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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기행4] 거미 문신을 한 여인들

이해선 전문기자
  • 입력 2019.08.01 01:36
  • 수정 2019.09.2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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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빌리지 투어

ⓒ이해선

문신의 풍습은 원시시대부터 있어 왔다.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등. 고대문명 발상지에서 발굴된 미라에서도 문신이 새겨져 있었으니 인류 문신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문신은 주술적 행위이기도, 아름다움을 위한 장식적 요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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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락우 디스커버리 힐에서 일몰을 보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한 청년이 다가와 내일 ‘친족 빌리지 투어’에 좌석 하나가 남았다며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곳은 라이센스를 가진 가이드를 동반해야만 들어 갈 수 있는 곳이고, 혼자 가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아 주저하고 있던 참이었다.

‘친족 빌리지 투어’란 얼굴에 거미문신을 한 여인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방문하는 투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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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이곳저곳에서 신청자들을 태운 차는 비포장 길을 툴툴거리며 므락우 교외를 내달렸다.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이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왔다는 남성은 이곳이 세 번째 방문이라고 했고, 일본에서 왔다는 사진작가도 두 번째 방문이라며 인사를 했다. 므락우를 출발한지 30여분, 강 하나가 나타났고, 강변 선착장에는 작은 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도에 레이묘 강(Lay myo River)강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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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더니 강물의 흐름 상태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요즈음은 두 시간 남짓 걸린다고 했다. 강물은 잔잔했고 하늘은 맑았다. 강이 우기로 접어들면 강폭이 두 배로 늘어나며 물길도 사나워진다며 건기인 지금이 가장 좋을 때라고 한다.

사람들과 짐을 실은 작은 동력선들이 강을 오르내렸다. 배 대신 대나무 뗏목위에 타고 가는 사람도 보였다. 이곳 사람들에겐 이 강이 중요 교통수단인 모양이다. 이따금씩 강변에서 아낙들이 빨래를 하고 목욕을 했다. 인공구조물 하나 보이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강변 풍경들이 스쳐지나갔다. 레이묘강 뱃길 여행은 평화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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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배를 세우고 우리 일행은 땅콩 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마을로 올라갔다. 마을 아이들과 돼지들이 달려와 우리를 반겼다. 우리를 안내한 청년은 이곳이 고향이라며 동네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했다.

이 마을은 관광객들이 입장료 비슷하게 기부하는 돈과 할머니들이 손수 짠 직물 등을 팔아 생기는 수익금이 주 수입원이다.

두어 명의 할머니들을 만나 뵙고, 옆 마을로 이동했다. 바나나농장 숲을 헤치고 땅콩 밭을 가로 질러 찾아 간 마을은 학교도 있고, 30여 가구가 산다고 했다.

학교 표지판에 영문으로 Pann poung Village라 적혀 있었다.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지난번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이라며 들고 와 할머니들께 드렸다. 할머니들은 사진으로 보는 당신들이 낯선지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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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의 풍습은 원시시대부터 있어 왔다.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등. 고대문명 발상지에서 발굴된 미라에서도 문신이 새겨져 있었으니 인류 문신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문신은 주술적 행위이기도, 아름다움을 위한 장식적 요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 마을 할머니들의 얼굴 문신은 슬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외세의 침략이 많았던 곳이라 여자들의 얼굴에 문신을 해 침략자들이 여성들을 못 잡아가게 하였다고 한다.

통상 예닐곱 살 무렵, 문신을 시켰으며 마을에는 문신 하는 전문가가 따로 있었다고 한다. 1950년대부터 미얀마정부에서 문신하는 걸 금지시켜 지금은 연세 드신 할머니 일곱 분 정도만 살아계신다고 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이곳에서는 왜 거미 문신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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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는 예로부터 인간과 밀접한 동물이다. 신화나 예술작품, 장신구 등에도 자주 등장한다. 나스카 지상그림에도 거미 문양이 있고,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거미인간의 활약상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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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할머니가 베틀에서 베를 짜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라크네는 베를 짜고 수를 놓는 재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직물의 신인 아테나 여신의 저주로 거미로 변해 영원히 베를 짜게 했다.

그렇다면 혹시 이 할머니도 거미 문신의 저주 때문에 저렇게 베틀에서 일생을 보내야 했던 건 아닐까?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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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거미가 부정적인 이미지만은 아니다. 중국 소수민족인 통족 신화에는 ‘싸텐바’라는 거미여신이 등장한다. 통족은 아이가 아플 때 거미를 잡아 주머니에 넣어 아이 머리맡에 두거나 거미모양의 장신구를 달아 곁에 두면 사텐바 여신의 가호를 받아 병이 나았다고 했다.

원두막처럼 생긴 별채에 동네에서 가장 연장자인 할머니 한 분이 우리 일행들을 맞았다. 올해 여든 셋이라 했다. 할머니는 앞을 못 보셔서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쓰다듬으며 촉각으로 인사를 했다. 내 손을 잡고는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손이 참 부드럽다. 손에서 향기가 난다. 반갑다며 눈물까지 훔치셨다.

할머니가 손으로 쓰다듬는데 마음 따뜻해지며 힐링이 되었다.

여행길에서 만난 거미여인들,

그들에게는 사텐바 거미여신처럼 병을 낫게 하는 신비한 능력이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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