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영의 고려아리랑 12] 안희성 코피아(KOPIA) 우즈베키스탄 센터장의 농업외교
[최희영의 고려아리랑 12] 안희성 코피아(KOPIA) 우즈베키스탄 센터장의 농업외교
  • 최희영 전문기자
    최희영 전문기자 yryr1998@hanmail.net
  • 승인 2019.09.1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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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들의 농가소득 향상과 우즈베키스탄의 녹색 혁명 일깨우는 평생 농업인

[타슈켄트=최희영 기자] 돌아갈 땐 여름 한복판이었다. 한 달 만에 다시 오니 계절이 바뀌었다. 타슈켄트국제공항에 내리는 순간 가을이 완연했다. 이제 이 곳은 목화 따는 절기가 시작된다. 지난 여름, 20여일쯤 타슈켄트에 머물 땐 비가 간절했다. 너무 더워서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비가 내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시간이다. 목화와 비는 그만큼 절대적 상극이다.

▲안희성 센터장이 국립타슈켄트 농업대학에 설치한 비닐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다. 그는 2014년 우즈베키스탄에 부임해 5년째 고려인들의 농가소득 향상을 돕는 한편 이 나라 농민들에게 한국의 선진 농법을 전수하고 있다. Ⓒ최희영
▲안희성 센터장이 국립타슈켄트 농업대학에 설치한 비닐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다. 그는 2014년 우즈베키스탄에 부임해 5년째 고려인들의 농가소득 향상을 돕는 한편 이 나라 농민들에게 한국의 선진 농법을 전수하고 있다. Ⓒ최희영

안희성 코피아(KOPIA) 우즈베키스탄 센터장. 지난 2014년 타슈켄트에 부임해 5년째 ‘농업 외교관’으로 활동 중인 그의 소망 역시 똑같다. 목화 수입은 아직 이 나라 살림의 기둥이다. 그는 우선 태풍 링링으로 낙과 피해를 본 한국 농부들을 위로했다. 더불어 갈수록 이상기온을 보이는 우즈베키스탄의 가을 날씨를 걱정했다.

“작년에는 한창 목화 딸 때 비가 내려 많은 피해를 봤습니다. 가을에는 비가 잘 내리지 않는 편인데 중앙아시아에도 이상기온이 나타나고 있어 걱정입니다. 농사는 수확기 일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도 가을 태풍 피해가 자주 나타나 걱정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늘부터 봅니다. 비 예보라도 듣게 되면 가슴부터 철렁 내려앉는 요즘이지요.”

▲안 센터장은 자신이 지은 농사로 양국의 상징 시설인 ‘아리랑요양원’의 가을 김장을 챙기고, 타슈켄트 교민들에게 텃밭 농사를 가르치는 등 농업 외교관으로서 여러 역할을 하고 있다. Ⓒ최희영
▲안 센터장은 자신이 지은 농사로 양국의 상징 시설인 ‘아리랑요양원’의 가을 김장을 챙기고, 타슈켄트 교민들에게 텃밭 농사를 가르치는 등 농업 외교관으로서 여러 역할을 하고 있다. Ⓒ최희영

그는 평생을 농부로, 혹은 농부의 심정으로 살아왔다. 농촌진흥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했고, 농촌진흥청을 은퇴한 뒤에도 코이카와 캄보디아, 탄자니아 등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참여했다. 그리곤 또다시 명함을 바꿔 지금에 이르렀다. KOPIA는 농촌진흥청이 추진하는 국제 농업 교류 사업의 영문명(Korea Program on International Agriculture) 약자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해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아시아 9개국과 케냐, 알제리,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7개국, 그리고 파라과이, 볼리비아 등 중남미 5개국 등 총 21개 국가에 현지 센터를 두고 있다. 그중 우즈베키스탄 센터는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유일의 협력 기관이다.

KOPIA 우즈베키스탄 센터는 이 나라에서 원예, 축산 등 여러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이 나라의 농업과학생산성센터(UzSPCA)와 함께하는 ‘농촌지도사업’은 우즈베키스탄의 농촌 분위기를 확 바꿔놓았다는 평가다. 이 나라도 농업에 대한 연구는 많다. 하지만 이를 실체적으로 접목할 만한 농촌지도 조직이 없다는 문제점을 파악해 1970년대부터 일궈온 한국의 농업발전 노하우를 이 나라 농촌마을에 실속 있게 이식했다.

그의 역할 중에는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농가를 돕는 비중도 크다. 그들에게 채소 재배 기술과 TMR 가축사양기술 등을 전수해 그들의 실질적 농가소득을 돕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도 채소를 재배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일이 주요 관심사다. 이를 위해 고려인들이 자주 모이는 타슈켄트 한국문화예술의집 곁에 비닐하우스까지 지어 기증했다.

