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염소 선생(2) 놔둡시다요, 걔네들 개판 오 분 전이라도잘 쓰잖아요 살아 있잖아요「구운몽」 속에 나오는양소유와 팔 선녀 그리고 구름,그건 이들이 속세에서 누린한바탕 꿈, 갖은 부귀영화를 상징하건만그러든 말든 어느 날 즤네들 열‘양팔구’를 만들곤그중 어리뻥뻥한 척한바탕 꿈인 구름이 가장 셌다제주도에서 올라온 구름은애초 공부랑은 담을 쌓았으며밥 먹듯 가출하고 담배 피고허구한 날 출석부로 얻어맞되근신 정학도 몇 개씩 먹되감성은 애렸는지라 놀아도시 하나만큼 기막히게 잘 썼더랬지쉬는 시간이면 양소유 등에 업고전 교실과 복도를 누비며두둥
4부 염소 선생(1) 나삼수를 했습니다만겨우 들어간 대학도시 쓴답시고술 먹고 놀며 어영부영한두 학년 다니다 그만 잘렸네나그래 다시 체력장에다 예비고사를 치곤딱히 갈 덴 없어라또 같은 대학 같은 과에다시금 들어갔습죠잔뜩 지쳐잔뜩 쳐져썩어 문드러진 시쓴답시고 나, 윤 머시기 물건도 아니었습니다괴물도 아니었습니다폐인도 못 됐습니다역사와 시대와 진실에한창 젊음에욕되지 않으려머리띠하고 꽃병 던지고그런 투사도 아니었습니다그러니 진정한 술꾼도 아니었습니다생각하면 부끄럽고 쑥스럽기이루 말할 수 없으니 그렇습니다그저 중간이나 가얐다학점이나 따고졸업
시창작 교실 7 윤한로내 스물서넛 살 대학 때 등단하공고등학교 문학 선생질 36년 만에겨우 낸 첫 번째 시집'메추라기 사랑노래’ 그걸 또 읽공시 쓰는 대학 동기 하나가 문자를 보냈는데오합지졸천방지축시러베 잡놈들먼먼 변방 것들이니들로 구들 깔고주추 놓고 기둥 세우고 지붕 얹고월려, 거기 추임새까지 넣어어엿한 집 한 채순한 목수처럼 뚜딱 지었으니여라고맙고나 다른 것도 아니고나,나를 목수라 하다니너무 고마워 몸둘 바를 모르겄구나 시작 메모그때 여기저기서 내 시는 전혀 시적 긴장이 없다, 발상이 밋밋하다, 비유, 상징, 메타포 따위가 약하
시창작 교실 6 윤한로마음이 개 같으니차라리 시가 깊고 어둡고짧다그런데 마음이 깊고어둡고 절실하니오히려 시 개 같구나역겹다 길다 진즉 알았어야 했건만알면서도 그건 내가 나한테자꾸 속는 거다 속이는 거다만지면 만질수록 덧나는 게다 시작 메모앞으로 고요니 고민이니 진실이니 진지함이니 그리움이니 외로움이니 따위 없이 이것저것 개 같은 마음먹어야겠다. 우리는 왜 쉽게 보지 못할까. 쉽게 듣지 못할까. 쉽게 느끼고 생각하지 못할까. 지금 우리가 뭔지 자기 자신한테 크게 잘못하고 있지나 않을까.
시창작 교실 5 윤한로점점기술만 부리고아, 시랄 것도 없는 시그저 끙끙굵고뜨겁게쓰고 싶다누고 싶다길동이나처럼시작 메모워즈워드가 말하길 시골 사람들 말은 힘이 있다. 시골 사람들 말은 시적이고 철학적이다. 시골 사람들 말은 꾸밈없고 소박하고 사치와 허영에 물들지 않아서 그렇다. 가녀리게 자꾸 졸렬하게 가다듬을 필요 없다. 나도 시골에 산다. 그러니 굵고 거칠게 가자.
습작 노트 윤한로못 쓴 시는감동적이다너무나 아프고 괴롭고적어도 나한테는그거야말로 진짜다짜가가 아닌그러나 그거야말로절망적이라서 감동적일 뿐절망적이라서 진실일 뿐못 쓴 시는못 쓴 시라기보다못난 시다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못난 시여 그러니 그대라리 한껏, 호박 들어밤하늘 별이나 우러르라 시작 메모절대로 잘 쓰려고 마라. 시를 가르칠 때 못 쓴 시를 쓰라고 한다. 기교가 꽝인 시를 쓰라고 한다. 잘 쓰려고 한 시들은 아픈 곳들이, 괴로운 곳들이 전혀 없다, 어디서 벌써부터 이 따위를 배웠느냐, 버리라고 한다. 태우라고 한다. 그러나 내 시
시창작 시간 윤 한 로너희들여러 번 말했잖냐못 썼다고 생각한 것들틀렸다고 생각한 것들찢어버리고 싶은 것들이건 글렀다고아아, 이건 아니라고 여긴 것들그런 것들을 쓰라고그런 것들을 내라고그럴수록 좋다고 얼마나 괴롭더냐얼마나 진실한가너희들걔네들은 걔네들 시 쓰면 될 뿐 시작 메모 ‘나는 조선 사람, 조선 시 쓰리.’ 다산 정약용 선생 선언이시다. 선언이라기보다 고집이시다. 는 더 나아간다. ‘남의 나라 시법 따르는 그대들, 그대들은 그대들 법 따르면 될 뿐.’ 선생 고집이라기보다 분노이시다. 그러나 는 더욱더 나아간다. ‘구태여 누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