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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케기행 41 ] 제세반장 거쳐서 로딩으로

김홍성 시인
  • 입력 2019.05.29 04:28
  • 수정 2019.09.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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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가랑비였지만 머지않아 옷을 푹 적실 판에 로딩 마을이 나타났고, 마을 어귀에 마침 적당한 집이 보였다. 우리처럼 비를 맞은 젊은 남녀가 올라오다가 그 집 문앞에 등에 진 커다란 배낭을 내려놓고 있었다.

 

제세반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산비탈을 따라 이어졌다. ⓒ김홍성  

 

제세반장의 주막집 주변에는 고산소(야크, 나크)들이 누워 되새김질을 하고 있었다. ⓒ김희수 

 

 지리로 장보러 다니는 현지인들이 제세반장의 주막에서 밥(달밧떨커리)을 먹고 있다.  ⓒ김희수 

 

앙 다와 씨에 의하면, 설산 가우리상칼의 티베트 식 이름은 초무치링마이다. 가우리상칼은 힌두식 이름일 거라는 정도는 짐작한 바 있지만 초무치링마에 대해서는 전혀 듣지 못했다. 구름이 점점 차올라 가우리상칼의 소라 고동 끄트머리 같은 그 뾰족한 정상만 간신히 남겼을 때 우리는 제세 반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응달진 곳으로 난 비탈길은 군데군데 이미 얼어 있었고 무너진 곳도 있어서 조심스러웠다. 이윽고 제세 반장이 발밑에 보이는 비탈에서 람주라라 능선 쪽을 바라보니 그쪽에는 시커먼 구름이 엉키고 있었다. 비나 눈이 올 조짐이었다. 우리는 제세 반장의 네 갈래 길에서 목적지를 바꿔야 했다. 검은 구름 속으로 올라가 눈보라를 맞으며 탁톡까지 가기보다는 로딩 쪽으로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나울에서 세 시간 쯤 걸어서 도착한 제세 반장에는 6월부터 12월 초까지 1년에 6개월만 문을 연다는 큼직한 주막집이 있었다. 올해 39세라는 건장한 사내 푸루바 셰르파가 주인장인데, 12월부터는 눈이 많이 오고 6월이 오기까지 사람이 안 다니기 때문에 곧 집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사람이 넘나들 수 있는 마지막 나날이기 때문인지 장보러 다니는 짐꾼들이 여럿 보였다. 또한 짐을 풀어 놓은 수십 마리의 야크들과 야크몰이꾼들도 있었다.

지난봄에 자프레에서 만난 사내도 거기 있었다. 짐 지고 다니는 사람치고는 체구가 너무 작고 바싹 마른데다 목소리마저 가냘파서 기억에 남았던 사람이다. 그도 나를 알아보고 빙그레 웃기에 라면을 먹다 말고 악수를 했다. 체구는 작아도 손은 장작개비처럼 단단했다.

제세 반장의 주막집 주인장 푸루바 씨는 비탈 아래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자기 집에서 우리가 머물기를 원했다. 일단 고려해 보기로 했다. 1시간 안에 비나 눈이 많이 온다면 그 집에서 묵을 생각이었다.

고산소의 송아지. 수컷은 야크, 암컷은 나크라고 부른다. ⓒ김홍성  

 

흰 야크와 검은 나크. 뿔이 거창한 것이 대부분 야크(수컷)이기 쉽다. ⓒ김희수 

 

열대 우림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이끼가 잔뜩 낀 제세 반장 동쪽 비탈의 숲. ⓒ김희수   

 

풀을 뜯어 먹으면서 돌아다니는 제세 반장 동쪽 비탈의 야크들.ⓒ김희수  

 

야크들이 우리 앞길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김희수 

 

제세 반장의 주막집 주인장 푸루바 씨의 집. 사진 왼쪽에 보이는 작은 집이 뒷간이다. ⓒ김홍성 

 

그 집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 자리도 잘 잡았고, 그럴 듯한 집이었다. 마당 귀퉁이에 있는 뒷간은 옛날 우리나라 강원도의 고찰에서나 볼 수 있었던 뒷간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대낮에 여장을 풀기는 좀 아쉬웠다. 김 선생도 같은 심정이었는지 두 어 시간 더 걸어보자고 했다.

한 시간도 채 못 걸었는데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가랑비였지만 머지않아 옷을 푹 적실 판에 마을이 나타났고, 마을 어귀에 마침 적당한 집이 보였다. 우리처럼 비를 맞은 젊은 남녀가 올라오다가 그 집 문앞에 이르러  커다란 배낭을 내려놓고 있었다. 도보여행하는 유럽인 여성과 몽골계 네팔 사람이었다. 그들도 숙소를 찾는 중이었다.<계속> 

 

로딩 마을 주변의 목초지대. ⓒ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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