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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자리 (윤한로 詩)

서석훈
  • 입력 2011.12.1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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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자리

윤 한 로

삼학년 돌 반
너구리 자리
그 자리에 앉고 싶다
수건 걸레처럼 찌그러져
기술이나 배얐다
두구둑 두구두구둑
책상 바닥에 손가락 드럼
삼삼하게 두들기며

바람에 돛폭 활짝 흘러가고 싶다
가도 가도 그 자리
쇠 물결 파도 떠나가지 못하는
일인용 돛단배 한 척
일지언정

그리하여 얀마,
선생님께 혼나고 싶다
너구리처럼
맑은 눈 가느스름 뜨고

시작 메모
우리가 알면 얼마나 더 알랴. 배웠으면 얼마나 더 배웠으랴. 가졌으면 얼마나 더 가졌으랴. 뻔한 이야기이지만 다시금 새삼스럽다. 광활한 우주의 눈과 시간으로 볼 때 그깟 것 종이 한 장 차이도 안 되니, 얼마나 쩨쩨하고 코딱지 같은 것이냐. 진짜 민중 시인, 민중 선생님, 민중 아버지, 민중 학생이 되어 봤으면. 자꾸 약해진다. 요즘 애들이 배우는 학교 책에선가 ‘한 방향으로 가면 일등은 한 명이지만 사방으로 가면 일등은 네 명이다’라는 내용도 나온댄다. 정말 마이 발전했다, 우리나라.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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