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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 여사

최진규 작가
  • 입력 2019.08.16 10:43
  • 수정 2019.09.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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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무렵 목포대교
황혼 무렵 목포대교

목포 신 여사가 일주일에 딱 한 번 머리를 감는 날이 돌아왔다. 갈 곳이 있기 때문이다. 물세도 아깝고 수돗물도 꺼림칙하니, 최소한의 물로 감는 둥 마는 둥 하겠지만, 머리를 헹굴 때만큼은 삼0수 2리터짜리를 딱 반 사용할 것이다. 신 여사는 수돗물을 불신한다. 정수를 잘해 깨끗한 물이라고 아무리 강변해도, 신 여사는 ‘정순가 뭐 거시기 한다고 그 똥물이 어디 가야?’ 한다. 똥물로 머리를 감고 몸을 닦을 바에 차라리 안 닦는 게 더 깨끗하다는 주장이다. 자식들이 몸에서 냄새 난다고 핀잔을 주면 “나! 냄새 안 나야.”라고 우기다가 마지못해 욕실로 들어간다.

  신 여사는 삼0수만 먹는다. 그런데 끓여서 먹는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균을 죽이는 거란다. 보관할 때는, 플라스틱 병이 해롭다는 말을 어디서 듣고 유리병에 옮겨 담는다. 물때가 잔뜩 껴 있는 데도 개의치 않는다. 삼0수는 수돗물과 달리 물때마저 정결하다고 믿는 신 여사다. 쌀 씻을 때도, 된장국 끓일 때도, 넣는 시늉만 하지만, 역시 삼0수를 사용한다. 그렇게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불신하는 똥물 수돗물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음에 대해,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하며 억울해한다. 다만 매일 하나씩 먹는 사과를 닦을 때는, 수돗물을 세게 틀어 10분 가까이 사과 위로 쏟아지게 한다. 이때는 삼0수를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불신하는 수돗물보다 농약이 더 무섭다는 믿음 때문인 건 알겠는데, 어딘지 일관성이 없다.

  신 여사의 수첩에는 여기저기에서 주워들은 먹을거리 정보로 빼곡하다. 하지만 세상천지가 죄다 오염되었다고 하니 도통 믿고 먹을 게 없는 신 여사다. 그래서 참기름도 직접 짜서 먹는다. 참깨는 직접 밭에 가서 구입한다. 참기름집이 있는 시장에 가면, 사지도 않을 거면서 참깨 장수에게 “이거 어디치요? 중국산 아니지라?”하고 물어본다. ‘나는 동생이 농사짓는 밭에 가서 국산 깨 샀어라.’ 이런 자랑을 꼭 하고 싶은데, 차마 입 밖으로 못 꺼내는 게 애석할 따름이다. 참기름 짜는 집에 가서는 주인 옆에 서서 일일이 참견한다. 깨 닦을 때도 참견하고, 볶을 때도 참견하고, 짤 때도 참견한다. 특히 깨를 태우지 말라는 말은 백 번도 더한다. 참다못한 주인이 한 마디 한다. “아따 아줌마! 별척스럽소. 엔만히 좀 하쇼 잉?”

  떡집에 가면 더 요란스럽다. 아침부터 떡이 다 나올 때까지, 장장 서너 시간 동안 진을 치고 감시한다. 농약 걱정 때문에 전날부터 집에서 씻어서 불린 쌀을 가지고 가는데, 행여 나쁜 쌀로 바꿔치기 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 때문이다. 기가 찬 떡집 주인이 마침내 싫은 소리를 한다. “아줌마! 의심도 많소. 참 징하요, 잉? 어째 그런다요?”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신 여사는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킨다. 욕을 먹는 한이 있어도 몸에 나쁜 것은 작은딸에게 먹일 수 없으니까.

