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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미사 (윤한로 詩)

서석훈
  • 입력 2010.05.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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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미사
윤 한 로


온순하고 조용한
그 사람

철사를 휜 것처럼
구부정하니
오랫동안 장궤한다

오로지
성체(聖體)를 모신 기쁨에
속 활활 불 타올라

말처럼
긴 얼굴
슴벅거리는 두 눈이

웃는 듯
우는 듯한
그 사람

세상 온갖 즐거움으로부터
꿈지럭,
한발짝 비켜선다


시(詩)작 메모
아무리 굳은 결심을 해도 어떻게 된 게 우리들 눈과 귀와 입은 트이자마자 열리자마자 가식과 기교를 부린다. 내가 나한테 뚫린 내 입과 눈을 가지고선 가식과 기교를 부리는데 어떠랴! 암, 그렇지. 그 말 골백번 옳다. 이 시대는 무엇보다 온순함을 잃은, 버린 시대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복잡무쌍하기 이를데없다. 말(馬)은 짐승 가운데서도 참으로 온순하고 또 단순한 짐승 같다. 긴 머리에 슴벅거리는 두 눈은 평생 순명을 미덕으로 삼는 성인(聖人)같다. 온순해야 겸손하고 온순해야 밝고 온순해야 용감하고 온순해야 지혜롭고 온순해야 정의롭다는 걸 새삼 느낀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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