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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 시] 잔서완석루

윤한로 시인
  • 입력 2019.04.19 16:43
  • 수정 2019.09.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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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

윤 한 로

 

 

1

 

추사 선생 쓰라린 제주 귀양살이 겪고

사람 달라졌다

저 잘났다는 마음 싹 가시고

지극히 낮아졌으리

한강 가 한 걸음 물러

조촐히 살았구나, , 그러구러

글씨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좋아지니

 

2

 

나 이제 그때 선생과 같은 육십 줄

정신을 흉내 내네, 어림 반푼어치도 없지만

 

궤짝 위 낡은 책권

그리고 무두룩, 군둥내 나는

돌 한 덩어리

사타고니 쓸며쓸며 뜯어봄에

한갓 시골 꼰대 마음이야

이제 아무것 먹잖아도

쓰잖고도 배부르다

 

 

 

시작 메모

추사 선생의 殘書頑石樓(잔서완석루)’란 현판은 두고두고 울궈먹는 내 주제이다. ‘낡은 책과 울퉁불퉁한 돌이 있는 서재또는 흐릿한 글씨의 깨진 빗돌 서재라는데, 내 시가 추구하는 이미지는 당연히 앞엣것이다. 거개가 뒤엣것으로다 정설을 삼지만, 그건 오히려 인생 쓴맛 단맛 다 보고 탈속에 이른 선생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나 아닐까. 그러구러 내 무두룩 돌덩이에 자주 빠져드는 바, 넒고 깊은 학식들이여, 이 시골 꼰대의 그르침과 옹졸함, 무식 무례함이 있다면 부디 용서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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