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비창 소나타와 아뜨리에
애잔한 여운을 남기는 공간과 배음
아뜨리에서 흘러 나오던
루드비히의
주명곡(奏鳴曲)
소묘(素描)의 보석(寶石)길
…………………………
한가하였던 창가(娼街)의 한낮
옹기 장수가 불던
단조(單調)
-김종삼 ‘아뜨리에 환상(幻想)’ 전문
김종삼은 그림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여러 편의 시에 그런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아뜨리에는 종삼에게 동경의 공간입니다. 그 음악은 아뜨리에의 이젤에서 그려지는 소묘의 세계를 환상으로 인도합니다. 루드비히는 베토벤을, 주명곡(奏鳴曲)은 기악곡의 소나타를 말합니다.
그러나 종삼의 두 눈은 어느 한가한 창가(娼街)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욕망이 들끓던 골목은 날이 새면 적막합니다. 그 적막을 깨고 옹기장수의 구슬픈 소리가 들립니다. 아뜨리에/창가, 주명곡/단조, 루드비히/옹기장수 등 뚜렷하게 대비되는 두 개의 공간과 배음(背音)은 그래서 더 애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8번 ‘비창’ 2악장은 아다지오 칸타빌레입니다. 칸타빌레는 '노래하듯이'라는 뜻입니다. 비창의 短調와 옹기장수의 單調는 어떻게 다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