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해서 올해까지 가장 많이 접한 지휘자가 카를로 빨레스키다. 2019년 고양시 교향악단을 통해 4번, 보름전에 대한민국국제오페라페스티벌에서 김선국제오페라단의 로시니 를 통해서 한번, 총 다섯 번의 콘서트에 레퍼토리도 생상스와 브람스 교향곡에 문태국, 양인모 등 한국의 영 아티스트들과의 협연에 이어 올해는 카를로 빨레스키 모국의 음악인 이탈리아 오페라를 연거푸 감상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푸치니다. 푸치니 한편이 아닌 올댓 푸치니, 올댓 오페라(All that Puccini, All that Opera)라는
3월 22일부터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45일 만에 종료되고 어린이날 다음인 6일부터 생활 방역 체제로 돌아섬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도 지난 2월 실내악 공연 이후 4개월 만에 실황 공연으로 다시 만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6월 3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치용이 지휘하는 '낭만의 해석 I' 첫 무대로 차이콥스키의 '만프레드 교향곡'과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 1번' 거기다가 한국 작곡가 김택수의 '더부산조'가 무대가 올려진다. 우리는 지난 몇 달간 실연의 감동을 못 누리
포스트 코로나!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고 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기승을 부릴 올여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독일의 바이로이트,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영국 런던 BBC 프롬스 같은 한여름 밤의 음악 축제가 올해 2020년부터 서울에서도 열린다. 롯데문화재단이 롯데콘서트홀 개관 4주년을 맞아 이라는 타이틀로 열흘 넘게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등 다양한 클래식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는 음악 축제를 시작한다. 올해 축제는 오는 8월 17일부터 30일까지 탄생 250주년을 맞는 '베토벤'을 주제로 하여 롯데콘
고양시 교향악단의 상주단체 계약이 올해 31일 만료됨에 따라 내년부터 고양시 교향악단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KBS교향악단에 연 6억 보조금 지급안'이라는 예상치 못한 방안도 의회에 제출이 되었다고 한다. 다시 공모를 하여 오케스트라를 선정하거나 아님 공모 없이 고양시 관내 민간 오케스트라를 지정, 예산을 지급하는 두 가지 방법만 있는 줄 알았는데 고양시와 고양문화재단은 최근 고양과 아무 연관성이 없는 KBS교향악단에 1년 7회 공연에 6억 원 보조금 지원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 상임위 결과에 이
한 달 동안에 수도권 도시의 오케스트라가 두 번이나 다른 프로그램으로 콘서트를 같은 장소에서 개최하는 건 지극히 이례적이다. 같은 곡으로 횟수와 시기를 달리할 수 있지만 정규 스케줄에 작품도 그 단체가 이전에 자주 연주했던 레퍼토리도 아니요 한국에서 익숙한 베토벤,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도 아닌 대곡을 한 달, 정확히 말하면 3주 만에 무대에 올렸다. 10월 5일엔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와 <로마의 축제>를 이번 26일엔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과 <피아노협주곡> 그리고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이 고양시 교향악단에 의해 울려졌다. 이런 흔치 않은 이벤트는 그래서 연주하는 악단이나 관객이나 과부하이긴 하다. 아무리 훌륭한 연주 단체라 하더라도 3주 만에 새로운 레퍼토리를 완벽하게 익혀 소화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같은 곡을 수백수천 번 맞추고 연습하고 시간차를 두면서 숙성시켜도 최고 경지까지 도달하기 어려울 터인데 레스피기를 마치고 3주 만에 새로운 곡에 도전, 무대에 올린 것이다. 