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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윤한로 詩)

서석훈
  • 입력 2011.10.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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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한 로


보름도 이울었구나

새파란 하늘에
간밤 지샌
무녀리 발톱 달

오늘도
허리 깊숙히
종이
할미
혼자 보네

거그,
눈이다 넣네




시작 메모
내 힘은 차 없는 것, 집 없는 것, 핸드폰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집이 생기고 핸드폰도 생기고 이제 내 힘의 팔할은 사라졌다. 아침마다 들고 살다시피 하던 커피를 확 끊었다. 약소하나마 힘이 생겼다. 힘이 붙고 마을버스를 끊고 학교까지 걸어 다니면서 바로 저 달을 알게 됐다. 밤을 하얗게 지샌 그저 뭉툭할 뿐인 달. 꼭꼭 오른쪽 이마 언저리에서 만나는 달. 좋다. 골치 아픈 아침, 학교 갈 때 세느강 똥물 건너, 미라보 다리 건너 뜨란채, 래미안 횡단보도에서 우리는 애인처럼 만난다. 초승달도, 보름달도, 그믐달도, 반달도, 쪽달도 아니라 두루뭉실성 무녀리 발톱 달이라 정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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