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로 속으로 울분을 삭이는 당신을 봅니다당신 생각하면 울컥 눈물 솟구칩니다똥묻은 개들이 겨묻은 당신을 물어뜯는 것을 지켜보며아무것도 도울 수 없는 내가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합니다고요히 낮은 곳으로 흐르고 또 흘러 드넓은 바다에 이르는 강물처럼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향하는 당신을 보면 가슴이 울렁거립니다겉만 보고 속을 단정하는 무례가 일반화 된 세상겉만 보고 거짓을 말하는 것이 인정되는 시절허공을 떠도는 악마의 말들이 단정의 칼이 되어 정의의 가슴을 마구 도려냅니다역사의 진실을 배반하는 적폐들의 총소리가 요란합
반려견 구름이와 걷는 산길부끄러웠던 어제가 일어서고술 덜 깬 부시시한 얼굴에소나무 사이를 헤집고 온 바람이 멎는다고개들어 바라보는 하늘가흰구름 타고 흘러가는 반란의 꿈총소리와 포연없는 코로나19와의 전쟁언제 끝나려나 이 놈의 전쟁방역대책 때문에 경마가 멈춰 매출도 멈췄는데지원 업종에 해당되지 않아 손실보상금조차 받지 못하는 처지눈덩이처럼 커지는 근심과 걱정 위로시시각각 고리의 대출이 공격한다가슴 옥죄이는 쪼들림에 숨이 멎는다자본의 힘이 가난을 짓누를 때시선 둘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산책로 위로회오리 바람 인다그래
김문영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비시시첩(比詩詩帖), '모두의 승리를 위하여’가 출간되었다. 앞서 첫 번째 시집 비시시첩(比詩詩帖), '촛불의 꿈’을 통해 적폐청산, 평화, 번영, 통일을 갈망했던 시인은 코로나19로 엄청난어려움을 겪는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시집을 출간했다. 총소리와 포연 없는 전쟁신종코로나바이러스와 맞선 인간전쟁은 잔혹하다전쟁은 참혹하다적이 누군지 모른다끔찍한 전쟁이다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적이다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적이다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죽이고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새들에게 묻는다 / 김주선 논둑에 세워진 허수아비가 어깨춤을 추었다. 광대 분장의 얼굴은 새들도 겁내지 않을 표정이었다. 바람이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동안 구경하던 참새 가족이 날아와 허수아비 어깨 위에 앉았다. 핫바지 광대 따위는 겁나지 않은 모양이다. 고향 가는 길, 들녘은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농부와 새들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터이기도 하다. 드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새들은 저들끼리 무어라 지껄이는 걸까. 어린 날, ‘훠~이, 훠~이’ 새를 쫓던 아버지의 쉰 목소리가 동구 밖까지 들리는 듯하다.학교 다닐 때 우둔하거
자연질서를 배반한 인간에 대한 잔혹한 전쟁2019년 시작한 코로나19의 공격총소리와 포연 없는 전쟁, 참혹한 전쟁2021년 봄이 오는 날에도 멈추지 않는구나신종에 변이를 더한 바이러스의 무차별 공격기후변화 환경파괴 지구가 으시시 몸살을 앓고폭설 한파 폭우 홍수 온갖 재앙이 밀려와도이래도 봄은 오는가괴로움과 즐거움, 불행과 행복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동전 뒤집어지듯이이 괴로움과 불행 다하면 즐거움과 행복 찾아오겠지자연 세상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시간이 올거야욕심 내려놓으며 걷는 산길여전히 차가운 북풍의 매서운
얼마나 아팠을까저토록 무거운 시간 품에 안고 세상을 내려다보니아비규환에 찌든 오염된 대지병든 지구에 전염병이 활개치고떠오르는 해는 눈 품은 구름 위를 헤맨다잘 닦인 산책로에 목화같은 눈송이가 쌓이고햇살 없는 산책로를 진도개 구름이와 걷는다암덩어리 천지인 세상을 비웃으며암환자 발걸음이 가볍다다른 질병 환자도 함께 걷는다병들지 않은 인생 어디 있으랴아프지 않은 인간 어디 있으랴눈은 내려 쌓이고 밝아야할 아침이 어둡다거리두기 외치는 함성소리 눈발 속에 잦아든다자연질서를 배반한 인간에게전쟁을 선포한 전염병은 더욱 기세
