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년의 여름 뜨락에는 늘 수국이 있었다.
1972년 태종사 창건 후, 40여 년 간 세계 각국의 수국을 심어, 지금은 30여종 오천 여 그루 수국이 자라고 있다. 축제는 꽃이 피기 시작하는 6월 말에서 7월 초 열리는데, 해마다 수십 만 명의 관광객들이 이 수국 축제를 보러 태종사를 찾는다.
너무 예쁘다. 정말 아름답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오고, 사람들은 수국 꽃밭에서 너도 나도 인생샷을 찍으며 행복해 한다.
“엄마, 엄마, 이 꽃 좀 봐, 너무 예쁘다.”
“그래도 나는 꽃보다 우리 딸이 더 예뻐.”
두 모녀의 대화에 수국 사진을 찍다 말고 돌아보았다.
소녀는 지 얼굴보다 큰 수국 꽃송이를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수국을 처음으로 본 것도 아마 저 소녀또래쯤이었지 싶다. 옆 동네 어느 집 마당에 처음 본 꽃이 피어 있었는데, 수국이라고 했다. 봉숭아꽃, 금잔화, 과꽃, 이런 꽃들만 보았던 어린 내 눈에는 하늘빛 그 꽃이 정말 신비로웠다. 우리 집에도 수국 심자고 어머니를 졸라 보았지만 그 수국 주인은 꽃나무를 나눠주지 않는다고 했다. 가지를 잘라 땅에 심으면 산다고 했는데 말이다.
달 밝은 여름밤, 동네 아이들과 작당하여 수국 꽃나무 가지 하나를 몰래 꺾어 와 꺾꽂이 했다. 그 가지에서 뿌리가 내려 우리 동네 이집 저집에도 수국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유년의 여름 뜨락에는 늘 수국이 있었다.
대웅전 앞 수국 꽃나무 아래에 노승 한 분이 앉아 성자처럼 환하게 웃고 계신다.
이곳에 수국을 심은 태종사 조실 도성 스님(94세)이시다.
꽃을 심어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천 마디 법문보다 더 위대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