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당나귀 신사(82) - 여자가 좋아하는

서석훈
  • 입력 2011.11.12 13: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영창(소설가, 시인)
성인 남녀가 찻집에 앉아 첫 대면을 할 때,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 어지간히 애쓸 때, 점수를 얻거나 까먹는 것엔 어떤 대사가 있는지 살펴본 바 있다. 특히 여성을 상대로 피해야 할 질문 중엔 상대의 몸무게나 배변횟수 등이 있다는 걸 강조한 바 있다. 점수를 크게 따고 싶다면 노골적인 칭찬보단 둘러가는 칭찬을 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하겠다. 예를 들자면 ‘당신은 자기 자신이 호수처럼 깊게 일렁이는 눈동자를 갖고 계신 걸 알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보다는 ‘혹시 자신의 눈동자에 산홋빛이 어른거린다는 소릴 들은 적 없습니까?’ 라고 듣도보도 못한 질문을 퍼붓는 것이 보다 유효하다고 본다.
여기서 상대녀에게 긴요하게 써먹을 수 있는 몇 가지 대사를 나열해볼까 한다. 먼저 ‘오늘이 수요일이라고요? 이런 난 오늘이 주말인 줄 잠시 착각했습니다. 당신을 보고 있자니 모든 게 주말 분위기가 나는군요.’ 이러면서 ‘날 보고 있으면 월요일 느낌이 나지 않습니까?’ 하고 물어보면 더 좋다. 이때 상대가 ‘어머 왜요?’ 하면 ‘난 지루한 사람이죠. 상대를 재미있게 하거나 들뜨게 하지는 못하는 편입니다.’하고 자기비하를 하면 된다. 이렇게 자기를 시답잖게 생각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무한한 동정심을 품고 격려의 말을 건네고 싶어 한다.
또 다른 대사로는 ‘문중에 어떤 어른이 계셨는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하고 뜬금없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 상대녀는 의아한 얼굴로 당신을 쳐다볼 것이다. 줄곧 쳐다만 보거나 속으로 ‘미치지 않았니?’하다가 정색을 하고 ‘듣기론 좌의정이 두 분, 이조판서가 한 분, 장군도 두세 분 계셨다는 군요.’ 하고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대답하고 만다. 이때 당신은 무릎을 치고 ‘그러면 그렇지. 얼굴과 자태에 흐르는 천년의 기품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 또한 사대부 집안의 후손이지만 처자를 보는 순간 필름을 거꾸로 감는 듯 이조 6백년 역사의 흐름이 한눈에 잡혔습니다. 우리는 그 언젠가 과거의 그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지 않던가요?’ 뭐 이런 비슷한 얘기를 하는데 다른 건 빼먹어도 좋지만 ‘기품’ ‘자태’ 이런 좋은 단어는 빠뜨리면 안 된다.
효과가 빠른 대사가 있다. ‘돈은 크게 구애는 받지 않습니다만 마땅히 쓸 데도 없더라고요. 혼자 비싼 음식을 먹고 유럽 고성 투어를 하고 수입 뮤지컬을 보면 뭐 하겠습니까? 뭐든 함께 나눌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젠 고독에 지쳤다고나 할까요? 크루즈 여행 같은 평범한 것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면 특별한 것이 되지 않을까요?’ 여자가 상당히 좋아하는 대사라 하겠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