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윤 한 로
나는
나 자신
그러나 지금
그대 또한
그대 자신
아니 나 자신보다
더욱더, 뱃속 깊이
나 자신
이어야만
내 눈에 비친
그대 웬지
너무나도 싫기 때문
역겨웁기 때문
한 떨기
이슬방울
같기 때문
시작 메모
<진달래꽃>에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신다’는 건, ‘님이 날 역겨워한’ 게 아니라, ‘내가 님을 역겨워한’ 거구나. 또한 ‘즈려 밟는다는’ 건, ‘님이 나를’도 아니고, 순전히 ‘내가 님을’이었구나. 소월은 그걸 거꾸로 썼을 뿐이구나. 안 그러면 그렇게 ‘진달래꽃처럼’ ‘사뿐히’ ‘즈려 밟을’ 수야 있겠는가. 우리 마음에는 역겹기 때문에, 더더욱 한 떨기 이슬방울 같기만 한 그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