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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산딸기 익는 시간

김문영 글지
  • 입력 2019.06.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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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익는 시간>

이쁜 여자의 빨간 입술보다 더 탐스럽게 붉게 익어가는 시간
흥분한 생명들 발기한다
밋밋해서 편안했던 녹색의 시간이 잠시 그리워질 때
그 해 여름 총소리가 들린다
모내기가 한창이던 때 
논배미로 날아들던 백로들의 한가로운 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형제끼리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던 
그 아픈 시간이 왜 떠오르는 것일까
총성은 산천의 고막을 찢고
산딸기보다 더 빨간 피를 뿌렸다
있어서는 안될 있을 수 없는 비극이 메아리지고
죽이고 또 죽이는 잔혹한 시간이 흐르는 계절에도
산딸기는 요염하게 익어갔을 것이다
밤꽃은 진한 향으로 누이들을 유혹했을 것이다
그랬을 것이다
전쟁중에도 무수한 생명이 죽는 중에도
또 새로운 생명은 태어났다 
아 고귀한 1950년6월25일~1953년
7월27일 생이여
그대들의 삶에 영광있으라
올해도 산딸기 저리 붉게 익는데 
손에 잡힐 것 같던 평화 번영 통일은 잡히지 않고
가슴에 고동쳐야 할 진실과 정의가 왜곡되고
적으로 돌려세우는 증오의 아우성만 몸부림치느냐
산딸기 익는 붉은 산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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