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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13) - 자신을 루저로 만드는 나쁜 습성

서석훈
  • 입력 2010.05.3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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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우리는 지난주에, 당나귀 신사 백팔만이 작전 걸린 칠성테크를 너무 일찍 팔고 밑으로 가라앉는 은행주를 사는 바보짓을 목도하였다. 그리고 백팔만이 내다버린 칠성테크를 몰래 산 마돈걸이 상한가 바람에 흥이 나 모 사내와 축하파티까지 열려고 작정하는 장면도 본 바 있다. 수십 년간 증권가에 몸 담아온 온 한 노련한 투자자에 의하면, 개미들이 돈을 못 버는 이유 중에는 섣부른 자기 판단과 조급함과 소심함이 있다는 것이다.

보유 주식이 오를 때 지나치게 일찍 파는 습성은 잔돈푼만을 남기는 반면 떨어질 때 초기에 팔지 못하고 반토막 날 때에야 던지는 자포자기적인 습성은 잔돈푼의 몇십 배를 까먹게 한다고 했다. 이러한 일반 투자자의 악습을 먹고 자라는 곳이 주식시장이라는 곳이다. 백팔만도 그런 습성이 몸에 밴 개미 투자자였다. 해서 작전 사령관 ‘탈법자’가 종목 하나를 찍어줬는데도 그 단 맛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중도하차 하고 만 것이다. 그럼 작전주란 틀림없는 것인가? 때로 작전대로 굴러가는 게 작전주인 건 맞다. 허나 그 결말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결말은 사법부가 만들기도 한다. 물론 개미들은 사법부의 처벌 대상은 아니다. 작전 도중에 슬쩍 끼어들어 한 몫 챙기는 개미들도 분명 있다. 이 얘긴 나중에 다시 하자.

백팔만이 하는 투자와 거꾸로 하면 대충 돈을 번다는 걸 깨달은 바 있는 마돈걸은 이번엔 제대로 성공하여 칠성테크가 상한가에 착 달라붙자 화장실로 가서 몰래 웃었다. 경마장에서도 말이 들어왔다고 환호하는 자들은 대개 초짜 아니겠는가? 프로들은 역시 감정을 좀체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속은 터질 것 같지만 담배를 한 대 물고 조용히 기쁨을 삭이는 길을 택한다. 백팔만은 완전 초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백전노장도 아니어서, 찍은 말이 순위에 들어오면 주먹을 불끈 쥐고, “그래! 그래!” 하고 소리치는 버릇이 있었다. 흥분을 삭이는 데도 서툴러서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서성이며 주변을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마돈걸은 백팔만이 주먹을 쥐는 강도와 고함의 크기 및 얼마나 정신없이 오락가락 하느냐에 따라 얼마를 땄는지 알아맞힐 정도였다. 또 그 풀이 죽은 모습을 보고는 얼마나 잃었는지도 알아맞혔다. 백팔만이 주식과 경마에서 이렇게 자기 패를 많이 내보이기 때문에, 그 패를 말이나 주식이 읽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승부사보다는 대충 루저의 모습으로 보였다.

“오빠 토요일에 과천 7번 레인에서 만나자” 마돈걸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7번 레인이란 둘만의 은어로 경마장 어디 두 사람만이 아는 장소였다. 무슨 정보라도 있나? 백팔만은 또 흥분하기 시작했다. (다음 주에 계속)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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