[미디어피아] 안치호 기자= 박소은 소프라노는 5월 27일 저녁 7시 30분 서울 벨라비타 컨벤션에서 ‘코로나19 극복과 지구촌 평화를 기원하는 소프라노 박소은 독창회’를 개최한다.박소은 소프라노는 코로나19로 대한민국과 지구촌 전역을 휩쓰는 재난 상황이 안타까워 직접 위로와 치유의 음악회를 기획하고 진행하게 됐으며 공감과 소통, 사랑과 슬픔을 노래한 한국 가곡과 함께 이탈리아, 독일 가곡 및 오페라 아리아 13편을 선보인다.코로나19 극복, 치유와 힐링을 주제로 하는 이번 콘서트에서는 올해로 탄생 250주년을 맞는 베토벤의 곡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마비 상태가 너무나 심각하다. 스포츠산업을 비롯해 전시 공연 관람 문화예술 사업들도 멈췄다. 영국은 세계대전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경마였지만 한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2월23일 갑자기 멈춰선 이후 1개월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경마시행권을 가지고 있는 한국마사회는 3월18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3월22일까지 연장했던 경마중단 정책을 4월5일까지로 2주일간 더 연장했다. 승마장들도 이용객이 뚝 끊겨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경마중단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경마산업은 특히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코
이 골짜기 저 골짜기눈 녹은 계곡물 힘차게 흘러내리는데'봄은 왔지만 봄이 아니다' 하소연 높다봄이 아닌 봄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우울하고 답답한 가슴 쓸어내리는 시간양지바른 산기슭 진달래는봄이 오거나 말거나 꽃봉오리 맺히는구나작년처럼 그 빛이 붉을까코로나19의 이름 달고 2019년 발생한 바이러스 공격2020년 진달래 피는 아름다운 계절에도 계속된다이단이 적폐와 손잡고 조국을 배반할 때사람들은 마음의 갈피 잡지 못하고우왕좌왕 허둥지둥 애태우는 행군을 하는구나무급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은 증폭되고나라가 재난기본
코로나19의 공습이 모든 것을 멈추게 하고 있다. 방역에 대하여 세계적 찬사를 받던 대한민국도 소위 '신천지교회' 이단 종교의 복병을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총소리와 포연 없는 전쟁이 진행중이다.인간이라면 누구나 지금은 모든 정쟁을 멈추고 일치단결하여 코로나19 퇴치에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총소리와 포연 없는 전쟁신종코로나바이러스와 맞선 인간전쟁은 잔혹하다전쟁은 참혹하다적이 누군지 모른다끔찍한 전쟁이다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적이다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적이다내가 가장
청산되지 못한 적폐들 아우성 드높다뿔뿔이 흩어졌다가 하나로 뭉쳐 음모 꾸밀 때청산하는 함박눈 쏟아진다간 밤 폭설 내려 모든 흔적 덮는다기세 대단하다우수를 앞 둔 때늦은 폭설적폐들의 어지러운 흔적 폭설에 묻히는 시간아주 짧은 시간 세상은 깨끗하다번영과 평화 통일을 방해하는 난동은제국에 기대어 폭설 속에서도 계속되지만총소리로 내리는 폭설은 난동을 사살한다폭설 그치면 어쩌나노심초사하는 밤은 깊어가고어둠 속에서 세차게 내리는 눈모든 절망은 시간이 해결한다안심하는 마음 깊이 잠든다멎은 폭설 위로 찬란한 아침해 떠오르고뜨거