▲국립타슈켄트 농업대학 명예 교수를 겸직하고 있는 안 센터장은 우즈베키스탄의 미래를 책임질 이 학교 학생들에게도 크게 존경받는 농업 전문가다. Ⓒ최희영
▲국립타슈켄트 농업대학 명예 교수를 겸직하고 있는 안 센터장은 우즈베키스탄의 미래를 책임질 이 학교 학생들에게도 크게 존경받는 농업 전문가다. Ⓒ최희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이곳을 국빈 방문하신 뒤 우즈베키스탄 진출을 모색하는 우리 영농기업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이 나라는 현재 외국인 투자 유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외환 자유화 조치와 비자 간소화, 투자 간소화, 송금정책 등 투자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만들려는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기업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 센터장은 비닐하우스 건축자재 등 농산물 생산시설 기업과 유통·저장 시설, 가공시설, 하우스 보온자재 및 난방시설, 채소육묘 등 여러 분야의 기업 관계자들이 우즈베키스탄에 도전장을 내미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다보니 그의 일거리 하나가 더 늘어났다. 이 나라 진출을 모색하는 많은 기업들이 그를 찾아 자문을 구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그를 만난 지난 7일에도 한국에서 찾아온 ‘부여국제민간교류협력단’(단장 김필중) 관계자들과 장시간 대화를 이어갔다. 그들의 관심은 비닐하우스 시공 분야였다. 안 센터장은 그들에게 우즈베키스탄의 그린하우스 산업 현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코피아가 국립타슈켄트농업대 안에 만든 비닐하우스로 안내해 직접 보여주는 성의까지 보였다.

“저희가 안 센터장님을 만난 건 참 큰 행운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여러 기업들이 안 센터장님을 찾고 있는데, 워낙 바쁘신 분이라 일일이 응대하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독립기념일 연휴 뒤에 맞는 대체 근무일이라 운 좋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정보를 직접 듣고 나니 사업 방향이 잡히는 거 같아 한국 돌아가는 발걸음이 아주 가볍게 됐습니다.”

이날 안 센터장과 만난 김필중 부여민간교류협력단장의 소감이다. 그는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몇몇 기업들 때문에 한국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다는 안 센터장의 걱정을 충분히 공감한다고 했다. 또 우즈베키스탄의 농업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길게 갈 수 있다는 안 센터장의 조언이 묵직하게 다가왔다는 말도 했다.

안희성 센터장은 곧 우즈베키스탄 전역을 돌아볼 예정이다. 그가 중점 추진 중인 가축사양기술 시범마을들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코피아 우즈베키스탄 센터는 이 나라 13개 주에 1.170마리의 소를 무료로 제공했다. 한 주당 30농가씩, 그리고 한 농가당 소 3마리씩을 제공해 한국의 TMR 가축사양기술로 기르도록 돕고 있다. 그 현장을 돌아보며 그가 직접 나눠준 소들이 얼마나 잘 성장하고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안희성 센터장이 코피아 우즈베키스탄 센터를 방문한 한국의 부여민간교류혁력단 관계자들과 만나 우즈베키스탄의 농업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최희영
▲안희성 센터장이 코피아 우즈베키스탄 센터를 방문한 한국의 부여민간교류혁력단 관계자들과 만나 우즈베키스탄의 농업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최희영

“할 일이 참 많습니다. 한국형 농촌지도 시범사업을 사마르칸트주에 추진 중인데, 이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검토 중입니다. 또 이 나라 주요 작물 중 하나인 포도 생산량을 늘리고, 품질을 높여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과 우수한 콩 품종을 선발하고, 재배면적을 늘리도록 하는 맞춤형 콩 재배기술 협력사업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밖에도 코피아 우즈베키스탄 센터는 현지 농부들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 이 나라 농업 전문가들을 한국으로 보내 교육시키는 한편 한국의 농업진흥청 전문가들을 우즈베키스탄으로 초청해 전문기술을 전수하는 일도 맡고 있다. 또 벼 이앙기 같은 기계화 사업을 통해 노동력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늘리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안 센터장을 만나고부터 기자도 하늘 보는 습관이 생겼다. 우즈베키스탄의 가을하늘은 참 맑다. 우리네 옛날 하늘같은 모습. 부디 그 모습 그대로이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눈물 한 방울 없길. 비 한 방울은 곧 이 나라 목화 재배농가의 한숨 두어 짐과 같은 시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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