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퉤, 퉤

윤한로 시인
  • 입력 2019.07.25 22:38
  • 수정 2019.09.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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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한 로

, 천구백삼십년대 지금처럼 그때도
시인 박사 선상님들
애법, 먹물께나 먹었단 이들
, , 너도 나도 유식한 말
왜말 찌꺼기 좇아 쓸 때

봄봄 산골나그네 만무방 동백꽃
김유정만큼은 우리말 잘 살려 썼다

비리직직한 총각눔들
새끼 꼬고 나무하면서
장인 붕알 잡고 늘어지면서
지게작대기로 막 얻어터지면서
까무잡잡한 시골뜨기 가시내들
밭 매면서 빨래하면서 나물 캐면서
머스마들께 여시 떨면서
잡수풀 구렁에다간 냅다 훌치면서
땡전 한푼 없는 따라지들
흑흑. 땅바닥에서 먹고 땅바닥에서 자면서
오갈 데 없어
땅바닥 사랑을 나누면서

울고 웃고 쫑알대고 속삭이고
내뱉던 밑바닥 말 밑바닥 마음
밑바닥 짓거리들 싱싱하게 퍼 올렸으니
봐라, 김유정이야말로

이 땅에 풀도 새도 나무도
돌멩이도 지게작대기 부지깽이서껀
온통 알아듣잖냐

 


시작 메모
옛날에 애들한테 문장론을 가르쳤는데 우리말 바로 쓰기부터 가르쳤다. 지금 우리들이 우리말이라고 쓰는 게 왜말 찌꺼기에 얼마나 더럽혀졌는가고. 그러면서 먼저 찌꺼기 ‘-부터 줄여 쓰라고 했다. 이놈은 웬만한 우리 글에 엄청나게 달라붙는데, 이제는 ‘-와의’, ‘-에로의’, ‘-로서의’, ‘-부터의’, ‘-까지의’, ‘-면서의들도 나왔다. 이놈만 줄여 써도 큰 애국이다. 얘들아, 쓴답시고 멋 부리지 마라, 잘난 척하지 마라. 기교를 부리고 가식을 떠는 곳엔 꼭 이 ‘-란 놈이 끼어든다. 천구백삼십년대 저 김유정이처럼 몸소 밑바닥 삶을 살고 밑바닥 사람들 마음에 귀 기울여라. 그럼 거기 우리말과 진실이 담길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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