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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윤한로 詩)

서석훈
  • 입력 2011.04.1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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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 김유정의 ‘따라지’에 바치다

윤 한 로


헌 양말짝 때 전 속옷
울가망
궤짝 집
숟갈총으로 질렀던
쪽문을 열어젖힌다
장독대로
수채가로
사납배기 아끼꼬가 손 담그던
요강 단지 타고도
활짝 피었다
삼십년대 사직동 산비탈
한 끗 따라지들

그런 데
나갔지




시작 메모
김유정 ‘따라지’에서 영애도 나오고, 얼짜도 나오고, 구렁이도 나오고, 톨스토이도 나오는데 아끼꼬는 왜 아끼꼬일까? 왜정 때니까 못살고 배운 것 없는 아버지들이, 우리나라 영희, 순이, 언년이 부르듯, 다들 그러려니, 갖다 붙였을까. 까페 여급을 나가니까 손님이란 작자들이 너도 나도 이쁘고 귀엽다는 수작질로 그렇게 불렀나. 끗발 없는 한 끗 따라지들이라 도리없이 부르는 대로, 던지는 대로 간 것일까. 아무려나 우리 아끼꼬가 이광수의 가야마미쓰로(대문호 이광수의 창씨명)보다야 훨 낫지. 사랑스러우면서도 가슴 아픈 유물이지. ‘따라지’를 한번 더 읽어야겠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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