  고기를 안 좋아하는 신 여사지만 LA갈비라는 이름의 소고기만 허용한다. 맹목적 LA갈비 찬양론자가 된 배경이 있다. 미국에 사는 친구로부터, 미국 소고기는 우리나라 소고기처럼 옥수수 사료를 안 먹이고, 풀만 먹여 키운다는 헛소문을 들은 뒤부터다. 신 여사는 왜정 시대에 다녔던 초등학교 일본인 여자 음악선생 이름은 물론, 그때 배웠던 노래 가사도 잊지 않을 만큼 기억력이 좋다. 그래서 한 번 어떤 정보가 머리에 입력되면, 그것이 객관적으로 옳은 정보든 그른 정보든 절대 불변의 진리로 자리 잡는다. 그 다음부터는 박사 할애비가 와서 떠들어도, 죄다 귓가로 흘려보낸다. 고집불통 신 여사 앞에서 설득이라는 단어는 무가치하고 무의미한 껍데기 단어일 뿐이다.

  신 여사는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특히 남자가 주방장인 식당은 더 꺼린다. 이유는 단 하나다. 고추(?) 만진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만드니 그 음식 또한 얼마나 더럽겠냐는 주장이다. 손을 깨끗하게 닦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도 뜻을 굽히지 않는다. 식당 음식을 잘 안 먹는 이유는 또 있다. 농약 제거를 제대로 한 건지, 썩은 중국산 고춧가루를 쓰지 않았는지, 남이 먹다 남은 반찬을 도로 주는 거는 아닌지, 많은 사람들의 입을 거친 수저를 얼마나 깨끗하게 세척했는지, 등등이다. 아무튼 모든 바깥 음식들을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신 여사다.

한번은 가족들과 민속촌에 가서 팥죽을 사 먹을 때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수저를 이용하는데, 신 여사는 집에서 수저를 안 가지고 온 것에 대해, 줄기차게 반복 재생하며 원통해 하더니만, 굶을 수는 없었던지, 나무젓가락으로 팥죽을 파먹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나무젓가락의 위험한 진실을 접수하지 않은 신 여자였다. 지나가던 종업원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자, 작은딸이 우스갯소리로, “인도에서 온 양반이라 그래요.”하였다. 다들 웃으니, 신 여사도 “오살할 년!”하면서 멋쩍게 웃어주었다.

  비린 생선은 거들떠보지 않고, 누린내 나는 육고기도 그리 즐기지 않는 신 여사의 주된 식단은 밥과 김치다. 맹신하는 LA갈비도 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다. 나물 몇 종류와 통멸치와 양파 몇 조각이면 완성되는 된장찌개, 기름 바르지 않은 맨 김을 구워 먹으면 성찬이다. 아무리 보아도 부실하기 짝이 없는 한 끼 식사인데, 요즘은 김치마저 식단에서 뺐다고 한다. 꿀을 보약으로 아는 신 여사는 김치 담글 때도 꿀을 넣는다. 그 김치를 입에 넣으면 꿀향이 진동하여 한 번 먹어본 사람은 두 번 다시 젓가락을 대지 않는다. 그러면 신 여사는 “보약 들어간 건디 왜 안 먹는당가?”하면서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식사 잘 하세요?”

“통, 밥맛이 읍서.”

“밥을 무엇하고 드시는 데요?”

“과일.”

“반찬은요? 김치 같은 것도 안 드세요?”

“안 먹어. 밥하고 사과나 오렌지 같은 과일 먹는당께.”

  밥맛이 없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꿀 향기 그윽한 김치마저 끊은 것은 필시 농약 고춧가루 걱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재 신 여사의 밥상에 올라온 메뉴라는 게, 밥하고 된장찌개, 그리고 과일이 반찬이다. 그러니 무슨 밥맛이 있겠는가?

