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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음악] 김종삼 시인의 드빗시 山莊 19

박시우 시인
  • 입력 2019.08.01 17:07
  • 수정 2019.09.2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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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현악사중주 제13번 5악장 ‘카바티나’

잔잔한 성하(聖河)의 흐름은
비나 눈 내리는 밤이면
더 환하다.

-김종삼 ‘성하’ 전문

▲부다페스트 사중주단이 연주한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스테레오 음반. ⓒ박시우
▲부다페스트 사중주단이 연주한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스테레오 음반. ⓒ박시우

『문학과지성』 1977년 봄호에 발표한 시입니다. 고백하건대 한동안 성하(聖河)를 성하(星河)로 오독한 적이 있습니다. 원문 그대로 성하(聖河)로 이해하면 신앙심과 연결된 성스러운 강물이나 삶과 죽음을 가르는 고대신화와 불교에 나오는 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저는 성하(星河)로 착각하고 은하수 이미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시의 내용이나 분위기가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느껴서 그랬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았지만, 성하(聖河)와 성하(星河)는 시의 맥락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는 어떤 숭고하고 거룩한 흐름이라고 해석하며 애써 저를 위로하였습니다.

짧은 이 시를 읽으면 베토벤 현악사중주 제13번 5악장 ‘카바티나’가 생각납니다. 의지가 강했던 베토벤도 이 곡을 작곡할 때 너무 아름다워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이때 베토벤은 청력을 완전히 상실했지만, 음표들은 꿈틀대며 살아서 마음을 흔들었을 겁니다.

카바티나는 짧은 서정적인 아리아를 말하는데, 고전파 시대에는 기악곡으로도 작곡되었습니다. 유명한 영화 『디어 헌터』에도 ‘카바티나’라는 부제가 붙은 음악이 나와 유명세를 치렀지만, 베토벤과 영화음악의 ‘카바티나’는 다릅니다.

베토벤의 카바티나는 지금도 보이저호에 실려 광활한 우주를 날아가고 있습니다. 미항공우주국 나사가 외계에 알리기 위해 지구와 인류의 다양한 자연․문명 사진을 선정하여 제작한 황금 레코드에 수록된 음악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황금 레코드에는 바흐(3곡), 모차르트(1곡) 베토벤(2곡), 스트라빈스키(1곡) 음악이 들어있는데, 특히 카바티나는 언제 만날지 모르는 외계에 전하는 인류의 아름답고 따뜻한 메시지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보이저호에 실린 카바티나 음원은 부다페스트 현악사중주단의 스테레오 음반으로 알려졌습니다. 부다페스트 사중주단은 16곡에 달하는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을 1950년대 초반의 모노 음반과 1958~1961년 스테레오 음반 두 종류를 남겼습니다. 후자의 음반은 최초의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스테레오 녹음이라는 기록과 더불어 후대의 현악사중주단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명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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