더군다나 신곡은 섬세하고 우아하면서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방불케 하는 연주자의 개인적 기량과 이국적인 색채를 요구하는 라벨이다. 아무리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회에 자주 찾는 관객이라 할지라도 한 달에 두 번이나 같은 단체의 연주를 보러 간다는 건 대단한 애정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인구 105만의 고양에서 이제 겨우 닻을 올린 고양시 교향악단에 그 정도 열성을 보일 팬덤이 형성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분명 공연 주기대로라면 12월에 프랑스를 주제로 고양시 교향악단이 연주해야 할 터인데 10월에 12월 걸 당겨와 몰아넣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을 마치고 커튼콜피아니스트 원재연의 라벨은 치기 어렸다. 오케스트라의 금관은 날렵하지 못하고 둔탁했으며 순발력이 떨어졌고 현들은 무거웠다.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음악적 감동을 선사한다. 일주일 간격으로 2번이나 실연으로 들을 곡이지만만 '천국으로 가는 문'은 확고하다. 고양시민들은 복받은 거다. 지난해 새롭게 창단한 고양시 교향악단은 2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고양시민들에게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브람스의 2번 교향곡 등 낭만을 가득 담은 거장들의 명곡들을 차례로 선보이며 클래식 음악계의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젊은 비루투오서 문태국, 신지아, 양인모 등을 총출동 시키면서 역동적인 교감을 이루어냈다. 이건 서울 아니 광역시도 아닌 인구 100만을 갓 넘긴 중소도시에서 음악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 언제 또 아람누리에서 고양시라는 타이틀이 붙은 악단이 이런 음악적 도전과 성취를 이루며 시민들에게 고급문화의 진가를 전달하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겠는가.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원재연그런데 <천국으로 가는 문>인 생상스의 장대한 감동에 빠진 필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전형적인 대중 콘서트의 일환인 앙코르로 <윌리엄 텔> 서곡의 마지막 행진곡 부분이 연주되자 객석은 흥에 겨웠다. 라벨이 끝나고 피아니스트 원재연은 앙코르를 2곡이나 했는데 첫 번째 선택한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언급하자 뒤에 아저씨가 오~~라는 감탄사를 자아냈고 필자는 '아니 앙코르로 10분에 가까운 그것도 피아노가 원곡이 아닌 죽음의 무도를?'이라는 생각이 든 것과 똑같다. 그것도 모자라 쇼팽의 <그랜드 왈츠>를 한 곡 더 연주하는 원재연의 화려한 기교와 환호하는 관객들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봤다. 윌리엄 텔 서곡은 고양의 반대편 신내동에서 일부러 오늘 공연을 들으러 온 중년 부인도, 인터미션 때 유투브로 원재연이 앙코르로 연주한 쇼팽을 검색해서 이어폰으로 듣던 앞자리의 신사도 다 박수를 치고 어깨를 들썩이면서 집단의 흥분에 휩싸였다. 극소수를 위한 음악적 고양(高揚)과 고상에 전념할 것인가 아님 이런 고양시 교향악단의 위대한 도전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연주되고 수도 없이 접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냥 고민 없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윌리엄 텔이나 헝가리 무곡을 하는 단체로의 회귀냐는 딜레마에 빠진다. 송가인 같은 유명한 트로트 가수도 나오고 팝페라에, 국악, 그리고 성악가들이 나와 아리아 2-3곡을 부르는 열린 음악회, 팝스 콘서트 류의 음악회가 버젓이 '송년','시민을 위한', '추모', '기념', '문화제'라는 등의 수식어를 붙여 성행한다. 그렇게 버무리면 누구나 좋아하고 사람들이 모이며 환호한다. 그건 가장 쉬운 방법이다. 