔해 활동했다. 정말 안타까운 게 현역에서 더욱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좋은 경주마인데 관리 소홀로 폐출혈이 발생했다. 여름철에 말이 뛸 때는 단 1kg이라도 가능한 감량을 하는 게 좋다. 그런데 관리를 잘 못해서 오히려 15~20kg 더 부담해 뛰게 했고 폐출혈이 생겼다. 그 이후에도 분명 그러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마찬가지로 관리되지 못했고, 결국 은퇴하게 됐다. 당시가 2~3년차 정도였는데 지금같이 해박한 지식이 있었다면 분명 직접 관리를 했을 거다. 다행히 너무 아까운 말이 돼서 씨수말로 데뷔해서 활동을 시작했다.

-‘아임유어~’, ‘다이나믹~’ 시리즈 말 이름이 눈에 띤다. 말 시리즈 이름에 어떤 의미가 담겼나.

‘아임유어~’라는 것은 영화에 나오는 명대사이다. 우연히 ‘스타워즈’라는 영화를 보게 됐는데 다스 베이더가 뱉은 그 대사가 마음에 와 닿더라. 영화 자체도 명작이었지만, 그 대사가 너무 멋있다고 느껴졌다. 경주마 이름을 짓는데 고민을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대사를 넣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지었다. 특별히 다른 뜻은 없다.

다이나믹 시리즈는 단어 자체의 의미가 좋아 쓰게 됐다. ‘다이나믹’이란 단어는 역동적이고 활동적인 의미를 지닌다. 아무래도 경주마는 그런 특성을 지녀야 하기에 ‘다이나믹’이란 단어를 가져다 썼다. 어떤 마주는 본인의 말에게도 ‘다이나믹’을 붙여서 써도 되겠냐고 물어오기도 했는데 내가 그 단어를 쓰라 말라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원하시는 대로 하라고 했다.

-국제 경마에서 마주는 사회지도층으로 존경을 받으며, 그런 만큼 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마주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부족한 것 같은데 마주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여전히 국내에서는 마주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사실적으로 사회적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마주가 그리 많지도 않다. 존경을 받는 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지탄을 받지 말아야 하는 게 우선인데 공개적으로 밝힌 순 없지만, 그런 분들도 계시는 걸로 안다. 마주의 위상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다. 마주들 스스로 노력을 해야 된다. 자신의 경주마를 갖고 있는 마주는 재정적인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고,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따라서 거기에 걸 맞는 말과 행동을 보여야 한다.

-그럼 존경받을 만한 마주는 개인적으로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서울마주님들은 다 모르기 때문에 부경마주님들 중에 말해보면, 정형식 마주와 이종훈 마주가 존경받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두 마주 모두 나보단 어리지만, 대단한 마주들이고 배울 점이 상당히 많다. 한국경마 발전을 위해 대내외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들이고, 모범적인 마주라고 본다.

경마, 혈통의 스포츠···말 혈통 공부 흥미·인간 궁합과도 유사해

마주 위상은 스스로 만드는 것···격에 맞는 언행일치 필요해

궁극적 방향은 통합마주···교차마주 적극 수용해야

브리즈업 미시행은 한국경마의 퇴보···마사회, 중재자 역할 필요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활동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서울과 부산의 마주 통합이 필요한데 두 곳을 모두 경험한 마주 입장에서 바라보면 어떤가.

현재 서울과 부경의 마주를 따로 두는 것은 경마 시행체인 한국마사회의 정책이기 때문에 우리가 요구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궁극적으로 통합 마주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교차 마주가 50여 명 정도 되는 걸로 아는데 교차 마주에 등록된 사람은 통합마주의 필요성에 대해 잘 못 느낀다. 교차 마주가 아닌 일반 마주들도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고자 하는 마주는 거의 없는데 부산에서 서울로 가고자하는 마주는 몇 분 계신다. 그 분들을 교차 마주로 수용하면, 통합마주의 완성은 아니더라도 그 직전의 상태까지는 가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마주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주 적자 문제는 항상 제기되고 있다. 마주 적자에 대한 생각은.