  신 여사는 과일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많이 먹지도 않는다. 한 개나, 한쪽을 먹고 나면 “오매! 배부르다.”하면서 물러앉는다. 그래도 과일 선택할 때는 그 유별스러움이 어디 가지 않는다. 아침에 한 알 먹으면 무병장수한다는 사과와, 농약 묻은 두꺼운 껍질을 벗겨 내고 먹을 수 있는 오렌지 빼고는 신맛이 없는 과일만 찾는다. 백도와 무화과, 그리고 역시 단단한 껍질로 무장하고 있어, 최고로 안전한 과일로 꼽는 수박이 이에 해당한다. 복숭아 장사가 있으면, 과일을 살펴보다가 주인이 잠깐 한눈을 팔는 사이에 얼른 한 입 베어 문다. 그런 다음 맛이 없으면, 슬그머니 이빨자국 있는 쪽을 밑으로 놓고 다른 집에 가서 맛 감별을 한다. 마음에 드는 복숭아가 안 나오면 몇 집이라도 저러고 다닌다. 불량한 짓 그만하라고 자식들이 아무리 타일러도 신 여사는 도리어 큰소리를 친다. “그러다 주인이 알면 어쩌려고 그래요?” “뭔 소리다냐? 심심한 거 사서 속상한 것보다 더 낫제.” 누가 비양심을 지적하든 말든 신 여사는 당당하다.

  무화과의 경우는 개량종이 아니라 자그맣고 말랑거리는 재래종을 선호한다. 당연히 맛을 먼저 보고 살지 말지 결정하는데,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주인이 먹지 말라고 아무리 제지를 해도, 그예 한 개를 집어 맛을 본다. 그러고 나서 무화과를 사면 별 탈이 없을 것인데, 맛이 없으면 “좀 능글능글한 거 없소. 그래야 달아라.” 이렇게 장사 약을 바짝 올리고 돌아선다. 이렇게 서너 집을 돌면서 맛만 보다가 원치 않게 배가 뿔뚝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공짜 무화과로 배를 채웠다고 절대 빈손으로 집에 가는 법이 없다. 기어코 원하는 무화과를 사고야 만다. 왜냐하면 잠깐 제철인 이 맛난 과일을 작은딸에게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누구도 입에 못 댈 음식을 만들지만, 예전 신 여사의 음식 솜씨는 천하일품이었다. 얼마나 맛있었으면, 서울 사위가, “햐! 정말 맛있다!” 하면서 밥상에 엎어져 있었겠는가? 그를 전라도 음식 예찬론자로 만든 주인공도 따지고 보면 신 여사였던 셈이다.

  신 여사는 서울에서 작은딸 부부가 온다는 기별이 있으면, 실력 발휘를 할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버스를 타고 목포 선창 근처에 있는 새벽 도깨비시장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막 배에서 끄집어 낸 조기, 깡다리(조기새끼), 서대, 꽃게와 같이, 평상시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비린 것들과, 금방 밭에서 수확한 싱싱한 채소들을 사기 위해서였다. 생선의 경우는 작은딸 부부가 떠날 때까지 매일 새벽시장에 나가, 물 좋은 놈만 골라 사서, 돌아가며 밥상에 올렸다.

  그런데 조리 비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서울 사위가 으뜸 중의 으뜸으로 꼽는 생선매운탕과 꽃게무침, 그리고 벼락지(즉석김치)만 보더라도, 별 다른 양념이 들어가지 않았다. 독약으로 취급당하는 조미료는 신 여사의 부엌에서 영원히 추방되었고, 왜간장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조선간장, 굵은소금, 고춧가루, 젓갈, 된장 등과 같은 순수 토종 재료를 주로 사용하여 손맛으로만 뚝딱 조리하는 것인데, 워낙 비린 것을 싫어해, 맛도 안 보고, 손으로 섞고 버무리고 끓이면, 그걸로 최고의 음식이 나왔다.

  별미로는 흑산도 홍어회와 무안 뻘낙지가 압권이었다. 신 여사는 발품을 팔아가며 반드시 원산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나서야 산 것들이다. “이거 흑산도에서 온 것 맞지라? 연평도? 안 살라요.” “이 낙지 어디치요? 여수? 안 살라요.” “무안 해제에서 온 거 맞소? 이놈 살라요.” 철두철미한 검증 끝에 산, 진짜배기 흑산도 홍어의 차진 맛과 무안 뻘낙지의 야들야들한 맛은 언제나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겨울에는 냄비뚜껑만한 대형 갑오징어를 몇 상자씩 구입해, 깨끗하게 손질한 다음, 옥상 빨랫줄에 널어 일일이 손으로 펴 가며 말렸다.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만들어진 갑오징어는 다른 먹을거리들과 함께 서울 사위 차에 바리바리 실렸다. 말린 갑오징어? 서울 사위는 그때 먹었던, 꾸덕꾸덕하게 마른 갑오징어의 푸짐하고 달짝지근한 맛을 잊지 못해 아직도 타령조로 그리워한다. 이제는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희귀 음식이 되었으니까.