총소리와 포연 없는 전쟁신종코로나바이러스와 맞선 인간전쟁은 잔혹하다전쟁은 참혹하다적이 누군지 모른다끔찍한 전쟁이다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적이다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적이다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죽이고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죽인다으흑누굴 죽일 것인지 목적도 없다이념도 없고 진영도 없다좌 우 보수 진보 종교 가리지않는다닥치는대로 발길 닿는대로 아무나 적이다끔찍한 전쟁이다자연의 질서를 배반한 인간에 대한 잔혹한 전쟁이다잔혹한 전쟁 앞에서 마냥 울고만 있을 순 없다싸워서 이겨야
<산딸기 익는 시간>이쁜 여자의 빨간 입술보다 더 탐스럽게 붉게 익어가는 시간흥분한 생명들 발기한다밋밋해서 편안했던 녹색의 시간이 잠시 그리워질 때그 해 여름 총소리가 들린다모내기가 한창이던 때 논배미로 날아들던 백로들의 한가로운 식사가 끝나기도 전에형제끼리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던 그 아픈 시간이 왜 떠오르는 것일까총성은 산천의 고막을 찢고산딸기보다 더 빨간 피를 뿌렸다있어서는 안될 있을 수 없는 비극이 메아리지고죽이고 또 죽이는 잔혹한 시간이 흐르는 계절에도산딸기는 요염하게 익어갔을 것이다밤꽃은 진한 향으로 누이들을 유혹했을 것이다그랬을 것이다전쟁중에도 무수한 생명이 죽는 중에도또 새로운 생명은 태어났다 아 고귀한 1950년6월25일~1953년7월27일 생이여그대들의 삶에 영광있으라올해도 산딸기 저리 붉게 익는데 손에 잡힐 것 같던 평화 번영 통일은 잡히지 않고가슴에 고동쳐야 할 진실과 정의가 왜곡되고적으로 돌려세우는 증오의 아우성만 몸부림치느냐산딸기 익는 붉은 산하여
“와아아~~”“뭐야, 저 늙다리 똥말이 왜 들어와, 에잇!”“난 저 녀석 올 줄 알았다니까. 고맙다, 우박아!”2019년 2월 17일, 부경 제6경주 1,200m 경주가 끝났을 때 내 집이자 일터인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장은 평소보다 더 떠들썩했다. 단승 94.2배, 연승 16.8배로 함께 뛴 친구 중에 가장 높은 배당을 받은 나였다. 1등을 한 ‘정상코리아’와 함께 기록한 복승식이 무려 1361.9배. 사람들은 내가 입상하리라고 전혀 생각지 않았다. 아니, 그냥 ‘너는 꼴찌’라고 낙인찍은 것이다.난 그들이 흔히 말하는··· ‘똥말’, ‘늙다리’, ‘고인물’로 현역 최고령인 9살 경주마, 이름은 ‘우박이’다.나는 ‘우박이’다. 아빠 ‘메니피’와 엄마 ‘캐더랙케이퍼’ 사이에서 2010년 2월 26일 제주 평대목장에서 태어났다. 올해로 9살, 현역 경주마 가운데 최고령이다. 한창 경주를 뛰어야 할 나이에 불의의 사고를 겪고 병원 신세를 졌다. 얼굴 신경이 마비되고 밥도 못 먹었으며 이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주인 이동훈 마주와 장세한, 임동창 조교사의 사랑이 없었다면 난 지금쯤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미디어피아 안치호먼저 여러분께 내 소개를 하고 싶다. 나는 2010년 2월 26일, 제주 평대목장에서 아빠 ‘메니피’와 엄마 ‘캐더랙케이퍼’ 사이에서 태어났다. ‘우박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맞다. 영화 ‘챔프’에 등장하는, 전설의 선배 ‘루나’를 모티브로 한 영화 주인공 이름과 똑같다. 내 주인인 이동훈 마주의 딸과 사위가 동물 사랑이 각별한데 그 영화를 보고 와서 이름을 ‘우박이’로 짓자고 ‘강추’했단다.지금도 이동훈 마주는 나를 볼 때마다 혼잣말로 –그는 내가 인간 말을 못 듣는 줄 안다- 말(馬)도 이름 따라간다며, 영화 주인공처럼 참 힘들고 어려운 마생(馬生)을 잘 극복했다고, 잘 견뎌줘서 정말 고맙다고 종종 말한다.1세 때 개별 거래를 통해 평대목장에서 부산 17조 장세한 조교사 마방으로 이사 왔다. 이동훈 마주와 장세한 조교사는 엄마, 아빠의 유전자 능력을 내가 잘 이어받았을 거라 철썩같이 믿었다. 내 이부형제, ‘프로키온’이 4천5백만 원에 낙찰돼 2011년까지 뛰면서 1군까지 올라와 4억1,388만 원의 상금을 기록한 걸 보면 나도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내 외모에 대해 더 말하자면, 몸무게는 500kg 정도 나가는 ‘웰터급.’ 털빛은 갈색인 아빠(좌)보다는 엄마(우)에 더 가까운 흑갈색이다. 능력이나 적정 거리는 아빠 전성기 때와 비슷하다고 한다. 