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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프리뷰: 아르티제 "D" 말러리안 시리즈 4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08.05 08:47
  • 수정 2019.08.0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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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수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슈베르티아데, 바그네리안.....다들 특정 작곡가와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일컫는 용어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을 아미(ARMY)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러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을 말러리안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다른 클래식 작곡가의 팬들보다 더욱 열성적이고 실천적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지휘자 진솔을 필두로 아르티제 D(Delight)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일환으로 음악 전공, 비전공 여부에 개의치 않고 말러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말러의 곡을 직접 연주하는 감동을 맛보기 위해 창단된 단체의 이름으로까지 등록되었다. 그런 말러리안이 오는 8월 7일 수요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말러의 교향곡 6번을 들고 무대에 오른다.

8월 7일 수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의 말러리안 시리즈 4의 공식 포스터
8월 7일 수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의 말러리안 시리즈 4의 공식 포스터

 전 세계 유명 악단들이 앞다퉈 자신의 곡을 연주하고 '대지의 노래'보다 더 먼 동쪽의 반도에서 직업 음악가와 음악 애호가들이 함께 모여 그의 작품을 연주하니 말러는 참으로 행복한 작곡가다. 모차르티안,리스토마니아 등 예나 지금이나 작곡가의 작품을 추종하고 숭배하는 마니아들은 존재해왔고 이들의 범주는 마일드한 지지자들부터 광적인 사생팬까지 포괄적이긴 하나 말러리안 같이 감상과 토론의 범주를 넘어 직접 연주라는 행위까지 도달한 팬덤은 극히 드물다. 교향곡 2번에 빠져 직접 악보 편집과 연구까지 상당한 귄위자 수준에 올라 자신이 직접 교향곡 2번 <부활>을 지휘하기 위해 지휘 수업을 받고 오케스트라까지 빌려 자신의 소망을 이룬 언론사 자아 길버트 캐플런 같은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말러리안은 행동적이고 열성적이다. 말러를 사랑하고 아끼는 일차적인 공통의 관심사로 만나 악기를 습득하며 취미를 전문적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Abraham Masslow,1908-1970)가 인간의 5단계 욕구 구조 중 가장 최상에 위치한 자아실현의 욕구(Self-Actulization needs)의 명백한 방증이다. 말러를 매개로 직접 참여하면서 심리적, 경제적, 예술적인 유희로서 그 유희 안에 관계를 맺고 서로 시너지를 창출한다.

말러리안과 지휘자 진솔, 사진출처: https://www.facebook.com/artiseed
말러리안과 지휘자 진솔, 사진출처: https://www.facebook.com/artiseed

<비극적>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말러의 교향곡 6번은 제목 때문에 비극적인 악풍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투쟁적인 요소가 강하다. 전체를 다 듣고 나면 3악장만 딴 세상에서 불쑥 떨어진 듯 평화롭고 목가적인 악풍에 생소한 느낌을 받고 1과 2악장이 악장만 따로 분리되어 있지만 조성도 같고 한 묶음이요 피날레인 4악장이 3악장의 나란한조인 C-minor로 1악장의 투쟁과 처절함을 계승된다. 1악장은 군대 풍의 행진곡인데 해골들이 무덤에서 일어나 걸어 나오는 느낌의 '해골 전사들의 행진'이며 4악장은 투쟁의 종결로서 하나의 세계(Cosmos)로 모든 것을 귀납해보면 하나의 세계(Cosmos)로 모아진다. 6번 교향곡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은 점은 느린 악장인 안단테와 스케르초 악장의 순서 문제다. 말러는 스케르초를 2악장에, 느린 안단테 악장을 3악장에 배치하고 초연하였지만 이후 2악장 안단테-3악장 스케르초의 순서로 배열을 바꾸고 적어도 말러 사후 1919년까지의 연주는 말러의 이 수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교향곡의 분위기와 형식적인 미학을 기준으로 필자 역시 스케르초-안단테 배치가 합당하다고 보지만 어느 쪽인 정답인지는 말러가 확실히 정답을 내려주지 않고 세상을 떠서 계속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그래서 이날의 연주는 어떤 순으로 할지 궁금하다. 포스터 중앙의 말러 얼굴에 세 개의 악기가 있는데 그중 가운데에 해머가 있다. 왜 음악회 포스터에 토르 망치가 있는 의아할 테다. 4악장에서 영웅에 대한 타격을 묘사한 '운명의 타격'이라 불리는 장면은 6번의 마스코트로 인식되고 있다. 해머를 몇 번 치네, 해머의 타격이 말러의 운명을 암시하네, 스케르초와 안단테 위치에 대한 설왕설래까지 이렇게 할 말이 많은 곡이 좋은 곡이다. 논쟁의 소지가 많은 주제가 논문 쓰기 적합한 것과 같은 이치다.

 말러는 어느 누구보다도 작품을 쓰면서 고민하고 갈등했던 작곡가이며 말러 자신의 말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려고 하였다. 현학성과 단순함의 공존, 보편성과 특수성의 조화, 고상함과 키치의 타협, 자연에 대한 무한한 경외와 절대적인 신에 대한 찬양과 인간에 대한 사랑, 이 모든 사물과 존재를 하나의 세계로 만들고 포용한다. 그래서 말러의 음악은 전 지구적, 우주적, 유니버설(Universal) 하다. 그래서 이번 말러리안의 연주, 역시 포용과 화합이 허세와 우월성 앞에 놓여야 한다. 말러 같은 곡을 연주했다고 우월한 성취감에 빠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 말러든 뭐든 각자가 좋아하고 즐기는 음악은 다 똑같은 음악으로 존중받는다. 비판을 전제로 하지 않은 예술은 이미 예술로서 수명이 다한 무분별한 찬양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말러 음악의 본질은 포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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