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한 로
살풋 잠을 깬다
새파란 하늘 아래
겹겹 봉우리들
저래, 많은
아부지 코들
생각에 생각으로
잠자코, 펄럭거리는
큰 코들
끝 떨어져 나가
다시는 주워오지 못하는
문둥이
마늘씨 코들
사이를 내며
끈처럼 긴
강물 흐르네
시작 메모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어데 가면서 겹겹 산 봉우리를 볼 때마다 그 모습에 머리를 헹구며 쭉 생각해 왔다. 소나 낙타, 보리쌀자루, 울퉁불퉁한 어머니 배, 젖, 맑은 눈, 이마 따위로. 그런데 이번 야외백일장을 하러 강촌에 가는데 불쑥 그게 코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 것도 아닌데 비로소 인생 답을 얻은 느낌이었다. 그래 백일장 제목은 산도 아니고, 강도 아니고 ‘코’로 내기로 했다. 코, 문둥이, 무녀리, 보리뱅이, 따라지 갈수록 이런 것들이 좋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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