눈매는 아빠를 좀 더 빼닮았지만, 사람처럼 전체적으로 엄마 반, 아빠 반 닮았다(사진=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갈무리).나도 여느 친구들처럼 혈통 등록 마치고(2011년 4월 30일), 경주마로 등록한 뒤(2012년 5월 12일) 여권도 받으면서(2012년 8월 30일) 경주로를 맘껏 뛸 기대에 한껏 부풀어 열심히 훈련하고 있었다. 마방 식구들의 기대를, 그 희망에 부응하고 싶었다.기대가, 희망이 너무 컸던 탓일까. 한창 달려야 할 3살이 된 2012년 초여름, 나는 데뷔를 앞두고 운동을 하다가 크게 다쳤다. 워킹머신에 목이 끼였다. 상태는 심각했다. 사람들은 회복 불능이라고, 경주마로 못 쓴다고 사망 선고까지 했다. 나도 이대로 끝이라 생각했다. 명예롭게 은퇴한 다른 친구들처럼 승용마로 제2의 삶을 살거나 고향으로 돌아가 초지를 누비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아픈 몸이니 결국 폐사되거나 개나 고양이 사료로 분화할 날만 기다렸다.“당시 우박이는 경주마로 못 쓴다고, 사망 선고까지 나온 상태였다. 하지만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그대로 보내기에 너무 아까웠다. 이동훈 마주도 우박이에게 애착이 많았다. 기다려달라고 했다. 다른 분들이라면 쉽지 않았을 결정을 내렸다. 관리만 하는 것도 말값 이상 들어가는데 휴양을 보내고 치료를 받게 했다. 나중에는 안면 신경이 마비돼 밥을 못 먹을 정도였고, 혓바닥이 늘어지고 눈도 사시가 됐었다.” -장세한 조교사경주마 9살은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에 가까운 나이다. 그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씨수말, 아빠 '메니피'처럼 나도 여전히 한 몸매 한다. ⓒ미디어피아 안치호그 사건 이후로도 크고 작은 질병을 달고 살았다. 오른 앞다리를 계속 절었고, 거세를 받고 난 뒤 타박상은 계속됐으며 설상가상 안면 마비까지 왔다. 밥을 못 먹으니 병은 더 깊어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괜찮아졌다. 단순히 자생에 의한 자연 치유가 아니었다. 몸은 아팠을지언정, 마음이 편해서였을까.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이 결국 사랑, 그 위대한 힘으로 내 안에서 현화한 걸까.나는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결국 꿈에 그리던 경주에 출전했다. 2013년 11월 15일. 첫 경주 성적표는 6등이었다. 함께 뛴 친구들이 7명이었으니 꼴등과 다름없었다. 그래도 거의 일 년을 밥만 축낸 ‘밥돌이’가 밥값을 하게 됐다는 사실에 기뻤다. 다음 경주에서부터 승승장구했다. 무려 4연승을 하면서 국3군까지 단박에 진입했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했다. 언론에서도 내 승리를 대서특필할 정도였다.정신적 트라우마는 쉽게 극복할 수 없었다. 워킹머신과 같은 좁은 공간에 들어서면 공황이 발발했다. 좁은 발주대에서 출발해야 하는 경주마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생겼다. ⓒ미디어피아 안치호하지만 정신적 트라우마는 쉽게 극복할 수 없었다. 워킹머신과 같은 좁은 공간에 들어서면 공황이 발발했다. 좁은 발주대에서 출발해야 하는 경주마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생긴 것이다. 경주를 거듭할수록, 사람들의 기대가 점점 높아질수록 과거 악몽은 더 물밀듯 몰려왔다. 출발대에 서면 몸이 스스로 거부했다. 괜찮던 건강도 다시 안 좋아졌다. 요배통도 왔고, 없던 축농증까지 생겨 숨도 막혔다. 사람들은 이젠 나를 가리켜 ‘악벽마’라고 낙인찍었다.2013년 8월부터 9월까지 악벽마 클리닉을 통해 환경 적응 훈련을 반복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출발 전문 위원들의 도움을 받아 눈가리개를 사용하거나 출발대 진입 동선을 변경하는 등 반복 훈련을 하면서 적응력을 키웠다. 국2군으로 올라선 9월 26일 경주에서 비교적 원활하게 출발은 넘어섰지만, 성적은 시원치 않았다. 결국 하위권을 전전하다 다시 국3등급으로 떨어졌다. 