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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코리아 솔로이츠 오케스트라 창단 9주년 기념 음악회, 7월18일 롯데콘서트홀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07.1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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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침략에 맞선 대한민국의 상황에 백 마디 말보다 진하게 전하는 에너지

 결혼식 가서 신부보고 안 이쁘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남의 잔치에 가서 속내야 어떻든 최대한의 축하와 찬사를 하는게 기본 도리다. 인간은 또한 자신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거에만 매몰되는 특성이 있으니 자신의 가족이나 친지. 친구 등 혈연으로 맺어졌거나 사회적으로 끈끈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에겐 일방적인 쏠림현상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많은 수의 민간단체 음악회가 학예회와 지인초청 잔치일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와 생태에서 연주하는 악단, 협연자, 관계자와 일말의 관계도 없이 단지 연주되는 프로그램이 좋아 음악만 들으러 간 사람은 타자(他者)에 불과하다. 신랑신부 양가어른들과 일가친척들, 친구 앞에서 결혼 당사자에 대해 부정적인 언사는 금물이다. 차려진 음식을 타박할수 없다. 그러면 남들 다 좋다는데 왜 너만 그러냐라는 비난을 듣는다. 그래서 세상에 안 이쁜 신부 없고 안 멋진 신랑은 존재하지만 언급되어지진 않는다.

코리아 솔로이츠 오케스트라 창립9주년 기념음악회의 1부에서 베토벤 트리플콘체르토를 협연한 연주자들이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코리아 솔로이츠 오케스트라 창립9주년 기념음악회의 1부에서 베토벤 트리플콘체르토를 협연한 연주자들이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이번 연주에서도 베토벤의 3중협주곡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다. 곰곰히 세어보니 각기 다른 연주자들의 실황으로 5-6번 정도 들은거 같은데 그때마다 만족스러운 연주가 없었고 베토벤의 다른 불세출의 작품들에 비하면 위촉 받고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쓴 '알바'형 작품이라는 인상에서 벗어 날 수 없다. 3개의 악기를 유도적으로 통일하려다보니 생기는 작위적인 페시지와 트릴 류의 장식음형, 과도할만큼 많은 같은 음의 연타와 반복(Repetition)은 단락 연결을 위한 가장 손 쉬운 방법을 택한 궁여지책일 뿐이다. 그래서 연주자들도 애를 먹은다. 클래식음악의 가장 이상적인 미는 균형과 정형인데 이게 구현되지 못하니 각자가 따로 놀 뿐이다. 그래서 3개의 제각각인 도형(삼각형, 사각형, 원 같은)을 하나의 큰 상자에 마구 우격다짐으로 집어 넣고 어떤 물건도 삐져 나오면 안되게 풀칠을 여기저기 한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 날카로운 모서리가 박스를 찢어 나오고 둥근 표면이 구멍으로 뚫고 빠져 버려 떨어진다. 찰리 채플린의 무성 영화에서 보면 공장의 모토릭은 정기적이고 한치의 오차도 없다. 계산에 오류가 날 때 생산에 하자가 생긴다. 인간 역시 그 프로세스에 끼워 맞춰진 부속품이 되어야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베토벤의 3중협주곡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각 악기들과 오케스트라의 정교한 일치인데 가동라인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니 잘 굴러갈리가 만무하다.

코리아솔로이츠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김봉미
코리아솔로이츠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김봉미

 트리플 콘체르토를 듣다 2부의 7번 교향곡을 들으니 베토벤의 위대함이 여실히 들어났다.

 곡 전체의 템포가 지나치게 빨랐다. 또한 1악장과 4악장의 도돌이도 다 생략해 버렸다. 4악장은 지나치게 빨라 감동을 끌어올리기도 전에 맥이 빠져 버렸다. 이런 점들은 행사 위주 또는 민간 단체의 연주에서 왕왕 일어라는 현상이다. 그들의 연주에는 클래식을 잘 모르고 접하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다보니 관객의 반응과 호흥, 재미 위주로 말초적인 자극에 치우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자리잡고 있다. 연주시간이 길어지고 처지면 안된다. 안그래도 하품을 하고 몸을 비비꼬고 있는 사람들이, 잔치에 초대된 음악이 주가 아닌 사람 때문에 온 사람들이 가버리기 때문이다. 3악장이 끝나고 객석에서 이상한 전자파 소음이 났는데 그 소리가 꺼지기를 어쩔 수 없이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도 보란듯이 박수가 터져 나온게 생생한 현장이다. 그러니까 왜 기다리는가? 그냥 곡의 흐름상 베토벤 연주를 위해서라면 핸드폰의 삐리삐리든 박수든 무시하고 갔어야 했다.

 이 곡이 작곡되어지고 초연된 1812년의 유럽은 시민계급의 수호자에서 황제가 되어 독재자로 변모한 나폴레옹의 진격이 휩쓸던 때 였다. 영화 '킹스스피치'에서 영국의 말더듬이 왕 조지6세가 나치의 침공에 맞서 전쟁을 선포하고 국민을 단합시키는 대국민담화 연설에서 베토벤 교향곡 7번의 2악장이 쓰여 비장미를 이룬 장면은 백미다. 다이내믹과 강력한 추진력을 지닌 7번 교향곡은 일본의 경제침략에 직면한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에 백 마디 말보다 진하게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메시지 같았다. 청각을 상실한 베토벤이 자신이 고통을 딛고 폭풍 같이 분출하는 힘에 의한 환희의 춤을 추듯이 기쁨의 세계로 향하는 에너지가 가득했다. 지난 6월 헝가리 유람선 참사로 슬픔에 잠긴 한국에 와서 헝가리 부다페스트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곡이 또한 7번 교향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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