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여름이면 날마다남한강에 멱을 감으러 다녔는데요내가 열 살 먹던 해그날이 그날인 그 어느 날이었습니다또래 계집들과 사내애들이겉옷은 벗어 마른 돌로 눌러놓고빤스 바람으로 퐁당퐁당 잘도 뛰어드는데뒤에 섰던 나는 그만 홍동지가 되었습니다웬일로 나는 빤스를 안 입은 맨 불알이었던 것입니다거기에는 갑자기 말 붙이기가 서먹해진정옥이도 있었는데 말입니다할 수 없이 갑작스레 배앓이를 시작한 나는부아가 치밀어서 땡볕 아래강 건너로 돌팔매질만 해댔습니다 내가 어렴풋 짐작하는 한 사내는지금 껏 그 강가에서 만만한 돌들을 고르고 있으니참, 그 강
고향 떠난 지 이십 년 만에소식 들었다스물일곱 늦지도 않은 나이에장가보내 달라고 제초제 먹은장가갈 욕심에 두어 모금 마시고두어 모금 뱉어 낸촌수로 따지면 종조할아버지뻘어린애들 잠지를 잘 만지던 근덕이 형지금은 어엿한사장님되었다 한다중학교 중퇴하고수몰되기 전까지 농사만 짓던제초제 먹고 나서 내리 한 달그해 처음 나온 부라보콘만바보처럼 빨아먹던얼금뱅이 근덕이 형이도토리 같은 마누라 얻고자식도 아들 딸 구색지게 두어서목욕탕 사장 슈퍼마켓 사장종친회에 돼지 한 마리 내고금박 찍힌 명함 한 장씩주욱 돌렸다 한다참 드물게 고향 떠나 성공한 소
마음속 남한강최용탁 어릴 적 여름이면 날마다남한강에 멱을 감으러 다녔는데요내가 열 살 먹던 해그날이 그날인 그 어느 날이었습니다또래 계집들과 사내애들이겉옷은 벗어 마른 돌로 눌러놓고빤스 바람으로 퐁당퐁당 잘도 뛰어드는데뒤에 섰던 나는 그만 홍동지가 되었습니다웬일로 나는 빤스를 안 입은 맨 불알이었던 것입니다거기에는 갑자기 말 붙이기가 서먹해진정옥이도 있었는데 말입니다할 수 없이 갑작스레 배앓이를 시작한 나는부아가 치밀어서 땡볕 아래강 건너로 돌팔매질만 해댔습니다- 내가 어렴풋 짐작하는 한 사내는 지금껏 그 강가에서 만만한 돌들을 고
좋은 소식 최용탁고향 떠난 지 이십 년 만에소식 들었다스물일곱 늦지도 않은 나이에장가보내 달라고 제초제 먹은장가갈 욕심에 두어 모금 마시고두어 모금 뱉어 낸촌수로 따지면 종조할아버지뻘어린애들 잠지를 잘 만지던 근덕이 형지금은 어엿한사장님되었다 한다중학교 중퇴하고수몰되기 전까지 농사만 짓던제초제 먹고 나서 내리 한 달그해 처음 나온 부라보콘만바보처럼 빨아먹던얼금뱅이 근덕이 형이도토리 같은 마누라 얻고 자식도 아들 딸 구색지게 두어서목욕탕 사장 슈퍼마켓 사장종친회에 돼지 한 마리 내고금박 찍힌 명함 한 장씩주욱 돌렸다 한다참 드물게 고
사월- 최용탁막잔 술 받았네살아생전 울근불근하던각성바지 세 아들나란히 앉은 꼴 보기도 좋아흥에 겨워 논둑길비틀비틀 나는 가네햇살 자지러진 봄 언덕복숭아꽃 터지는 아홉 살 적 길을 따라남기고 가는 품앗이 없으니나는 가벼워큰 술독은 열어 논 채선지 묻은 국자는 던져둔 채일흔두 해 첫 가마 꽃상여 타고덩실덩실 넘어서 가네
바람의 노래 - 최용탁 나 아직은그대에게 달려가는 더운 입김이고 싶다눈 쌓여그대의 길 어디로도 가지 못할 때그 위에 드러눕는 맨살 등짝이고 싶다이른 새벽길 떠나는 그대 발끝에문득 채이는 시체 한 구이고 싶다언덕과 강변바람으로 떠돌던 날들오래 걸러낸 한 방울 슬픔으로그대 눈가에 하염없이 번지고 싶다
유쾌한 소영씨 최용탁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여느 농촌처럼 쇠락해가는 작은 마을이다. 앞으로 귀농하는 이들이 생긴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라질 운명인 쓸쓸한 마을이다. 이렇게 스러져가는 마을에 생기를 돌게 하는 한 사람이 있다. 내가 귀농하던 이십여 전에는 자연스럽게 ‘소영이’라고 불러도 좋을 열 살 어름이었지만 이제는 서른을 넘겼으므로 소영씨라고 부른다. 소영씨는 지적 장애 2급인데 보통 다섯 살 정도 아이 수준이라고 한다. 말도 부모만 겨우 알아들을 정도로 아주 서툴다. 멀리 떨어진 도시의 한 학교를 몇 년 통학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