경주를 앞둔 당일 왼 앞다리를 절어 출전 취소라는 수치도 겪었다.한국경마 차세대 기대주에서 결국 평범한, 그저 그런 자리나 채우는 경주마로 전락했다. 국3등급에서 몇 차례 더 입상했고, 2등급으로 올라서 2016년 11월 6살 때는 일본으로 원정까지 가 제4회 한일교류경주대회에 출전하기도 했지만, 사실 내 주력 거리에 기대가 있었던 덕이지 입상을 바라지도 않았다. 원정 부담도 커서 평균 1분 13초대인 본 실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꼴등 했다.그 이후로 난 지금까지 들쭉날쭉, 2군과 3군을 오가며 어쩌면 계륵으로 전락한,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올해 벌써 9살이 됐고, 가장 나이 많은 ‘원로’ 경주마가 됐다. 세월 참 빠르고 무상하다. 사람들은 이제 나를 잊었다. 쳇바퀴 돌 듯 뛰라면 뛰고,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자는 진짜 늙다리가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현재 몸 상태에 이상은 없다. 지금은 완전히 회복됐다. 9살이라는 나이에 뛰는 게 쉬운 게 아닌데 지금까지 버텨주는 게 참 대견하다. 그때 일을 계기로 더 강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안 다쳤으면 경마대회도 우승하고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텐데 참 아쉽다. 이제 나이도 있기에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기본 성적을 거두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계속 함께할 것이다.” - 임동창 조교사원래 나는 선행, 선입형 경주마였다. 밥벌이는 해야 하니까 ‘탕’, 소리 나자마자 최대한 빨리 출발대를 벗어나 무작정 달리고 봤다. 기본 능력이야 원래 있었으니 컨디션 좋은 날에는 2등 친구와 2마신 차까지 벌린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빨리 달릴 순 없다. 출발대가 있건 없건 그냥 달린다. 출발대도, 총소리도 이제 내겐 무딘 그 아무것이 됐다. 늙으면 아이가 된다고, 지금도 경주를 뛰다 앞이나 옆에 다른 친구들이 붙을라치면 겁부터 더럭 나기는 한다. 그들이 혹 나처럼 다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작년부터 나는 경주 스타일을 추입으로 바꿨다. 은퇴를 앞둔 늙다리니 후배들이 뛰는 모습 뒤에서 슬슬 보면서 자리나 지키겠다는 심보는 아니다. 물론 아직도 트라우마는 남아 있고 경주 도중 후배들이 다칠까 걱정돼 미리 피하기도 하지만, 나는 뛸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다. 사람들은 모른다. 내가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그 이유는 내가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아픈 날 버리지 않고 끝까지 지켜준 사랑, 그 사랑에 보은하고 싶기 때문이다. 인간 언어로 표현 못 할 뿐이지 매 경주마다 최선을 다하며 이동훈 마주와 가족들, 장세한, 임동창 조교사, 관리사 그리고 날 응원해준 팬들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있다.김혜선 기수와 오랜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김혜선 기수는 내 마음을 읽고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차근차근 날 결승선까지 데리고 갔고, 우리의 교감이 ‘반전 드라마’를 썼다(사진=한국마사회 자료 및 김혜선 페이스북 갈무리).작년 10월 26일, 김혜선 기수와 오랜만에 우승한 그날도 내 배당은 거의 꼴찌였다. 경마를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회춘했네, 마방 승부가 있었네, 짜고 치네 하지만, 난 알았다. 김혜선 기수가 내 마음을 먼저 읽고 출발이 늦었어도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차근차근 날 결승선까지 데리고 갔다는 사실을. 