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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기행 2] 아라칸 왕국을 찾아서

이해선 전문기자
  • 입력 2019.07.11 02:14
  • 수정 2019.09.2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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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유적 므락우(Mrauk U)

ⓒ이해선

므락우는 15세기경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번성했던 아라칸족의 라카인(Rakhine)왕국의 수도였다. 해상실크로드의 통로였고, 포르투갈, 화란, 일본 등과도 교역을 하던 강대국이었다. 특히 루비와 사파이어 등 보석의 교역지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이곳에는 거대한 왕궁의 유적, 수많은 불탑들과 사원이 있는데, 1784년 버마족에게 멸망한 후 바깥세상으로부터 잊힌 유적지가 되고 말았다. 

ⓒ이해선

미얀마 군부의 패쇄 정책과 로힝야 족 인종 갈등으로 인해 오랜 시간 외국인 출입이 금지되었다. 1996년 외국인에게 잠시 개방되었으나, 다시 출입 금지, 그 후 2014년 재개방 되었다. 그러나 아라칸 반군(AA Army)과 미얀마 정부군간의 교전으로 인해 다시 치안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해선

버마에 함락된 아라칸 사람들은 아직도 자기들은 버 마가 아닌 아라칸 사람들이라 여기고 미얀마 정부를 상대로 자치독립을 외치고 있다.  

ⓒ이해선

2018 4월 16일 외교부에서는 라카인주 주도인 시트웨, 그리고 므락우 지역을 여행금지구역으로 공표한 상태이다. 

ⓒ이해선

시트웨에서 므락우로 가는 길은 육로와 칼라단강(Kaladan R)을 따라 가는 뱃길이 있다. 나는 그 중 뱃길을 택했다. 섬에서 나고 자란 나는 바깥세상으로 나갈 때도, 고향으로 돌아 올 때도 주로 뱃길을 이용했었다. 뱃길 여행에 대한 유년의 향수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라칸 여행은 이 뱃길이 제격일 것 같았다.

그곳으로 가는 여객선은 두 종류가 있는데, 쾌속정 비슷한 배는 중간에 서지 않고 논스톱으로 가고, 슬로우 보트라 불리는 여객선은 강을 따라 가면서 곳곳에 선다고 했다. 딱히 바쁠 것도 없는 나 같은 여행자가 이용하기에는 슬로우 보트가 제격이기에 그 표를 예매했다. 

ⓒ이해선

아침 7시 시트웨 선착장, 슬로우 보트인줄 알았는데 논스톱으로 가는 배란다. 약간 실망스럽긴 했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풀려나가면 오지여행이라고 할 수 없지, 암!

오늘 배가 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작은 여객선에는 외국인이라곤 나 혼자였다. 므락우 가는 여행자들 대부분은 육로로 간다고 했다. 배는 비 내리는 시트웨 샛강을 빠져 나가 바다 같은 강 하구에 이르렀다. 강을 따라 흘러 온 부평초들이 여기저기 물 위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어디가 바다인지, 강인지, 이방인의 눈에는 그저 다 바다처럼 보였다.

내리던 비가 그치자 동쪽으로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했다. 여객선 실내가 답답해 배 선수로 나가 칼라단강을 영접하기로 했다.   

ⓒ이해선

므락우는 강을 따라 번성했던 강항 도시였다. 이 뱃길을 따라 포르투갈, 화란, 중동, 일본, 등의 무역선들이 새로운 문물을 싣고 드나들었다.

아라칸 왕국 전성시대에는 일본 사무라이들을 왕의 호위무사로 썼다는 기록도 있다. 

ⓒ이해선

한 시간 남짓 바다 같은 강 하구를 거슬러 오르자 강폭이 서서히 좁아지면서 비로소 강변 풍경들이 가까워지고 있다. 물소 떼들이 지나는 여객선을 보고 달음질쳤다. 이따금씩 강변에서 낚시그물을 던지던 사람이 손을 흔들 뿐, 강변으로 민가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아라칸 왕국으로 거슬러 오르는 시간여행은 칼라단 강위에서 지루하게 이어졌다.

해가 뜨면서 시작된 뱃길이 해가 중천 위에 왔을 때 쯤, 강변으로 불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선장이 므락우에 곧 도착할 것이라며 뱃고동을 길게 울렸다.

배가 선착장에 채 닿기도 전에 한 무리의 아라칸의 후예로 보이는 짐꾼들이 배로 올라 왔다. 한 짐꾼이 허락 없이 내 가방을 메고 무작정 배에서 내렸다.

내 아라칸 왕국 여행은 허겁지겁 그 짐꾼 뒤꽁무니 쫓아가는 걸로 시작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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