진수성찬을 만드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한바탕 난리를 치르던 신 여사는 작은딸 부부가 서울로 올라가면 다시 평상시로 돌아갔다. 당장 밥상부터 원상 복구되었다. 그 많던 반찬들은 종적을 감추고, 밥과 김치, 어쩌다 된장국과 푸성귀가 올라오면 끝이었다. 작은딸 부부가 남긴 비린 음식들은 따로 싸 두었다가 동생이 키우는 개 먹이로 보냈다.

  이처럼 손맛도 뛰어났고 당신 몸을 돌보지 않는 헌신적인 신 여사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신만을 위한 안전한 먹을거리와 앞뒤 안 맞는 건강 원칙에 집착하고 있다. 이런 신 여사를 신경과 의사가 진단한다면, 심한 결벽증 환자로 판정할 것이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는 결벽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젊었을 때의 신 여사는 집 앞 동네 슈퍼에 갈 때에도 화장을 한 다음, 예쁜 옷을 갖춰 입고 나갈 정도로 정갈한 부인이었다고 한다. 다만 그때도 너무 깨끗한 게 탈이라면 탈이었단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정상을 벗어난 요상망측한 괴벽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증세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근래 추가된 증상은 화장실에 갈 때, 비닐장갑을 끼고 가는 것이다. 이유는 변을 닦을 때 맨손으로 닦으면 세균이 묻을 거라는 우려 때문이란다. 양치질할 때도 부엌 씽크대에서 하는 것도 똑같은 이유에서다. 세균 걱정 때문에, 급기야 여름에도 목이 긴 부추를 신는 단계로 발전했다. 발이 드러나는 신발을 신으면 맨살에 균이 묻는다는 신 여사의 논리다. 미세먼지도 새로운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그래서 외출할 때는 언제나 마스크를 착용한다. 다만 숨이 막히다는 이유로 대충 입에 걸고 다닌다. 미세먼지 들어온다며 집 창문도 열지 않는다. 이렇듯 집 밖에만 나가면 온통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가득하다고 믿는 양반이건만, 정작 당신이 사는 집 안은 점점 더 더러워지고 있다. 신 여사는 자식들의 잔소리를 안 들으려고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 신 여사는 딸만 둘이 있는데, 오로지 작은딸에게만 애정을 쏟는다. 신 여사는 작은딸에게는 있는 것 없는 것 다 퍼주고도 더 못 줘서 안달한다. 그렇지만 작은딸에게는 콩 한 쪽도 바라지 않는다. 어쩌다 서울에 가면, 사위가 주는 교통비도 내던지고 올 정도다. 반면에 옆 아파트에 사는 큰딸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차별을 받는 중이다. 다 같이 배 아파 낳은 자식인 데도 큰딸한테는 어떻게든 뜯어내려 애를 쓴다. 그리고 뜻대로 안 되면 엄청 서운하다며 작은딸에게 일러바친다. 작은딸이 그러지 말라고 아무리 지청구를 해도 소 귀에 경 읽기다. 얼굴도 마음씨도 천사 같은 큰딸은 이런 팥쥐 어미 같은 신 여사에게 온갖 싫은 소리 들어가면서도 곁에서 수발을 들고 있다. 한 번은 신 여사 몰래 집에 들어가 대청소를 했다가 어찌나 호되게 닦달을 당했던지 그 뒤로 큰딸은 신 여사와 밖에서만 만난다.

