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미카엘라 (2) 땀 뻘뻘 흘리며 일만 알 뿐기계처럼 돈이나 벌 뿐입때껏 눈물 콧물도 모르고막살았구나, 헛살았구나, 그대 아버지들 우리 셋 동네 싸구려 호프집에우리 셋나와 마누라와 작은눔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듯 추운 밤나도 한 잔고생이 많구먼 당신도 한 잔자, 대학도 떨어졌으니니놈도 한 잔오리털 파카 속 자꾸만 삐져나오는깃털 풀풀 날리며옛날 얘기, 군대 얘기, 학교 때 얘기,식구꺼정 술 마시면 미주알고주알 맛있구나트집 잡힐 일 없고, 도망갈 사람 없고술값 때문에 머리 안 쓰고 좀 좋으냐대학이 다가 아녀라 공부가 최고 아녀라착하
4부 염소 선생(2) 놔둡시다요, 걔네들 개판 오 분 전이라도잘 쓰잖아요 살아 있잖아요「구운몽」 속에 나오는양소유와 팔 선녀 그리고 구름,그건 이들이 속세에서 누린한바탕 꿈, 갖은 부귀영화를 상징하건만그러든 말든 어느 날 즤네들 열‘양팔구’를 만들곤그중 어리뻥뻥한 척한바탕 꿈인 구름이 가장 셌다제주도에서 올라온 구름은애초 공부랑은 담을 쌓았으며밥 먹듯 가출하고 담배 피고허구한 날 출석부로 얻어맞되근신 정학도 몇 개씩 먹되감성은 애렸는지라 놀아도시 하나만큼 기막히게 잘 썼더랬지쉬는 시간이면 양소유 등에 업고전 교실과 복도를 누비며두둥
롯데콘서트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만 관현악 연주를 듣다가 오래간만에 들른 중소도시 시민회관(문화예술회관)에서의 2관 편성 오케스트라 음악회였다. 아무 보호막도 없이 하나라도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날 거 그대로의 생생한 홀 사운드다. 베토벤의 와 은 연주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스코어를 분해해서 해부학 공부를 하기에 최적격인 공간이었다. 하나로 합쳐진 완전체 조화가 아닌 호른은 호른대로, 트럼펫은 트럼펫대로, 오보에는 오보에대로 따로 국밥이 따로 없다.10월 6일 수요일 군포문화회관에서 열린 군포프
우리 셋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듯 추운 밤동네 싸구려 호프집 그런 데선처음으로 만났구나우리 셋, 나와 마누라와 아들래미어른이니 내 먼저 한 잔고생이 많구먼 당신도 한 잔자, 대학도 떨어졌으니 장하다니놈도 한 잔오리털 파카 속 자꾸만 삐져나오는깃털 풀풀 날리며군대 얘기 학교 때 얘기 왕년에 얘기식구꺼정 술 마시면 미주알고주알 맛있구나트집 잡힐 일 없고 도망갈 사람 없고술값 때문에 머리 안 쓰니 좀 좋으냐대학이 다가 아녀라 공부가 최고 아녀라착하게만 살면 되지라그 구라 어디 가면 누가 또 들어 주냐연신 풀며 쨍그랑쨍그랑 시작 메모우리
동변(童便) 윤 한 로어느 놈인지 간밤 똥 한 무데기 길 복판에 누고 갔다, 떡하니 굉장히 큰 놈이구나센 놈이구나그눔, 흉물스러븐 놈이로구나낯짝 가득 머귀 잎사귀 들쓰곤시커먼 놈 소도독 같은 놈 억수로 괴로웠던 놈아,이마트 하늘 쪽 별 밝더냐찌긋째긋 별들 바라보며별에 그슬리며 으스스 별 달고서 이거나 먹어라들 그리곤 총총 덤프트럭 뒤를 돌아 춤추며 갔노라가진 거라곤 돈 뿐이 없는 놈별 아우님 떨구고 간 어리디 어린 똥시작 메모아주 괴로울 때가 있다. 그런 때는 하루 종일 묵주기도를 바치라고 한다. 감자탕도 먹고 소맥도 먹고 닭도리도
염소 윤 한 로잘난 선생도 되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또 못난 선생 되기도 싫고 좀 쓴답시고 가르친답시고 빌어먹을, 약장수가 다 됐구나 가을 바람 소슬 부는데 짜른 혀 목이 멘다 우리 염소 선생들뉘엿뉘엿 서산에 해는 떨어지고 에헴, 모이믄 우리 몇몇 얼려 코끝 쉰내 풍기며 올라간다 수리산 보리밥집 보리밥 먹으러 염소 선생들 재미 하나 없다 해서 깐이 보지 마라 이래뵈도 소용돌이치는 두 개의 뿔 무섭당 추라면 우리보리밥 밥상 위에 뛰어올라가 춤도 춘다시작 메모선생 노릇을 한 지 어느덧 이십년이 훌쩍 넘었다. 머리가 허옇다. 한 가지만
산행 윤 한 로흰 눈이 나린다수암봉 날망성당 일 자식새끼 일 다 잊고옥수수 막걸리 걸친다우리 둘 망년회 한다나는 딱 한 잔마누라쟁이는 두 잔그러나 바로, 우리 하산이다 서로 누구랄 것 없이 팔짱을 끼고짧은 걸음걸음등산화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깊은 눈내려올수록 온통 불콰하다가파른 겨울 수리산민머리시작 메모나는 닭띠 마누라는 오팔 개띠다. 마누라는 고등학교를 나오고, 나는 삼류대학교를 나왔다. 나도 작은데 마누라는 더 작다. 그래서 우리는 애들도 좀 작다. 서로 비슷비슷해서 우리는 부부면서 친구 같다. 그래 어느새 말도 튼다. 평범하다
병목안 윤 한 로깊은 골짜구니에 숨어들면서 죄다 쌍놈되얐다뚜-욱 하니 항아리 굽고 담배 짓다가두름으로 엮여 끌려갔다‘하느님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매를 맞아도 전혀 아프지 않소‘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임군집이 같은 치명자들 애오라지 숯검댕이 입으로 예수 마리아만 묐다굴뚝자리 사금파리에 햇빛 쨍쨍 빛날 때,정든 밭둑머리 비탈비스듬히 내리디딜 때, 식전 밥 해먹은 콩나물허옇게 토했다바짓가랭이 흙털고 일어나 줄레줄레 다시 걸었다줄기차게 돌 틈 뚫는 또랑 물소리 올굵어지고마침내 비좁던 길이 툭 터진다시작(詩作) 메모희광이 칼날에 사라진 치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