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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음악] 김종삼 시인의 드빗시 山莊 16

박시우 시인
  • 입력 2019.07.11 15:58
  • 수정 2019.09.2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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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고향과 가브리엘 포레 『레퀴엠』

예수는 어떻게 살아갔으며 어떻게 죽었을까
죽을 때엔 뭐라고 하였을까

흘러가는 요단의 물결과
하늘나라가 그의 고향이었을까 철따라
옮아다니는 고운 소릴 내일 줄 아는 새들이었을까
저물어가는 잔잔한 물결이었을까

-김종삼 ‘고향’ 전문

▲앙헬레스의 노래가 아름다운 앙드레 클뤼탕스 지휘와 파리음악원 오케스트라의 가브리엘 포레 『레퀴엠』 ⓒ박시우
▲앙헬레스의 노래가 아름다운 앙드레 클뤼탕스 지휘와 파리음악원 오케스트라의 가브리엘 포레 『레퀴엠』 ⓒ박시우

김종삼은 1973년 3월 『문학사상』에 이 시가 들어간 산문 <먼 ‘시인의 영역’>을 발표합니다. 종삼은 가브리엘 포레의 <레퀴엠>에서 영감을 받아 이 시를 썼지만, 비하가 섞인 ‘넋두리’라고 말합니다. 신의 존재를 믿지 못하는 종삼은 예수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을 억누를 수 없다고 고백합니다.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밝힌 종삼은 신의 아들로서 예수가 아닌 선량하고 고민하는 한 인간으로서 예수를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뿌리 깊은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종삼의 이미지를 뒤흔드는 이런 생각은 ‘나처럼 선량하지 못한 자가 선량의 극에 이르렀던 예수를 생각해보려던 것이 잘못은 아니었을까’하는 성찰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합니다. 종삼은 “시는 소박하고, 더부룩해야 하고 또 무엇보다도 거짓말이 끼여들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신과 종교보다는 인간의 감정에 충실한 포레의 레퀴엠에 귀를 기울였을 거라고 봅니다.

레퀴엠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히는 포레의 레퀴엠은 슬픔과 어둠보다는 따뜻한 평화가 먼저 전해져 일명 '죽음의 자장가'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곡에 나오는 인자한 예수(Pie Jesu)는 어디에 있을까요. 소프라노 앙헬레스의 노래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이 무렵 피로 물든 중동전쟁과 유신체제의 그림자까지 치유할 수 있었을까요.

앙드레 클뤼탕스 지휘와 파리음악원 오케스트라 연주, 소프라노 빅토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녹음은 오래됐지만(1962년) 네번째 곡 Pie Jesu를 마치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며 부르는 듯한 앙헬레스의 노래는 세월을 잊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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