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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먹튀와 해외 유수 클래식 단체의 내한공연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07.30 08:32
  • 수정 2019.07.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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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구매한 항공권이나 공연 좌석권을 사용하지 않는 건 본인의 돈을 날리는 거니 상관없지만 식당에 좌석을 예약해 놓거나 자리만 선점해 놓고 별도의 취소 통보 없이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는 준비한 측에게는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입히고 그 사람들 때문에 공연 관람이나 식사를 하지 못하는 피해자도 생기는 등 많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무책임한 행위이다.

당초 계약과는 달리 호날두는 와서 단 1초도 경기를 뛰지 않았다. 사진 갈무리: MBN 뉴스와이드
당초 계약과는 달리 호날두는 와서 단 1초도 경기를 뛰지 않았다. 사진 갈무리: MBN 뉴스와이드

 지난 26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선발팀과 이태리 명문 축구팀 유벤투스 투린과의 친선경기에서 세계 제일의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당초 45분 이상 뛰기로 한 약속과는 달리 그라운드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고 벤치만 지키고 팬미팅과 사인회 등 행사에도 불참하는 등 그를 보기 위해 운집한 6만 5000명의 축구팬을 철저히 농락했다. 애초부터 오후 3시 입국해서 5시간 뒤 경기를 치르고 새벽에 출국하는 빡빡한 일정에서 예견된 참사였다. 최고 40만 원대까지 표값이 불렸으며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프라이빗 룸인 스카이박스 29실은 1700만 원에 판매되어 어림잡아 입장료만 60억 원대에 이르른데 약속을 어긴 호날두와 유벤투스 구단은 이중 40억 원 정도를 챙긴다고 한다. 즉 호날두는 한국에 온 10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몇 번 얼굴을 보여주고 벤치에 앉아 있다 다시 집에 가고 몇 십억 원을 번 것이다. 근육 이상이 있다며 출전하지도 않았으면서 이탈리아로 돌아가자마자 “집에 와서 좋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러닝머신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자신의 SNS에 공개해 또 한 번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7월 28일 자 MBN 뉴스 8에서는 이번 내한을 주관한 더 페스타 로빈 장 대표의 말을 빌려 "유벤투스가 조만간 사과 방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요 정말 예의를 갖춘 방문으로 진정 어린 사과를 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팀 K리그와의 친선 경기 다음 날인 27일 호날두가 본인의 SNS에 올린 러닝 머신 영상. [호날두 SNS 캡처]
팀 K리그와의 친선 경기 다음 날인 27일 호날두가 본인의 SNS에 올린 러닝 머신 영상. [호날두 SNS 캡처]

 그런데 이런 코리아 패싱은 해외 유명 연주자들이나 악단의 내한공연에서 이미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들이다. 과거 1990년대~2000년대 초반에는 한국 음반 판매량이 나름 괜찮았기 때문에 순전히 음반 홍보만을 위해 한국 방송에 출연하는 식으로 내한한 아티스트들도 있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일본이나 홍콩, 동남아시아, 호주 등을 방문할 때 한국을 들르는 식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도 아시아 투어로 일본에 가게 되면 한국을 찾는 경우가 있지 단독으로 오는 경우는 드물긴 하다. 그건 우리나라를 무시하고 폄하라는 게 아닌 음악시장의 부재로 인한 수익창출의 어려움 때문이다. 유럽이나 북남미같이 육로로 이동이 가능한 것도 아니요 극동이란 명칭답게 장거리를 비행기를 타고 와 한국에서만 공연한다면 큰 수익을 내기 힘들고 또한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내수를 쥐어 짜야 하니 티켓값도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밖에 없어 세트로 묶는 계피 차 좋기 때문이다. 일본이야 세계 제일의 음악시장 강국이니 거기서 대접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런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더라고 두 가지 문제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첫째, 무성의한 연주와 워크 의식(Work ethic)

빠듯한 연주 일정에 지친 데다 우리 관객 수준을 그리 높게 보지 않은 연주자들의 무성의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는 연주가 종종 도마 위에 오른다. 이런 그들이 정신을 차리게 만들고 단 한 명의 관객 앞이라도 열과 성을 다해 연주하게끔 만드는 건 우리에게 달려 있다. 과학 사회학의 창시자인 로버트 킹 머튼은 <신약성서>의 '마태복음'에 나오는 "부유한 사람은 점점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라는 문장을 차용해 '이익-우위성의 누적' 메커니즘을 지적하고 '마태 효과'라고 명명하였다. 즉 저명한 연주자나 단체의 연주는 실제보다 부풀려지거나 확대된 형태로 유리한 형태로 대중들의 칭송과 갈채를 받으며 반대와 소수의견은 묵살하고 비평을 하게 되면 도리어 반동분자로 몰아간다는 뜻인데 세계적인 대가의 연주가 어떤 식이 되었든 관객들의 무비판적인 갈채와 환호에 연주자는 나태해지고 긴장이 풀어질 수밖에 없다. 연주자도 사람인지라 수준에 따라 공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물건에 대해 제대로 모르니 그저 파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값이 정해지고 거기에 위안이 삼고 자기는 그런 대가의 공연에 참석했다는 인증을 남기면 끝이다.

국제적인 인지도를 가진 외국 피아니스트의 연주회도 관객 동원, 초대권 배포를 하지 않은 순 입장객들은 다음과 같았다. 혹자는 마케팅의 부재라고 평했지만 위 한 장의 사진은 현 우리나라의 순수 클래식 애호가 수를 적나라하게 나타내주고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장면이다.
국제적인 인지도를 가진 외국 피아니스트의 연주회도 관객 동원, 초대권 배포를 하지 않은 순 입장객들은 다음과 같았다. 혹자는 마케팅의 부재라고 평했지만 위 한 장의 사진은 현 우리나라의 순수 클래식 애호가 수를 적나라하게 나타내주고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장면이다.

 둘째, 유명 연주자의 지명도에 편승한 기획사의 한탕주의

 검증이 되고 인지도가 있는 연주자를 섭외, 고가의 티켓 판매로 수입을 내는 건 마케팅과 기획 차원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일단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음악 생태계와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비즈니스 측면에선 수익을 내기 쉽다. 공연예술계를 넘어 모든 이벤트의 공통의 방식이다. 호날두가 되었든 커쇼가 되었든 두다멜이 되었든 고액을 들여 한국에 발이 딛게 만들면 이번 사태에서도 본 것처럼 구름같이 관중이 몰려들지 않는가! 참으로 기획사 입장에선 참기 힘든 유혹이다. 두 번 다시 이번과 같은 호날두 먹튀사건을 겪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맹목적인 인물 찬양과 숭배에서 벗어나야 한다. 호날두는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보고 싶어하고 단 1분이라도 전력을 다해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 거액을 들이고 궂은 날씨에 먼 데서부터 만사를 제쳐두고 온 축구팬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래도 호날두가 좋고 응원할 것인가? 호구와 봉이 되는 건 스스로에게 달렸다. 다만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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