우리 교감이 만들어 낸 ‘반전 드라마’라는 사실을. 경주 끝나고 입가 가득히 미소 지으며 나를 쓰다듬어준 김혜선 기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또한 그날 우리 모습을 “예술”, “인마호흡의 현재”, “가슴 뭉클하고 콧등 시큰했던 장면”이라며 오랜만에 울었다고 후기를 남긴 경마 팬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지금까지 내가 벌어들인 상금은 3억3073만 원 정도다. 몸값의 5.5배 정도로 벌었지만 나 혼자 한 일이 결코 아니다. 사실 난 1등도 중요치 않고 상금에도 관심 없다. 그저 현역으로 뛸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받은 사랑에 보은하기 위해 열심히 뛸 뿐이다. 내 주인 이동훈 마주의 회사 이름처럼 ‘성실’, 그것이 내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경주마 원로로서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내 주인처럼 우리 말(馬) 친구들을 경쟁으로 내몰아 돈벌이 수단으로 삼지 말고 동반자로, 생물로 더 많이 아껴주기를 바란다. 흔히들 경마는 혈통 스포츠라고 한다. 맞는 말이지만, 절대 원칙은 아니다. 인간 세계에서 더는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다지만, 우리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우리를 향한 관심과 사랑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제발 ‘똥말’이라고 부르지 않기를, 우리도 버젓이 이름 있는 생명임을 인정해 주기를. 그럴 때 우리는 존재 이유를 찾고 아픔도 극복하고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뛸 수 있다.경마장에서의 삶은 행복하지만, 은퇴 후에는 영화 ‘챔프’ 주인공 우박이처럼 고향 제주로 내려가 해변도 달리고 초지를 누비고 싶다. ⓒ미디어피아 안치호“우박이 성격은 아주 차분합니다. 뛸 때는 참 잘 뛰죠. 1, 2등 들어올 때 보면 승부 근성이 아주 뛰어납니다. 그 어려운 일, 아픔을 겪고도 잘 극복했습니다. 최근 다시 성적이 좋아지고 있는데 내게 보답하려는 건지 그 마음이 참 기특하고 고맙습니다. 은퇴요? 10살 넘도록 현역에서 뛸 수 있도록 하렵니다.” - 이동훈 마주이동훈 마주는 나를 통해 ‘희망’을 봤다고 했다. 그래서 작년에 ‘희망소녀’와 ‘희망여전사’라는 두 후배를 새로 들였다. 나도 후배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건강하게 은퇴해서 고향인 제주도로 가는 것뿐이다. 내가 태어난 목장에도 가보고 해변도 달리고 여행 온 사람들과 만나고도 싶다. 9살 평생을 마방에서만 지내다 보니 경주 때 빼고는 본래 질주 습성을 종종 까먹는다. 내가 누구인지 잊을 때도 요즘 들어 잦아졌다.똥말이 아닌 황혼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나 ‘우박이’로, 사랑을 베풀어준 주인에게 충성한 보은과 성실과 희망의 아이콘으로, 유종의 미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경주마로 사람들이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본 기사는 부산경남마주협회 소식지, '오너스투데이' 9호(2019년 봄호)에도 실렸습니다. 취재= 이용준·안치호 기자작성= 이용준 기자
“와아아~~”“뭐야, 저 늙다리 똥말이 왜 들어와, 에잇!”“난 저 녀석 올 줄 알았다니까. 고맙다, 우박아!”2019년 2월 17일, 부경 제6경주 1,200m 경주가 끝났을 때 내 집이자 일터인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장은 평소보다 더 떠들썩했다. 단승 94.2배, 연승 16.8배로 함께 뛴 친구 중에 가장 높은 배당을 받은 나였다. 1등을 한 ‘정상코리아’와 함께 기록한 복승식이 무려 1361.9배. 사람들은 내가 입상하리라고 전혀 생각지 않았다. 아니, 그냥 ‘너는 꼴찌’라고 낙인찍은 것이다.난 그들이 흔히 말하는··· ‘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