이게 참 묘하다. 나도 크지는 않지만 적자라면 적자이다. 말 구매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분명 적자인 셈이다. 하지만, 난 말이 좋아서 마주를 하다 보니 말 구입비는 초기투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적자마주는 사실 큰 문제인데 내 나름대로 검토를 해보니 상위 20% 마주들이 흑자을 보고, 그 다음 20%가 본전, 나머지 60%가 적자마주로 보인다. 상위 몇 사람이 많은 두수의 경주마를 소유하고 있고, 하위권 마주들은 한두 마리뿐인 경우 있어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겠으나, 마주들의 세계에서 체감하기는 그렇다.

-과거에 비하면 한국경마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한국경마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개선책이 있을지.

개선할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모두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갈 길이 멀다. 대표적으로 올해 ‘브리즈업 경매’을 시행하지 않은 것은 과거에 비해 후퇴한 것이라고 본다. 경주마생산자단체와 갈등이 있었지만, 경마시행체가 중간에서 적절한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일괄적인 변화가 부담된다면 기간을 정해서 시장변화에 대처하도록 유도하고, 과도기를 거쳐 점진적으로 변화했으면 어떠했겠냐는 생각을 한다. 유관단체간의 충분한 협의를 시행체가 유도할 필요성은 여전히 있다.

좋아진 부분은 국내 씨암말의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는 점이다. 아직 국제적으로 버금간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과거에 비하면 좋은 씨암말을 대거 들여와 기량 향상이 됐으며, 상당히 고무적이다.

반면, 마사회 정책은 뒤로 갔다. 마사회에서는 처음에는 씨암말을 사오면서 인센티브도 주고 암말 경주도 편성해 놓고는 마주들이 씨암말을 사오고 나니 말 두수가 적다면서 경주도 없애버렸고 올해는 생산도 못하게 해버렸다. 좋은 씨암말을 들여왔을 때는 가격을 오픈했으면서 활동을 하지 못하게 했으니깐 마사회도 일정 부분 책임은 있다고 봐야 한다.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서울 마주로 활동하고 있지만 자세히는 잘 몰라 부산에 한정해 얘기한다. 말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경마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그리고 한국마사회는 경마시행체로서 현장 말 관리사들을 대상으로 말 관리에 대한 교육을 체계적이나 주기적으로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가의 좋은 말들이 마방에 맡겨놨는데 말이 관리가 잘 되지 않아 퇴역하거나 폐마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런 일들은 정말 마주로서는 가슴 아픈 일이고,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예를 들어, 경주마가 답창(踏創)에 걸릴 수 있다. 말 관리사들이 하루 한 번씩만 경주마들의 말발굽을 확인한다면 육안으로 금방 알아차려 답창 초기에 쉽게 대응할 수 있는데 말이 파행할 때까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가 일을 크게 키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모든 마방이 관리 소홀하고 한다는 것은 아니고 성실하고 프로의식을 갖춘 이들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그런 의식을 갖지 않고 있다. 한국경마 발전을 위해서는 경마산업 종사자들이 프로의식을 갖고 자신의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 교육이 부족할 수 있다면 마사회에서는 현장 교육도 적극 해주길 간곡히 바란다.

이원태 마주는 한국경마 발전의 시작점은 경마산업 현장에서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조교 훈련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말 관리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마주들의 고가의 좋은 말을 맡겨도 말 관리가 소홀하다면 한국경마 발전은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마주는 경마산업 최전선에 있는 말 관리사와 조교사들의 프로 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피아 황인성
이원태 마주는 한국경마 발전의 시작점은 경마산업 현장에서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조교 훈련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말 관리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마주들의 고가의 좋은 말을 맡겨도 말 관리가 소홀하다면 한국경마 발전은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마주는 경마산업 최전선에 있는 말 관리사와 조교사들의 프로 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피아 황인성

※ 본 기사는 부산경남마주협회 소식지, '오너스투데이' 10호(2019년 가을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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