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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평론가 기영노 콩트 30] 이정후의 오프너

기영노 전문기자
  • 입력 2019.09.05 10:53
  • 수정 2019.09.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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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자가 동철의 말을 끊고 말했다. 마치 야구용어가 일상화 된 전문가처럼."

“감독님 ! 아니 아빠! 정신 차리세요, 지금 시즌 도중 이라구요, 그리고 저 이제 21살이에요, 한국 나이로도 22살이에요.”

이정후 선수는 아버지 이종범의 1대1 미팅 제의에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나도 다~ 안다 프로선수 생활만 한국과 일본에서 20년 가까이 했다, 그런데 너무나 아까운 처자가 나타나서 그런다.”

이종범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알기로는 아빠는 세상 물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 나이인 27살에 결혼했잖아요.”

“그래 맞아 27살에 결혼한 거 맞아, 그런데 네 엄마를 처음 만난 건 24살 때 였어, 3년간 연예를 했었지.”

“암튼 시즌이 끝나고 생각해 볼래요, 지금 제 타율이 3할2푼 대여서 3할3푼 대를 바라보면서 한창 감을 잡아가고 있는데, 1대1 미팅이라니요.”

“정후야 내 말 잘 들어, 너 이제 프로 3년 차야 그리고 연봉도 2억3000만 원이나 되고, 무엇보다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군대 문제도 해결 했어, 이제 결혼만 하면 정서적으로도 안정 되게 된단 말이야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어”

“아무리 그래도 시즌 도중인데···.”

“내가 다 안다잖니, 시즌 도중에는 한 눈 팔면 안 된다는 거, 그런데 그 처자가 이번 주말 밖에 시간이 없대, 미국으로 돌아간대, 그러면 2~3년간은 한국에 못 온다는 거야, 그 처자 내가 본 여성 가운데 최고다 용모, 성격, 스펙 뭐 하나 빠지는 데가 없어, 더 중요한 것은 스포츠 마케팅을 전공하고 있어. 메이저리그도 많이 안데, 그래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너에게 많은 힘이 될 꺼야, 좀 멀리 보자 정후요, 에~ 또 내 가장 친한 친구 딸이니까 내가 그 처자를 그동안 쭉 봐왔다는 것도 빼 놓을 수가 없고.”

바람의 아들, 이정후 선수가 맞선을 본다면 어떤 상상을 할 수 있을까(사진= 이정후 인스타그램).
바람의 아들, 이정후 선수가 맞선을 본다면 어떤 상상을 할 수 있을까(사진= 이정후 인스타그램).

정후는 아빠의 간곡한 권유에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이내 결심한 듯 말했다.

“아빠 그럼 야구 쉬는 날, 황금(월)요일 저녁에 약속 잡아요.”

“너 정말이지 프로야구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월요일 즉 황-금-요-일에 약속 잡는다,”

“그 대신 그날 잠깐 만 보고, 그 이후의 진도는 전적으로 나에게 맡기시는 거예요?”

“그래, 네 엄마 얘기 잠깐 해 줄까? 너의 엄마도 나 만나자 마자 패션 공부 하러 파리로 떠났어, 그런데 네 엄마가 3년 동안 매일 편지를 보내오는 거야, 아마 1020통이나 됐을 걸.”

“그럼 아빠는 엄마에게 몇 통이나 보냈어요?”

“야구하느라 정말 바쁠 때라 3통 보냈다.”

이종범이 약간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빠 지금 엄마 안계시지요?”

“응, (이)가현이랑 극장 갔어, 영화 제목이 뭐 엑시트라나.”

“아빠 가현이 내 친동생 맞아요?”

“그럼, 네 유일한 여동생 맞아, 왜 갑자기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

“아빠 결혼할 때 청첩장 지금도 보관하고 있잖아요, 신부가 정정민으로 되어 있잖아요, 그리고 저는 일본의 나고야에서 태어났구요, 지금 엄마 이름은 정연희잖아요”

“아~ 네 엄마가 정정민에서 정연희로 개명을 한 거구, 너는 내가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 팀에 있을 때 태어났어, 주니치 드래건스 팀의 연고지가 일본 아이치 현에 있는 나고야.”

“어~ 또 하나 의문이 있어요, 아버지는 야구 선수를 하다가 가수도 했어요?”

“아~ 투앤 원··· 그거 1993년에 우리 팀이 프로야구에서 우승을 했는데, 우승 보너스를 500만 원정도 밖에 못 받았어, 그 대신 구단 프런트에서 (선)동렬이 형과 나를 가수 양수경 씨와 묶어서 음반을 만들어 준거야 비시즌일 때였지, 그냥 판 한 장 내고 만 거야”

“자~이제 궁금증 풀렸으면 황금(월)요일 저녁은 비워둬라.”

정후가 생전 처음 여성을 1대1로 만나기로 한 월요일 즉 황금요일 저녁, 개인적인 일로 부산에 갔었던 정후는 기상악화로 비행기 이륙이 늦어지는 바람에 약속 장소에 1시간 이상 늦게되는 불상사가 생겼다.

정후는 만나기로 한 처자에게 약속을 연기하자고 하려다가 포기하고, 약속장소 부근에 사는 친구 동철에게 나가서 1시간 정도 바람을 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마침 집에 있던 동철은 정후와 맞선을 보기로 한 처자가 궁금하기도 해서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로 나갔다.

정후와 만나기로 한 처자는 남자라면 한 눈에 반할정도의 미인이었다.

“안녕하세요? 정후가 탈 비행기가 기상 악하 때문에 지연되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 늦는다고 해서 제가 대신~”

“그러면 오프너네요.”

처자가 동철의 말을 끊고 말했다. 마치 야구용어가 일상화 된 전문가처럼.

P.S 오프너
프로야구에서 선발투수 대신 나와서 1~2이닝 정도 막아주는 불펜투수를 말한다. 오프너 이후 그 팀의 선발 투수가 나와서 5~6이닝 던지고 셋업 맨(8회), 세이브전문 클로저(9회)로 경기를 마무리 한다. 오프너는 마무리 투수 즉 클로저의 반대 개념이다. 전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이 올 시즌 초 5선발 대신 윤성빈+송승준, 박시영+김건국 원플러스 원 즉 오프너를 활용하려다가 실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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