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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단말마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07.23 08:59
  • 수정 2019.07.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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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홀에서 울린 '쪽바리" 고성

 지난 14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아디오스 피아졸라, 라이브 탱고>라는 공연 도중 관객 중의 한명이 무대의 연주자에게 '쪽바리'라고 외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디오스 피아졸라, 라이브 탱고>는 남미의 민속음악이었던 탱고를 세계 보편적인 음악으로 승화시킨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작곡가 피아졸라의 명곡들로부터 정통 탱고까지 음악과 춤을 함께 관람 할 수 있는, 2016년부터 국내에서 정기적으로 열려 2년 연속 전석 매진을 기록한 공연이다. 일본 최고의 탱고밴드라 불리며 아르헨티나 현지를 비롯해 미주, 아시아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누에보 탱고의 계승자들인 반도네오니스트 기타무라 사토시가 멤버로 있는 <콰트로시엔토스>가 함께 하였는데 여기서 사단이 났다. 이 밴드의 바이올린 주자가 곡 설명을 하던 도중 1층 중간 객석에 앉았던 관객이 일어나 큰 소리로 '쪽바리'라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아디오스 피아졸라, 라이브 탱고 공식 포스터
아디오스 피아졸라, 라이브 탱고 공식 포스터

 일본인 연주자를 겨냥한 이 돌발행동에, 일본인 연주자보다 객석의 다른 관객들이 더 놀랐다고 한다. 연주자는 '쪽바리'란 단어의 의미를 모른채 갑자기 자신에게 고함을 질러 어리둥절 했을터. 고함을 지른 그 관객은 하우스 매니저들이 어떤 조치와 만류도 하기전에 휙하고 나가버렸다고 한다. 객석에선 으레 위로와 성원의 박수가 나왔고 공연은 다행이 그 이후 큰 문제 없이 진행되었으며 일본인 연주자는 다음날 출국했다고 한다. 이런 헤프닝에 현재 반일감정과 일본인 연주자는 하등 상관 없는 민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노노재팬으로 상징되는 '일본산 불매운동'이나 '일본여행 가지않기' 등 자발적인 반일 운동에 대해서 여기서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 관객에 대해 추측해 보면 아마 자기 돈으로 표사고 들어온 사람이 아닐 것이다.

 가격을 검색해 보니 제일 저렴한 A석이 한장에 4,5000원이고 1층 중간 객석이라면 VIP석이다. 거긴 앉고 싶어도 돈 없어서 못 앉는 좌석이며 당일 음악회에서 제일 비싼 R석이 7,5000원이고 S석5,5000원인데 최소한 5만원 이상을 상회하는 좌석이다. 일본에서 저명한 연주팀을 섭외하고 2부에서는 세계 정상의 아르헨티나 댄서들 세 팀까지 내한했으며 일본팀의 반도네오니스트 기타무라 사토시가 첼리스트 송영훈과 함께 '리베르탱고', '오블리비온' 등을 연주하는 프로그램이니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쪽바리'라고 외친 그 관객은 일본팀이 연주하고 온 것을 모르고 출연진과 프로그램에 대해 무지한채로 자신의 5만원을 지불했다는 것인가?

 만원짜리 영화를 보러가더라도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에 대해 간단한 시놉시스와 출연배우 정도는 알고 가는게 다반사인데 누가, 무엇을, 어떤 곡을 하는지도 모르고 지갑을 연다는 게 도저히 상식적인 선에선 납득이 안간다. 일부러 일본인 연주자들을 골탕 먹이고 반일감정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토해내고 싶어 거금을 내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이란 점잖고 격식을 차리는 장소을 택해 퍼포먼스를 한 것인가? 일본인이 하는 게 싫으면 굳이 자기 돈 내고 와서 공연에 올 필요가 없을 것인데 뭐하러 돈 낭비하고 주변 관객들까지 방해를 한건 자기 돈 내고 오지 않은 초대손님이라 오라고 해서 갔더니 일본인 연주자가 있어 우발적으로 그랬을거라는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공연 전의 오페라 하우스, 과연 우리나라에 이 정도 규모의 공간을 채울 오페라 마니아들이 존재할까????
공연 전의 오페라 하우스, 과연 우리나라에 이 정도 규모의 공간을 채울 오페라 마니아들이 존재할까????

 유독 클래식 음악 관객들의 매너가 최악인 경우가 많다. 일례로 며칠 전 코리아 솔로이츠 오케스트라에 관한 비평에 악장 마다 박수가 터지고 지루함을 참지 못해 비스듬히 누워 조는 관객들의 행태가 댓글로 달릴 정도로 클래식 음악회의 가장 큰 적은 매너 없고 음악을 즐기러 오지 않는 그저 머리수를 채우러 온 공짜손님들이다. 클래식 음악자체가 향유층이 극 소수이고 다른 음악예술과는 달리 장시간의 몰입과 집중을 요하며 매니아와 비 애호가간의 수준 차이가 너무 크니 음악을 진정으로 듣고 음미하고 싶은 관객들과 앉아 있는 자체가 곤혹이요 몸부림을 치는 관객들 사이에 소리 없는 마찰과 긴장은 음악회 어디서나 흐른다. 해외 유명연주단체나 대가들의 경우는 티켓이 비싸기 때문에 진정 음악을 사랑하고 보러 올 사람만 올 것이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서현의 책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에 따르면 음악당의 좋은 자리에 앉을 권리는 음악회에 가는 사람이 얼마나 음악을 좋아하는지에 따라서 결정되지 않고 자본의 여력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니 음악당이야말고 자본으로 치환된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한다.. 즉 유명 연주자들의 공연일수록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어중이 떠중이'에 비해 현저히 높지만 초대권을 받은 무교양 비애호가가 허세와 허영의 극치를 보이고 내심으론 원치 않지만 와서 점잖 피우고 있는 그래서 그들때문에 진정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바깥으로 밀려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현 저,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서현 저,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음악회의 적은 관객들이다. 특히 맹목적인 열성팬이나 연주자의 가족들은 자신이 애정하는 연주자가 연주를 하고 가족 중 한명이 오케스트라의 단원이요 무대의 주인공이어 음악에 조예가 깊고 예의가 바를 거 같지만 정 반대다. 음악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연주자에 대한 맹목적인 찬사와 환호이며 객관성을 상실한 채 그 사람이 하면 무조건 괴성을 지르고 박수를 보내고 교주처럼 떠 받들면서 자기만족에 빠진다. 가족들 중 한명이 음악을 한다고 다른 가족들도 전부 음악을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하는게 아니라 그냥 자기 자식이, 자기 부인이 해서 온 것이요 남편과 아내, 자식의 일터에 와서 음악만 공감하지 못하고 그저 있다 가는 것이다. 딱 유치원 장기자랑이자 학예회, 주민자치센터 축제 수준이니 거기서 진정 음악을 듣고 사랑하는 사람은 괴롭고 외로운 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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