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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59) - 돈은 어디서 어디로 흘러가는가

서석훈
  • 입력 2011.05.2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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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수상한 카페의 마력적인 마담 ‘살찐 뱀’이 이제 겨우 환갑이 된 어머니와 고 3 사내놈과 중3 계집애와 반전세집에서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지난주에 밝혀졌다. 고 3이 집안에 하나 있다면, 사내건 여자아이건 그 놈은 완전히 집 안의 공기를 바꿔놓는 존재라고 볼 수 있다. 또는 동네 학원에서 고액 비밀과외까지 돈이란 돈은 있는 대로 빨아들이는 흡혈귀이자, 때로는 기울어가는 집 안의 희망으로 앞날에 뭐가 될지 모르는 꿈나무로 벌써부터 그 존재감이 두드러져 보이는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중3으로 말하자면,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지금부터 주요 과목에 대한 선별적이고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중대한 도약대에 올라 서 있는 그러한 인물이었다.
이러한 것들이 둘이나 집안에 있는데 이들을 돌 볼 시간과 여유가 크게 부족한 ‘살찐 뱀’은 이같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남몰래 눈물을 흘린 바가 적지 않았다. 그래도 과부인, 나이도 이제 환갑인 엄마가 있어 두 아이의 밥을 해댄다, 간식을 챙긴다, 세탁기를 돌리고 다리미질을 한다, 화분에 물을 주고 실내공기를 정화시킨다, 아이들이 공부는 하나 한번 씩 문을 열어본다, 아이들이 늦으면 수시로 전화하고 집밖에 나가 본다, 등 딸년인 애미가 해야 할 일들을 대신 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 할머니지 이제 겨우 환갑이니 집 안에서 아이 뒷바라지와 살림만 하고 살기엔 피가 아직도 뜨겁고 낭만이 펄펄 살아있었다. 평생 고생만 시키고 윽박만 지르다 떠난 영감과는 차원이 다른, 점잖으면서 낭만적이면서도 돈도 좀 있는 사내를 만나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시간은 어찌어찌 낸다 하더라도 그놈의 원수 같은 돈이 문제였다. 돈을 벌자니 허드레 일 외에 할 게 없고, 그걸로는 아이들 뒷바라지와 살림값도 안 나온다고 봐야 했다. 딸년이 주는 용돈이라야 기껏 한 달에 5만 원 정도인데 그것도 손자 손녀 간식비에 다 들어간다고 봐야 했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딸년이 어느 인정 많은 신사양반으로부터 일금 30만원의 팁을 받아 챙긴 것이다. 이때가 이 딸년에겐 마침 기둥서방도 사라지고 없는 휴지기라서 그 돈은 몽땅 가정에 씌어지게 될 운명이었다. 따라서 할머니의 용돈으로도 일부가 책정될 예정이었다. 때는 봄바람이 불고 있는 화창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이제 겨우 60된 여인이 오랜만에 주머니에 몇 푼을 챙겨 넣고 하루 휴가를 얻어 관광버스를 타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사뭇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30만원은 바로 그러한 꿈의 돈이었다. 그런 돈을 배삼지 국장이 한 가족에게 내린 것이다.
살찐 뱀은 배삼지 국장의 마른 허벅지에 자신의 풍만한 엉덩이를 살짝 포개놓으며 심오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아무리 한우를 배터지게 처먹었지만 이러한 눈빛에 비할 수는 없었다. 어떤 소가 이렇게 갈망에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볼 수 있겠는가? 처먹으면 금방 배가 터질 것 같은 한우가 보면 볼수록 허기지는 여인의 육체와 어찌 같을 수 있는가?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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