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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1] Critique: 창작오페라 석주 이상룡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08.16 09:13
  • 수정 2019.09.2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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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5일 광복절, 여의도 KBS홀에서 공연된 오페라 석주 이상룡

한국 창작 오페라의 비상과 발전을 위한 고언

 서양음악이 한국에 유입되는 과정에서 오페라를 비롯한 여러 공연예술 장르가 들어온 지 어언 100여 년이 흘렀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공연예술이라는 장르를 이 땅에 정착하기 위한 여러 실험과 시도가 있었다. 그 결과 인구나 국토의 크기에 비례, 동서양의 여러 장르를 막론하고 여러 오페라, 뮤지컬, 발레, 현대무용, 국악극 등 동서양의 여러 장르를 막론하고 활발하게 공연과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단기간에 비하면 실로 엄청난 속도로 이룬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뮤지컬 시장이 2000년대로 넘어와 양적, 질적 발전을 거듭하고 그에 따른 투자와 자본의 유입으로 대중예술의 대표적 공연예술 장르로 자리 잡은 것은 주목할 일이다. 그에 반해 한국 창작 오페라는 역사가 70년이 넘었지만 예술적으로나 대중들에게 각인된 오페라 작품의 수가 뮤지컬에 비해 현저히 적으며 대부분의 작품들이 일회성 공연으로 그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대다수의 한국 창작 오페라가 대중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데 실패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선 언어장벽과 예술작품에 대한 탐구의 번거로움 때문에 오페라의 가치가 폄하되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클래식의 상업화를 선도해온 것은 공연예술, 그중에서도 오페라였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커튼콜.
커튼콜.

 대구에 본거지를 둔 로얄오페라단은 로얄오페라단은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김창숙 선생의 삶을 그린 <심산 김창숙>을 시작으로 2012년에는 ‘임진왜란 발발 420주년’을 맞아 <아! 징비록>을 제작하였는데 이때의 서울 KBS 홀 공연은 예술, 사회, 교육적 가치를 인정받아 공연 영상이 국립 영상물 자료원에 비치되었고 ‘제5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창작 부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으며 광복 70주년 기념 창작 오페라로 이철우 작곡의 <김락>을 안동문화예술의전당과 서울 KBS 홀에서 공연하는 등 대구, 경북지역에 창작 오페라의 제작 기틀을 마련한 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2019년 8월 15일에는 광복절에 맞춰 서울 KBS 홀에서 신흥무관학교 설립자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석주 이상룡>을 제작하여 일본의 경제침략으로 반일 감정이 고조된 현 시국에 무늬만 광복 음악회에서 벗어나 애국심을 고취하고 독립운동가의 파란만장한 삶을 알 수 있는 한편의 역사극이었다.

 이순신이나 안중근, 김구 등의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존경하는 그 인물들의 일대기를 극화하거나 지방자체제가 시행됨에 따라 각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연계 또는 지원을 받아 그 지역의 출신 인물들의 성공 스토리나 일대기를 음악화하여 지역을 홍보하고 문화상품화하려는 시도들이 여러 있었다. 비슷한 방식의 인물 서사시를 오페라화해서 성공한 유럽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작품을 내용을 인물 중심의 기본적인 서사구조에만 의지하다 보니 드라마틱 한 요소가 취약해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미흡하다. 우리나라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오페라에 정통한 오페라 대본작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오페라라는 극음악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 옴니버스 식의 평면적인 나열에 장면에 음악이 그때그때 들어가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세기의 오페라는 문학을 흡수하며 발전했다. 베르디는 문학작품을 토대로 오페라를 완성한 가장 대표적인 작곡가였다. 셰익스피어와 실러, 뒤마의 소설을 주 소재로 삼았고 바그너는 스토리텔링의 원천이자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신화와 설화를 주 소재로 하였다. 20세기에 들어와서도 대본, 즉 문학이 탄탄한 작품들이 오페라든 뮤지컬이든 영화든 성공하고 살아남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영상매체가 극도로 발전한 가상현실 구현까지 가능한 현시점에도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이야기가 모든 시작이자 뿌리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한국 오페라 역사에서 20세기는 수용과 수입 그리고 이식의 시대였고 창작 오페라에는 산고의 고통만 있었을 뿐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작품이 없다. 한국 창작 오페라를 작곡하기 전에 서양 오페라에 대한 철저한 음악적, 예술적, 사회적 이해를 바탕으로 인성 음악 분야의 작곡 기법에도 통달해야 한다. 작곡법에도 어느 하나에 매몰된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를 탐구하고 익히려는 의지와 노력은 절대적이며 이 시대의 관객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도 정확하게 파악하여 관람객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예술적 안목과 수준, 더불어 오락성까지도 겸비해야 한다. 그리고 언어와 문화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그 언어와 문화만으로 표출할 수 있는 정서가 작품 속에 잘 부합되어야지 음악적 즐거움과 극적 재미를 충족시키는 작품이 만들어질 것이다.

예술감독 이영기, 연출가 이상민
예술감독 이영기, 연출가 이상민

 로시니의 <윌리엄 텔>이나 차이코프스키의 <에프게니 오네긴>, 뮤지컬 <레미제라블> 심지어 영화의 <록키>시리즈 같은 것이 대표적인 인물 위주의 스토리지만 개인에만 치중하지 않고 그 인물이 살아온 시대를 조명하면서 시대 전체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공연예술물과의 차이점이다. 영화 쪽에서 <변호인>,<택시운전사>, <1987> 등이 한 개인의 이야기로 시대를 풀어가면서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히트를 친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오페라 본연의 고유성을 살리면서 소재와 다각화와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작품의 제작만이 진정한 오페라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살리는 길일 것이다. 우리의 우수한 창작 작품을 만들고 지속적인 공연을 통해 수정을 거듭하면서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작품의 질을 높인다면 한국 창작 오페라에 대한 청중들의 호응도 커질 것이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에 대한 가능성 또한 높아질 것이다. 종합예술의 총체를 통해 한국 문화의 자긍심과 위상을 자리매김하여 세계 속에 찬연한 빛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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