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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 (윤한로 詩)

서석훈
  • 입력 2011.05.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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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
윤 한 로

사슬이

끊어진다

대롱대롱
베란다 빨랫줄 끝
맑은 물방울

깨진 타이루 위로
공일날 햇살 쏟아지곤

웬 새들 불나게 시끄럽다, 그것들
후박나무 가지 속에
염치불문
교미하는 것이리라

구름 한 점 없이 말간
영동 하늘

또 다시 시작되는
푸진 잔소리

멸치처럼
잔뜩 꼬부린다

시작 메모
발끝이 드러나도록 홑이불을 뒤집어쓴다. 아령, 화초, 사슴대가리, 보행기, 약탕기 이런 차마 빼내지 못하는 베란다 풍경들이 펼쳐진다. 빨랫줄 끝에 맺힌 맑은 물방울 몇 압권이로다. 똑똑 듣는 그 물방울들이야말로 햇살을 쏟아지게 하고, 여자들 잔소리를 더 푸지게 하고, 새들마저 때깔나게 지저귀며 서로서로 사랑케 하매, 마침내 녹슨 자전거 체인마저 뚝 끊어먹게 하매. 어렸을 적 영동 살 때 아버지는 이런 공일날 아침이면 꼭꼭 명랑 한 봉지씩 털어넣으셨지. 모든 풍경 잔뜩 꼬부린 채, 무좀 든 발가락 까땍거리며 마음으로다 쓸어 담는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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