  삼0수 반 병으로 머리를 헹군 신 여사가 오늘 가는 곳은 콜라텍이다. 신 여사의 유일한 운동이자, 취미인 블루스를 추기 위해서이다. 먼지와 세균 노이로제에 걸렸으면서 그것들이 드글드글한 지하 공간에 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불가다. “공기도 안 좋은 델 왜 다니세요? 산에 올라가면 얼마나 건강에 좋은데요?”라고 권유하면, “야야, 산에 가면 호랭이 나와야, 뱀 나와야.”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호랑이? 신 여사가 실없는 농담을 하는 게 아니다. “산에 무슨 호랑이가 있어요? 고양이밖에 없는데요.” 이 따위 말은 백 날 해도 씨알도 안 먹힌다. 신 여사에 따르면 지금도 뒷산에는 이마빡에 ‘왕(王)’자 무늬가 떡하니 박힌 호랑이가 어슬렁거린다. 종잡을 수 없는 상식의 소유자다. 여하튼 신 여사는 일주일에 딱 하루만 무장 해제를 하고, 지하 콜라텍에 가서 싱싱한 60대 남자를 만나 신나게 한 바퀴 돌 것이다.

  젊은 시절 한 미모했던 양반이기도 하여, 진한 화장을 하고 어두운 실내에 들어간 신 여사를 아무도 할머니라고 보지 않는다. 그래서 춤이 끝나고 나면, 남들은 파트너와 밖에 나와 식사를 한다지만, 신 여사는 손잡아 주는 싱싱한 60대 영감님과 무대를 한 바퀴 돌고 난 뒤에는 꽁지 빠지게 콜라텍을 탈출한다. 아무리 화장으로 떡칠했다 해도, 환한 곳에 나오면 어쩔 수 없이 들통 날 주름을 보여주기 싫은 것이다.

  신 여사가 바람이 난 거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신 여사는 춤추러 다니는 것을 전혀 숨기지 않는다. 도리어 춤을 매우 건전한 운동 내지 놀이로 여긴다. 남의 말투와 행동을 고대로 따라 하기를 잘하는 신 여사가 콜라텍에 가서 만났던 영감 얘기를 들려주면 다들 배꼽이 빠진다. 부끄러운 행동을 안 하니 감추고 자시고 할 것이 없는 신 여사다. 또 하나, 신 여사의 나이가 몇 살이냐면, 37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따지자면 83살이다. 그 나이에 무슨 바람을 피겠는가? 하지만 신 여사는 나이답지 않게 허리가 꼿꼿하고 몸이 반듯하다. 급한 일이 있어 뛰는 것을 보면, 웬만한 중년 아줌마 못지않다. 앞에 진창이 있어 뛰어 건너는 모습은 더 가관이다. 80대로 믿기 힘들다. 예전에 무릎 관절을 다쳐 치료 받으러 병원에 갔더니, 아주머니처럼 두껍고 단단한 도가니는 본 적이 없다며 의사가 혀를 내두르더란다. 완전 통뼈 신 여사는, 다만 귀청 터지게 쿵쾅거리는 카바레 음악 때문에 걸린 난청 빼고는 아직까지 신체 건강은 이상무다. 보건소에 가서 치매 검사를 했더니, 계산도 잘하고 기억력도 매우 좋다며 걱정 말라고 하더란다.

  “내 나이 되도록 이렇게 건강한 이유가 뭔지 아나?” 심하게 정상을 벗어난 결벽증과 오랫동안 지속해 온 부실한 식사, 그리고 우려될 만한 생활환경을 걱정하는 자식들에게 신 여사가 하고 싶은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 신 여사가 말도 안 되게 건강하게 살아온 비결이, 소식, 소찬에 누구도 감당 못할 오묘하고도 기상천외한 섭생 원칙이지 않았을까? 글쎄? 타고난 건강 때문이라면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납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진실은 있다. 건강식 영양제 챙겨 먹으며 상식에 맞는 바른 생활을 하며 사나, 신 여사처럼 모순투성이의 엉망진창 건강법으로 사나, 한세상 잠시 살다 가는 건 매한가지라는 것!

  오늘도 신 여사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내 마음 편하면 그게 다요. 그랑께 내 하고 싶은 대로 살고잡소!” 아무리 그렇더라도 신 여사님! 결벽증 걸린 걸 인정하시고 고치려는 노력을 하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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