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빈약한 사내도 예술을 약간 경시하는 태도로 지껄였던 것 같다. 피카소니 베를린 필하모닉이니 말할 때 무슨 친구 이름 부르듯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은근히 으스대는 태도를 취했던 것이다. 살찐 뱀은, 한 대 치면 바로 자빠져서 못 일어날 것 같은 이 작자가 이 동네의 무식한 오빠들- 철물점 주인과 주유소 소장과 희망 부동산 사장 같은, 다짜고짜 젖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려드는 자들과는 다른 부류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자는 동네 오빠들의 그런 짐승 같은 용기가 없는 대신 여자가 먼저 짐승처럼 다가오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을 때가 많다. 해서 살찐 뱀은 이 작자를 몸으로 조져볼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살찐 뱀은 실수처럼 물잔을 쳐서 그것이 엎어지게 한 다음, 쏟아진 물이 테이블에서부터 사내의 바지 앞부분에 흘러내리게 했다. “어머머머!” 마담은 급히 크리넥스를 뽑아 물에 젖은 사내의 앞부분을 문질러댔다. “괜찮아, 괜찮아.” 사내는 통이 큰 사람처럼 손을 내저었으나 그만 닦으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살찐 뱀의 손은 사내의 양 허벅지를 문지르면서 노골적으로 그 부분을 툭툭 건드려댔다. 배삼지 국장은 마담이 거길 밤새도록 문지르고 있지 못하는 게 크게 아쉬웠다. 국장의 마누라, 결혼 17년차 여편네로 말할 것 같으면 물이 쏟아졌을 경우 거길 문지르기는커녕 국장 본인이 문지르는 걸 구경만 할 여자였다. 국장의 부인 천휘순 여사는, 남편이 집에서 300미터 떨어진 수상한 곳에서 자기 돈으로 술을 마시고 바지까지 흠뻑 젖어 있는 걸 알 리 없었다. 여사는 드라마가 11시에 끝나 현빈처럼 생긴 그 남자를 더 볼 수 없는 게 못내 아쉬울 따름이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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