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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85) - 무엇으로 남자를 평가하는가?

서석훈
  • 입력 2011.12.0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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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도도녀와의 만남,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는 일반적인 여자와의 만남이나 대화와는 달라야 한다고, 다르게 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반녀라면 편하게 할 수 있는 말도 도도녀 앞에서는 자신의 말이 일으킬 파장과 반응을 미리 따져봐야 하고 혹 실없는 사람 또는 재미없는 사람, 또는 재수 없는 인간 같은 소릴 듣지 않을까 신경이 곤두서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도도녀는 신경이 가는 존재이고 함부로 근접하기 힘듦이 매력으로 작용하며 그러한 존재를 알게 되고 나아가 교제하고 어느 순간 단독 대면하여 마침내 입술을 맞대는 그 순간이 도래할 거임을 크게 기대하게 된다. 무슨 말이 흘러나올지 짐작할 수 없는 그 입술에서 말 대신 고인 침이 건너오고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며 진공의 세계에 진입해 들어갈 때 남자는 형언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원래 아내의 입술도 처녀 때는 그러한 종류와 유사한 것이었으나 세월이 가며 그 입술은 돈과 드라마 얘기 외엔 특별히 올리는 게 없게 되었다. 해서 그 입술은 급격하게 매력을 잃어가고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탄력을 잃은 늙은 가죽 같은 것으로 전락해갔다 하겠다. 그리하여 아내의 입술이 한 번 열리면 대단히 곤혹스러워지며 때론 혐오감도 일어나니 그것은 온전히 그녀의 잘못 만은 아니라 하겠다. 세월이 그렇게 만들고 돈이 그렇게 만들고 남편이란 작자가 그렇게 만들었으니, 원래는 달콤하기 그지없는 대사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못지않게 흘러나오던 입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파리똥이 붙은 듯 거무죽죽한, 전혀 맞대고 싶지 않은 맞대기는커녕 가급적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그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말의 유효거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안심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아내의 입술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오래된 애인의 입술은 그보단 낫겠으나 그 찌릿함과 매력에 있어서는 생전 처음 경험하는 여인의 입술에 비할 바 아니라 하겠다. 흔히 남자는 도둑놈이라고 하지만 입술 도둑을 원하는 여인들도 있다 하나 그녀들은 내색을 않고 있다고 한다. 도도녀의 입술로 말하자면, 홀로 존재하는, 허공에 떠있는 하나의 예술품으로서 스스로 빛나고 있으니, 보기 좋고 냄새도 좋고 생각하기도 좋고, 훔치고 싶은 강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하겠다.
그럼 도도녀는, 그러한 입술은 무엇을 원하는가? 까칠남을 원하는가? 그 입술에서 나오는 것들은 다 어떠하며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 그녀의 도도에 버금가는 까칠남을 원하는가? 이런 점에서 많은 남성이 오해하고 있는 바가 있으니 도도녀의 입술, 도도녀의 눈동자, 도도녀의 귀가 원하는 건 실은 일반녀가 원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하겠다. 다만 상대에 대한 만족도와 규정면에서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도도녀의 잣대는 과연 무엇인가? 설마 그것은 아니겠지?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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