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 작가의 첫 장편 소설 『포수 김우종-부북기赴北記』가 도서출판 북치는소년에서 출간되었다.박인 작가는 최근 스마트 소설집 『누님과 함께 알바를』(문학나무)를 출간했으며 이번 작품은 7년여의 기나긴 세월을 작품 집필에 몰두한 끝에 마침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다.역사 소설이면서 동시에 오늘날 현실 상황을 환기하는 이 작품은 리얼리즘 소설로도 손색이 없다. 나아가 우리 삶을 조명할 수 있는 미래 소설의 면모를 띠고 있으며 이러한 다양성에는 작가의 지난날 소설 쓰기가 깊게 배여 있다.박인 작가는 소설의 뼈대를 이루는 역사 자
여백과 잔상의 시인 김종삼의 작품들이 캘리그라피로 다시 태어났다. 『캘리그라피로 읽는 김종삼-내용 없는 아름다움』은 캘리그라피 작가 오민준씨가 김종삼의 시들을 캘리그라피로 재현한 작품집이다.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아름답게 쓰다'는 뜻으로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아름다운 상형문자”라고 불렀다. 김종삼과 오민준이 만나는 곳도 바로 이 지점이다. ‘아름다움’이라는 미학적 세계에서 두 장르와 두 매개체, 그리고 두 예술가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 오민준은 상호 텍스트의 관계에서 볼 때 김종삼의 독자였다가 작가로 변신하
연신내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출발하려는 순간 아주머니 두 분이 버스를 우악스럽게 붙잡고 은평한옥마을행이냐고 물어봤다. 기사의 맞다는 대답과 함께 탑승한 두 분의 수다와 호들갑,극성,주접은 '혹시 저분들도 한옥마을 내 종삼음악회에 가나'하는 두려움과 한숨이 절로 나왔다. 처음 가보는 장소와 행사다 보니 어떤 분들이 오시는지 감이 안 잡혔지만 머릿수 채우기에 동참하려고 북한산 기슭까지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게 아니기 때문에 기왕이면 시와 문학이 어우러진 격조 높은 시간이길 바라는 소망이었다.한옥마을에 내리니 서울 도심과는 비교
세자아르 프랑크의 음악(音樂) 은야간(夜間) 파장(波長)신(神)의 전원(電源)심연(深淵)의 대계곡(大溪谷)으로 울려퍼진다 밀레의 고장 바르비종과그 뒷장을 넘기면암연(暗然)의 변방(邊方)과 연산(連山)멀리는내 영혼의성곽(城廓)-김종삼 ‘최후(最後)의 음악(音樂)’ 전문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세자르 프랑크(1822~1890)스테판 말라르메(1842~1898)클로드 드뷔시(1862~1918)모리스 라벨(1875~1937) 잘 아시겠지만 19세기 프랑스 예술의 주요 인물로 김종삼 시인에게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종삼
한 귀퉁이꿈나라의 나라한 귀퉁이나도향한하운 씨가꿈속의 나라에서뜬구름 위에선꽃들이 만발한 한 귀퉁이에선지그믄트 프로이트가구스타포 말러가말을 주고받다가부서지다가영롱한 날빛으로 바뀌어지다가-김종삼 ‘꿈속의 나라’ 전문구스타프 말러는 죽기 1년 전인 1910년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를 만납니다. 평생 이방인으로 살아온 절망감, 수시로 엄습해오는 심장병과 죽음의 공포, 어린 딸의 죽음, 19살이나 어린 젊고 아름다운 아내 알마에 대한 집착 등이 말러를 괴롭혔습니다.말러는 프로이트에게 깊은 비극과 가벼운 즐거움이 서로 뗄 수 없이
머지않아 나는 죽을 거야산에서건고원지대에서건어디메에서건모짜르트의 프루트 가락이 되어죽을 거야나는 이 세상엔 맞지 아니하므로병들어 있으므로머지않아 죽을 거야끝없는 평야가 되어뭉게구름이 되어양떼를 몰고 가는 소년이 되어서죽을 거야-김종삼 ‘그날이 오며는’ 전문김종삼은 '그날이 오며는'에서 자기 죽음을 한편의 그림일기처럼 그리고 있습니다. 산에서나 고원에서나 모차르트의 플루트 가락이 될 거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세상에 맞지 않고 병들어 있기 때문이며, 그날이 오면 끝없는 평야나 뭉게구름, 목동이 되어 죽을 거라고 고백합니다.이 시가 『
아버지는 한밤중에 깨어나서 산동네 오막살이 지붕 위로 올라갔습니다. 낡은 기와지붕 옆에 작은 장독대가 있었지요. 컴컴한 밤이면 장독대로 올라가는 사다리에서 삐꺽 대는 발소리가 들리곤 했어요. 아버지는 술에 취해 몽유병에 걸린 사람처럼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았죠. 그러다 술이 깨면 라산스카가 부른 노래를 흥얼거렸죠. 사랑스러운 애니로리. 아버지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라산스카를 좋아했습니다. 담배를 한 대 피운 후 또 낮게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죠. 엄마와 제 동생은 이불 속에 누워 자는 척하지만, 코와 귀는 열려 있으니까요.라산스카는
바닷가에 매어둔작은 고깃배날마다 출렁거린다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헤밍웨이의 바다와 老人(노인)이 되어서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사노라면많은 기쁨이 있다고-김종삼 ‘어부’ 전문 김종삼이 1975년 9월 『시문학』에 발표한 시입니다. 날마다 출렁거리거나 때로는 풍랑에 거꾸로 뒤집히기도 하는 작은 배는 시인의 삶입니다. 세파를 헤치고 멀리 노를 저어 나가려고 하는 어부는 시인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1연에 나오는 ‘바다와 노인’은 헤밍웨이 같은 결연한 의지보다는 소박한
하늘을파헤치는 스콮소리(중략)마음 한줄기 비추이는라산스카.-『현대문학』 1961.12 루-부시안느의 개인 길바닥.한 노인이 부는 서투른목관 소리가 멎던 날.-『자유문학』 1961.12 집이라곤조그마한 비인 주막집 하나밖에 없는초목(초목)의 나라수변(수변)이 맑으므로라산스카.-『현대시』 제4집 1963.6 라산스카늦가을이면 광채 속에기어가는 벌레를 보다가 라산스카오래 되어서 쓰러져가지만세모진 벽돌집 뜰이 되어서-『신동아』 1967.10 라산스카인간되었던 모든 추함을 겪고서작대기-ㄹ 집고서-『풀과별』 1973.7김종삼의 시 ‘라산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