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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28] 콘서트 프리뷰: 최수열과 조진주의 Russian Night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08.11 09:50
  • 수정 2019.09.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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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화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부산시립교향악단 연주회

 제11대 최수열 예술감독의 부임으로 도전적인 기획력과 젊은 리더십으로 새로운 도약과 비상을 꾀하고 있는 부산시립교향악단이 서울에 온다. 2017년부터 부산시립교향악단을 맡고 있는 지휘자 최수열과 현재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학교 부교수이자 2014년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의 이름을 앞세워 네이밍 마케팅으로 러시안 나이트, 즉 림스키 코르사코프와 차이코프스키, 2명의 러시아 작곡가의 대표작을 연주한다.

최수열과 조진주의 Russian Night 공식 포스터
최수열과 조진주의 Russian Night 공식 포스터

"사상 처음으로 음악작품에서도 악취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헌정 받은 당시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교수였던 레오폴트 아우어가 한 말이다.

"기교적으로 도저히 연주 불가능하다."

이건 곡의 초연 후 당대의 저명한 음악평론가 한슬릭의 지적이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만큼 엄청난 혹평에 시달린 작품도 드물 것이다. 당대의 유명 연주자, 비평가들은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인신 비하적 발언까지 차이코프스키와 그의 작품들에 퍼부었다. 이 곡의 진가를 제대로 안 바이올리니스트 아돌프 브로즈키만이 유일하게 연주여행 때마다 자진해 연주하면서 차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오늘에 와서는 베토벤, 브람스(또는 멘델스존)의 것과 더불어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평가 받고 있으니 이 곡은 그야말로 고진감래(苦盡甘來), 화씨벽(和氏璧)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연주자들 중에는 그러는 사람이 없지만 아카데미즘에 빠진 서유럽 음악 사조와 우월성을 맹신하는 작곡가, 음악학자들에게 차이코프스키는 B급 작곡가 정도로 폄하된다. 그러든 말든 이 곡은 연주자들과 청중들에게 최고의 인기곡이다. 바이올린 독주의 눈부신 근대적 연주 기교와 오케스트라의 풍부한 색채, 러시아 민요의 가미로 인한 애수에 젖은 아름다운 선율 등은 참신하고 독창적이다. 처음에 아우어에게 바쳐진 이 곡은 후에 브로즈키로 헌정자가 바뀌었다. 차이코프스키에겐 정작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도 않으면서 백 마디 천 마디 입으로만 나불대는 사람들보다 한 사람의 브로즈키로 충분했다.

시가행진 중인 해군군악대, 사진제공: 뉴시스, https://news.v.daum.net/v/20160815204132683
시가행진 중인 해군군악대, 사진제공: 뉴시스, https://news.v.daum.net/v/20160815204132683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하얀 정복의 마도로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음악적 원류이자 영감의 샘물은 해군 장교 출신으로 오대양 육대주를 누빈 마도로스적 기상이다. 그래서 '아라비안 나이트'로 잘 알려진 설화 '천일야화'를 바탕으로 한 <세헤라자데>가 그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남은 건 우연이 아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모험이라는 바다와 진출이라는 명제와 너무나 딱 들어맞는 이국적인 색채와 악풍이 농후한 <세헤라자데>를 만든다. 그래서 보지 않고도 눈에 보이는 듯이 음악으로 장면들이 연출되고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펴면서 꿈과 환상의 동화에 빨려 든다. 잔혹한 술탄에게 죽지 않으려고 1001일 밤 동안 계속해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주인공 세헤라자데로 감상자가 빙의하여 같이 관능적으로 술탄을 유혹하고 험한 파도를 헤쳐 나가고 왕자와 공주가 되서 사랑에 빠지는 등 모든 인생의 희로애락과 영원히 끝나지 않는 네버엔딩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여담으로 김연아 선수가 2008-2009 시즌에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으로 선곡해 더욱 알려진 곡이기도 하다. 그만큼 음악 자체로 스토리가 풍성하고 뭔가 만들어내고 끄집어 낼 것이 풍부한 마르지 않는 램프 같은 곡이다.

 무더위를 날려 버릴 러시안 아라비아나이트가 될 거라 벌서부터 음악회가 기다려진다. '오늘 밤 내 이야기를 들어보세요~~'하면서 하프의 아르페지오에 맞춰 바이올린의 긴 음으로 여리고 가늘게 세헤라자데는 입을 떼고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나올까 숨 죽여진다. 그 음과 음악적 순간을 상상하고 음미하니 벌써부터 더위가 싹 가시고 전율이 인다. 2부의 <세헤라자데>와 1부의 차이코프스키 모두 바이올린이 이야기꾼(Storyteller)이다. 물론 여행을 떠나면 부산시향의 전 파트가 어우러져 꿈과 환상의 <한 여름밤의 꿈>으로 우릴 이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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