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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음악] 김종삼 시인의 드빗시 山莊 15

박시우 시인
  • 입력 2019.07.03 17:31
  • 수정 2019.09.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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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죽음은 모차르트 음악을 못 듣게 되는 것
모차르트 호른협주곡

두이노城(성) 안팎을 나무다리가 되어서

다니고 있었다 소리가 난다
 

간혹
 

죽은 친지들이 보이다가 날이 밝았다
 

모차르트 銅像(동상)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에게 인간의 죽음이 뭐냐고

묻는 이에게 모차르트를 못 듣게 된다고

모두 모두 平和(평화)하냐고 모두 모두

-김종삼 ‘對話(대화)’ 전문

 

 

▲앤소니 홀스테드의 호른과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지휘하는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의 연주. ⓒ박시우
▲앤소니 홀스테드의 호른과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지휘하는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의 연주. ⓒ박시우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리노스는 오르페우스와 더불어 음악의 신입니다. 헤라클레스에게 음악을 가르치다가 재능을 질투한 아폴로에게 요절을 당합니다. <두이노의 비가>에 리노스가 나오는데, 릴케는 리노스의 죽음이 허무한 현세를 음악으로 바꾸어놓아 황홀과 위로, 힘을 준다고 강조합니다.

 

 

릴케는 시 <음악에게>에서 '언어가 끝나는 곳의 언어... 우리들의 가장 깊은 곳의 것이면서 우리들을 넘어 멀리 퍼져 가는 것...'이라며 음악을 예술의 상위 개념으로 보았습니다. 김종삼은 '대화'에서 두이노 성을 릴케의 정신과 리노스의 죽음이 만나는 공간으로 규정하면서도 모차르트 음악을 내세워 우리에게 평화를 묻고 있습니다.

김종삼은 두이노 성을 거대한 비가의 성채로만 해석하지 않고 리노스의 의미를 포착하여 음악의 위대성을 ‘대화’라는 행위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사물시와 엄격한 언어의 조형을 추구한 릴케는 김종삼의 시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인이라고 봅니다. '대화'에는 비극과 죽음이 관통하고 있습니다. 죽은 친지들이 등장하고, 릴케의 비가가 탄생된 두이노 성이 나온 뒤 모차르트를 통해 평화를 갈구하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죽음의 의미를 모차르트 음악을 못 듣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차르트 전문가이기도 했던 아인슈타인은 수준급 바이올리니스트였습니다. 종종 실내악의 멤버로 참가해 모차르트를 연주했다고 합니다.

모차르트 호른협주곡은 총 4곡입니다. 모차르트는 당시 호른의 명수 요제프 로이트게프를 위해 이 곡들을 작곡했습니다. 4곡의 호른협주곡은 유연한 선율과 밝은 분위기가 흐르지만, 호른 소리는 세상의 둥근 무덤들을 호명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는 무덤, 바람만 잠시 들렀다 가는 무덤. 이런 분위기에 맞는 연주는 현대식 악기로 개량되기 전인 내추럴 호른을 잡은 앤소니 홀스테드와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지휘하는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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