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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성자 (윤한로 詩)

서석훈
  • 입력 2011.10.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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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성자

윤 한 로


아이쿠, 또 돌막에 맞았구나
까아옥 까아옥 외틀어진 까마귀 놈

까막 대가리
까막 눈
까막 부리

더럽게 먹고
더럽게 크고
더럽게 울고

잡아먹을 수도 없어라
까아옥 까아옥 쉬어빠진 까마귀 놈

저를 때려 주세요
더 때려 주세요

주림과 수치와 박해와 온갖 모욕
오히려 달갑게 여기는 듯
자랑으로 삼는 듯



시작 메모
바울로 사도는 약함도 자랑하고, 모욕도 자랑하고, 재난도 박해도 역경도 달갑게 여긴다. 약할 때, 모욕을 받을 때, 박해를 받을 때, 오히려 강해지기 때문이라며. 치열한 삶과 위대한 신앙의 사투 끝에 나온 역설이다. 못난 놈들한테는 크나큰 위안이다. 산꼭대기 학교 운동장에서 까마귀 울음소리를 들을 때면 바쁠지라도 잠시 멈춰 선다. 그 묘하고 야릇한 울음소리 속에 민대머리 못난이 사도의 성스러운 수모가 깃들어 있다. 어, 그러고 보니 아침마다 나 또한 까마귀처럼 수모의 패찰을 걸지 않느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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