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없는 산길을 걸으며>
2019년4월4일 밤 고성 속초 옥계 맹방 인제......
누가 그리 쉽게 산불이 날 줄 알았던가
시시각각 속보로 전해지는 시뻘건 불기둥을 보면서
콩닥콩닥 가슴이 뛰고 숨조차 뱉어낼 수 없었다
낼름거리는 불기둥 속으로 대한민국이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2014년4월16일 그 날의 기억이 겹쳐졌다
온갖 부조리가 민낯을 드러내고
국가의 시스템이 가라앉던 그 날
잊지 않겠노라 맹세했던 아픈 시간들이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뉴스는 5년 전 맹골수로의 처참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상황을 보여주었다
정치인들이 분열과 갈등, 대립에 골몰해 있는 동안
대한민국 전체는 산불진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전라도와 경상도 전국의 소방차와 소방관들이
산불 현장으로 집결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울었다
물론 안타까운 죽음 1명이 있었다
그러나 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세월호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 나는 울었다
산불 없는 산길을 걸으며
산불감시에 여념이 없을 사랑스런 후배 시인을 생각하며
나는 또 울었다 이 놈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