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학과 음악] 김종삼 시인의 드빗시 山莊 14

박시우 시인
  • 입력 2019.06.24 14:34
  • 수정 2019.09.28 15: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샤이안과 드보르자크의 ‘인디언 애가’

一八六五년 와이오밍 콜라우드산(山) 아래
 

뙤약볕 아래

망아지 한 마리

맴돌고 있다

마부리 주었던 장신구(裝身具) 딩굴었다 흩어졌다 없어졌다

다 죽었다 깔라꾸라 마부리 까당가 살았다
 

날마다 날개쭉지 소리 거칠다

머얼리서 반짝일 때가 있다

넓은 천지(天地) 호치카 먹는다

-김종삼 ‘샤이안’ 전문

▲‘인디언 애가’가 수록된 프리츠 크라이슬러의 1914년 앙코르 레코딩.
▲‘인디언 애가’가 수록된 프리츠 크라이슬러의 1914년 앙코르 레코딩.

김종삼은 아메리카 인디언의 한 부족인 샤이엔에 대한 시를 몇 편 남겼습니다. 샤이엔은 백인과 맞서 싸웠던 용맹한 부족이었습니다. 시에 나오는 1865년은 남북전쟁이 끝나고 본격적인 인디언 사냥이 시작된 상징적인 해이기도 합니다. 미국 중서부 대평원은 샤이엔 부족의 영역이었습니다. 와이오밍의 주도(州道) 이름도 샤이엔입니다. 콜라우드 산은 몬태나 남부에서 와이오밍 중부까지 남북으로 뻗은 클라우드 산을 말합니다.

『시문학』 1977년 2월호에 발표한 이 시에서 종삼의 눈길은 태평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백인에게 땅을 빼앗기고 학살당한 원주민 인디언의 슬픈 역사는 분단과 실향의 현실 세계와 다르지 않다고 봤을 것입니다.

『김종삼 정집』은 ‘깔라꾸라’, ‘까당가’를 샤이엔의 언어, ‘마부리’를 샤이엔의 인디언 이름, ‘호치카’를 뱀으로 설명합니다. 종삼이 많은 인디언 부족 중 샤이엔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1964년에 개봉한 존 포드 감독의 서부영화 『샤이안 족의 최후』나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가 떠오릅니다.

드보르자크는 새로 설립된 뉴욕의 내셔널음악원장으로 부임하기 위해 1892년에 미국으로 떠납니다. 미국 생활 중 들었던 흑인영가와 인디언 민요는 드보르자크의 음악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드보르자크가 미국에 머물렀던 1892년부터 1895년 동안 작곡된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 현악사중주 제12번 ‘아메리카’ 그리고 첼로 음악의 걸작 첼로협주곡 등에는 보헤미아의 향수와 흑인․인디언의 애수가 스며있습니다.

이 무렵에 작곡한 작품 가운데 ‘바이올린 소나티나 G장조’가 있습니다. 소나티나는 규모가 작은 소나타로 드보르자크의 이 작품 2악장 라르게토(Larghetto)는 ‘인디언 애가(Indian Lament)’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프리츠 크라이슬러가 바이올린 독주용으로 편곡하고 이와 같은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구슬픈 선율을 강조한 편곡이자 연주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