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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하는 청소년 음악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08.0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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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은 레슨과 콩쿠르, 입시 아카데미, 여 름음악캠프, 청소년 음악회 등등이다. 그중 방학만 되면 넘쳐나는게 청소년 음악회다. 학생들의 방학 활동과제로 음악회 감상 후 티켓이나 팸플릿 또는 감상평을 작성해서 제출하여야 하니 청중들이 생기고 타깃이 고정되었다. 사업과 정책과 딱 들어맞는 호기다. 그러다 보니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어 교과서와 연계된 곡들 위주로 현장에서 실황으로 직접 들어보면서 클래식 음악을 알고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 하에 청소년 대상 음악회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Young People's Concert에서 What is American Music?이란 타이틀로 관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중에 분명 클래식 음악의 매니아가 생겼을 것이요 현재 미국 음악의 거장으로 성장한 사람이 있었을 테니 미국 음악발전의 주춧돌이었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Young People's Concert에서 What is American Music?이란 타이틀로 관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중에 분명 클래식 음악의 매니아가 생겼을 것이요 현재 미국 음악의 거장으로 성장한 사람이 있었을 테니 미국 음악발전의 주춧돌이었다.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의 효시는 미국 뉴욕 필하모닉의 중요한 과업 중 하나인 청소년 음악회가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의 효시이자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에 대중을 위한 전인교육이 보편화 되면서 영국의 벤자민 브리튼 같은 작곡가는 관현악의 악기를 청소년들에게 알기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The young person's guide to the orchestra) 같은 작품을 쓰기도 했으며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24년부터 현재까지 계속되면서 청소년 오케스트라, 학교와 연계한 프로그램 등으로 음악교육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중 레너드 번스타인이 뉴욕 필하모닉을 이끌었던 당시 청소년 음악회는 음악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음악가에서 음악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하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고민이 반영된 학습으로 번스타인이 직접 대본을 쓰고 학생들의 반응에 따라 두 가지의 다른 내용이 적혀있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상세하게 준비하면서 기술적인 리허설, 녹화 전의 총 리허설등 최상의 준비와 다양한 레퍼토리로 미래의 음악인, 그리고 새로운 클래식 음악 팬들을 만드는 음악의 근간 역할을 하였다.

구글에서 청소년음악회라고 검색해보니 대번에 형형색색의 포스터들이 봇물 터지듯 나와 행복한 선택의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사진은 특정음악회와 상관 없음)
구글에서 청소년음악회라고 검색해보니 대번에 형형색색의 포스터들이 봇물 터지듯 나와 행복한 선택의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사진은 특정음악회와 상관 없음)

 그런데 우리나라에서의 청소년 음악회는 어떤가? 대개의 홍보문구가 <지루하고 어려운 클래식>이라고 시작하면서 음악인들 스스로 자신이 하는 음악이 지루하고 어렵다고 자인하고 있다. 물론 대중음악과 유행가에 비해 지루한 건 사실이지만 왜 지루하고 그런 상업적인 노래들과 어떤 차이가 있고 클래식 음악만이 들려줄 수 있는 감동과 예술성이 무엇인지를 부각시켜야지 자신이 종사하는 상품이 별로 좋지 않지만 내 것은 좀 다르다 식의 접근법과 관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장사치 마인드로는 제살 깎아먹기이다. 그러다 보니 교과서에 수록된 곡들은 당연하고 그 외 익숙하고 친근한 누구나 들어도 알만한 곡들로밖에 프로그램이 짜일수 밖에 없다. 여기저기 청소년 음악회란 이름으로 출연자만 다를 뿐 같은 곡이 연주된다. 그나마 연주라도 최상이어야 클래식 음악이 <덜 지루하고 어렵지> 않을건데 대중적인 클래식 프로그램을 제대로 연습도 하지 않고 무대에 올라와 연주하면서 무슨 감동을 바라겠는가. 거기에 부족한 음악적 재미를 보충하기 위해 퍼포먼스와 재미와 흥미 위주의 해설로 점철을 해놓고 청소년 음악회란 이벤트로 한탕하려는 마음이지 얼마나 청소년을 위한 교육과 미래에 관심과 공부가 밑받침이 되었는지도 묻고 싶다. 번스타인만큼의 전문성이 없으니 그냥 피아니스트가 쇼팽의 즉흥환상곡 하나 치고, 남자 성악가가 투우사의 노래 하나 부르고 내려가는 식이 우리나라의 청소년음악회다. 부모들도 가관이다. 부모들 자체부터 음악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없고 자기들도 클래식 음악에 대해 1도도 모르니 그저 학교숙제에 불과하다. 입시생 부모라면 좀 다를거 같지만 자식 뒤치닥꺼리를 위해 뛰는 거 뿐이지 음악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없기에는 대동소이하다. 엄마들끼리 같이 묶어서 오는 건 그나마 양반이다. 휴일 오후 마지못해 도살장 끌려오듯이 반바지에 슬리퍼 짝짝 끌고 와서 애들만 들여보내고 밖에서 핸드폰이나 하고 있는 아빠들의 모습은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홀 안은 북적거려 기획자는 돈이 되니 좋겠지만 도저히 음악을 감상 할 수 없는 시장바닥이나 마찬가지고 그 안에서 진정 음악을 듣고 감흥을 받는 사람이 소수의 학생들이 있을건데 그들의 감상이 막대하게 방해 받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매년 되풀이 되는 이런 행사에 확실한 건 이런 취지의 음악회를 통해 그래도 클래식 음악에 감명 받고 제2의 조성진, 제2의 임지영을 꿈꾸는 학생들이 나오고 자신들이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는 지경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는 거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 청소년 음악회의 목적이 있고 교육의 참 기능이 있다. 다들 클래식을 좋아 할 수 없다. 그게 클래식음악이자 문화예술의 특수성이다. 그래서 음악은 경영의 소재가 될 수 없고 경영의 논리로 풀 수 없는 심원한 세계이다.

 쭉 기술하다 보니 감상과 유희로서의 음악이 아닌 입시와 성공을 위한 교육 아이템만이 음악에서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거 같아 씁쓸하다. 이걸 바꿔야 한다. 이 패러다임과 체제는 이제 수명을 다했으니 대체해야 한다. 오늘도 어디선가 밤의 여왕의 아리아가 불리고 피아졸라와 웨버의 뮤지컬이 청소년들에게 연주되고 있을 테다. 하지만 위 영상처럼 2017년 1월의 겨울방학에는 피아니스트 구미정과 이미은이 우리나라 창작음악인 <굴렁쇠 타령>을 청소년 음악회에서 모차르트, 브람스 등의 다른 곡들과 같이 연주하였다. 음악회 끝나고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현시대에 작곡된 우리 창작음악이 흥겹고 제일 좋았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아직까지 재연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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