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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클래식 히어로 II 8월1일 목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08.02 09:08
  • 수정 2019.08.0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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꿉꿉한 날씨를 대번에 날려버린 뼛속까지 시원하게 만든 북구의 청량함.




 지리한 장마가 끝났다는데도 비가 내리는 8월의 첫날, 이영조의 <아리랑 축제>, 임지영이 협연하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4번이 클래식 히어로 II란 제목의 제215회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는 북구에서 불러온 청량함으로 꿉꿉한 날씨를 대번에 날려버린 뼛속까지 시원하게 만든 연주회였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제215회 정기연주회, 8월1일 목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제215회 정기연주회, 8월1일 목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이영조의 <아리랑 축제>는 퓨전한복을 연상케 했다. 우리 고유의 정신과 정서를 서양의 얼개에 담는다는 것이 이영조의 주된 음악철학이다. 서양의 음악기법, 더 나아가 서양문화를 받아들인 모든 나라들은 공통의 고민이 있다. 수입품의 자국화에는 항상 두 부류의 상반된 집단이 생기기 마련이다. 서양의 음악적 기틀에 지나치게 구애되어 그것을 교조적으로 답습, 모방하는게 한 부류라면 이영조 같이 서양의 작곡기법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옛 것을 오늘에 맞게, 서양의 것을 한국화 한, 개성 있는 작품의 창작에 주력하는 작곡가 그룹이 있다. 서양의 작곡기법과 자국의 전통 음악양식의 접목에는 언제나 조화와 양립이라는 음악적 이상과 과제 앞에 하나의 가능성과 물음표를 남기고 있다. 바르토크일수도 있고 피아졸라와 양방언일 수도 있다. 어느 길이 맞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지향점은 같을 뿐.

자신의 곡이 끝나고 무대인사하는 작곡가 이영조
자신의 곡이 끝나고 무대인사하는 작곡가 이영조

 임지영에게는 대가의 풍모가 느껴졌다. 입장 때부터 여유로움과 당당함이 묻어났다.도저히 그 나이 연주자의 연주라고 인식되어지지 않을 정도의 완숙한, 한치의 흐트러짐도 용납되지 않은 고도의 집중력과 흡입력을 보여준 연주였다. 그래서 빨려들었다. 자신이 주도권을 쥐면서 오케스트라, 지휘자, 듣는 사람까지 블랙홀처럼 빠져들게 만들었다. 임지영의 시벨리우스는 임지영이 비루투오소 현악기 연주자가 아닌 우리나라 음악계를 대표하는 거목, 마이스터 성장하고 그 길을 가길 절로 소망하게 만들었다. 임지영이 앙코르 곡에 대해 언급할 때 뒤 하필이면 뒤의 아저씨가 떠드는 바람에 무슨 곡인지 듣지 못해 짜증이 확 밀려 올 정도로 임지영의 연주는 집중하게 만든다. 앙코르 역시 임지영이니 할 수 있고 임지영에게나 들을만한 곡이었다. 임지영은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다. 이미 대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미 대가(Meister)의 풍모를 풍기는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열연
이미 대가(Meister)의 풍모를 풍기는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열연

 2부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은 유쾌, 상쾌, 통쾌했다. 차이코프스키만의 특유의 정서와 DNA가 우리나라 국민성과 부합되어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관객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다들 즐거워했다. 이영조의 <아리랑 축제>가 만약에 이런 식었다면? 아니 이영조 외에 우리나라 작곡가들의 작품 중에 이런 스타일로 우리 민족의 흥과 한에 딱 들어맞는 정서적 교감이 충만한 관현악곡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논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감성적인 우리 민족에게 신명나게 한번 놀아 볼 수 있는 마당이 필요하다. 듣는 사람은 신날지 모르겠지만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의 각 파트는 협주곡을 방불케 할 정도로 어려운 연주테크닉을 요구한다. 멜랑코니와 풍자가 교묘히 혼합된 클라리넷의 1악장 2주제, 파트별 경쟁으로 바르토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2악장을 예견케 하는 스케르초 3악장, 그리고 민중들의 잔치인 4악장 모두 카타르시스를 듬뿍 맛보게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의해 활기차게 펼쳐진다. 가끔은 이렇게 코리안 심포니라는 기장이 모는 청룡열차에 몸을 맡기고 폭주해 보는 것도 장마와 무더위에 지친 우리네 인생의 낙이자 삶의 충전 아니겠는가! 시국이나 날씨가 여러모로 답답한 요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덕에 후련했다. 이래서 음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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