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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읽어주는 여자]

이해선 전문기자
  • 입력 2019.05.20 23:31
  • 수정 2019.09.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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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사 따시

 

티베트 마나사로바 호수 ⓒ이해선

 카일라스산 순례 길이었다. 내가 타고 가는 지프 운전사 따시는 그야말로 토종 티벳 사내였다. 라사에서 꼬박 나흘을 달려야 닿는 길이였기에 유능한 운전사를 만난다는 건 그야말로 복불복이었다. 해발 평균 고도가 4,500m가 넘는 비포장 산길을 가다보면 뜻하지 않게 많은 장애물이 길을 막아섰다. 그때마다 그는 기지를 발휘해 잘도 피해 나갔다.

티베트 카일라스 가는 길 ⓒ이해선

 길가에 차량 한 대가 진흙탕에 처박혀 있는 걸 보고 오지랖 넓은 우리의 운전사 따시가 팔을 걷고 나섰다. 따시의 노력 덕분에 그 차는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 차에 타고 있던 여행자는 따시의 유능함을 첫 눈에 알아보고 함께 가기를 원했다.

티베트 카일라스 가는 길 ⓒ이해선

 믿거나 말거나 인도 백만장자(?)라는 그는 오스트리아 태생인 미모의 아내와 함께였다. 힌두 여러 성지순례를 다 끝내고 마지막으로 카일라스산과 마나사로바 호수를 순례하기 위해 가는 중이라 했다. 마나사로바 호수는 갠지스 강의 발원지로 간디의 유해 일부도 그곳에 뿌려진 힌두교도들에겐 최고 성지이다.

티베트 카일라스 가는 길 ⓒ이해선

 라사 각 게스트 하우스에서 급조한 우리 팀은 요금을 아끼기 위해 5인승인 랜드크루즈에 무려 일곱이나 타고 있었다. 그런 우리 차량에 비해 그의 행렬은 호화판 그 자체였다. 따라오는 부식 트럭에는 요리를 담당하는 쿡까지 있었다. 그렇게 그 차량과 함께 동행이 되었다. 인도 부호의 차가 멈추면 트럭에서 테이블이 내려지고 쿡은 테이블보를 깔았다. 그리고 그들은 우아하게 차를 마셨다. 그의 부인이 볼 일이라도 보려면 임시 화장실 텐트가 만들어졌다. 인도가 아닌데도 그는 브라만이었고 우리는 졸지에 하층민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그나마 우리가 어깨를 펼 수 있었던 건 다 따시가 우리의 운전사라는 것이었다.

티베트 카일라스 가는 길 ⓒ이해선

 느닷없이 강 하나가 길을 막아섰다. 따시 말에 의하면 갑자기 내린 폭우로 길이 강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 양쪽으로 수많은 차량들이 이틀 째 발이 묶여 소 둠벙 바라보듯 그저 멍하니 강물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 때 우리의 따시가 그야말로 발을 벗고 나섰다. 만년설 녹은 얼음물에 들어가 물의 높낮이를 일일이 두 발로 확인하고 물살을 살폈다. 그러던 그가 우리더러 내리라고 하더니 차를 몰고 강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차량 마후라가 아슬아슬 수면과 맞닿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광경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티베트 카일라스 가는 길 ⓒ이해선

드디어 따시의 도하작전은 성공했다. 발이 묶여 있던 차량들이 따시가 개척한 루터를 따라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강 양쪽에서 사람들이 따시를 연호하며 박수를 쳤다. 그 순간만은 인도 부호보다 타시 덕분에 우리가 브라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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