무슨 곡을 하든 누구를 임명하든 어떤 작품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하든 그저 관심 없고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잡음 없이 '행사'가 치우어졌으니 시 관계자도 좋고 의회도 좋고 찾아온 관객들도 연예인도 보고 아는 노래 들으면서 흥겨우니 좋고 연주자나 성악가들도 공부하고 연습할 필요 없이 맨날 하는 우러 먹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다 돈 줍는 격이다.끝나고 로비에서 카를로 팔레스키와 원재연의 사인회에 고양시민들이 길게 줄을 섰다. 사진제공: CNB뉴스 김진부 취재본부장 왜 이 어려우면서 고독한 예술적 길을 가야만 하는가?포퓰리즘과 정치, 경제적 역학관계에서 벗어나 독립해서 인간의 예술세계를 존중하고 인간이 만든 독창적이고 인간의 사상과 감정이 스며 있는 음악을 듣고 자유민주주의 시민으로 성장하고 살아가는데 양분이기 때문이다. 순수예술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당장의 이익을 중시하는 시장 메커니즘이 지지하지 못하는데서 발생하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를 보완하는 가장 중요한 대안 중 하나인 사회적 관계 회복이 가장 필요한 분야이다. 당장 인기가 있어서 문화 소비자들에 의해 시장메커니즘이 지탱될 수 있는 대중예술과는 달리 단기적 대중성이 낮고 성과나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순수예술은 그 자체의 사회적 중요성과 명분에 대한 자발적이고 순수한 공감과 존경이라는 선의에 기반한 도움과 기여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런 토대에서 시민들에게 양질의 공연을 제공하고 문화향유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원 목적이 달성된다. 가치창출 면에선의 예술은 촌각을 다투는 경쟁과 속도전이 아니다. 2년? 사람에게 비교해도 걸음마를 떼기도 힘든 짧은 시간이다. 이탈리아의 한 도시 오케스트라 악단은 근속 연도가 40년이 넘은 사람이 넘친다고 한다. 베르디만 40년 넘게 연주했다고 하니 어떤 경지일지 눈에 훤한다. 그리고 나태와 게으름에 빠지지 않고 한 우물만 판 장인으로서의 자부심과 문화력도 대단할 터. 어렸을 때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시민회관에 가서 들은 어린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자녀와 함께 문화예술회관을 다시 찾고 그 도시의 악단 단원과 길거리에 우연히 만나도 알아보고 서로 인사를 건네는 도시, 그게 바로 진정한 문화가 숨 쉬는 도시다.
레스피기에 의해 인도되는 환상의 non diegetic 로마 여행.작곡가 자신의 직장이 있던 로마의 건축물이나 자연 풍경, 도시의 각 시대별 전설과 축제를 음악으로 표현한 레스피기의 로마 3부작은 음악 기행문으로서 리스트의 <순례의 해>와 더불어 서양 클래식 음악사에 독특하면서도 차별화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곡들인데 그래서 우리는 로마에 가보지 않아도 레스피기의 인도로 로마의 소나무와 분수도 보고 거기에 관련된 정경과 환영을 파노나마처럼 쫓아가면서 로마를 여행하게 된다. 관현악의 대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제자답게 레스피기는 말 한마디 없이(non diegetic) 로마를 소리로 생생하게 형상화하는 최고의 가이드다.고양시 교향악단의 다이내믹 클래식 콘서트 시리즈 IV, 사진제공: CNB뉴스, 김진부 취재본부장레스피기의 로마 3부작 중 <로마의 소나무>와 <로마의 축제>가 2부에 고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되었다. 곡의 규모와 인원 그리고 구성면에서 확실히 방대하고 완숙한 레스피기 음악의 대표작이다. 이런 대규모의 교향시를 연주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건 인원이다. 모차르트 같은 소규모 오케스트라의 곡보다 2배가 넘은 인원이 들어가고 다양한 타악기가 첨부되며 심지어의 발코니의 관악 밴드로 추가된다. 정단원과 곡과 형편에 따라 그때그때 투입되는 객원 연주자 간의 조화로운 앙상블을 혼합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끌벅적한 축제와 행진곡에서는 소리의 증폭으로 인해 디테일한 게 묻혀 간다. 하지만 레스피기 음악의 매력은 시적인 정서미와 섬세한 감각 그리고 지극히 이탈리아적인 우아함과 품위에 있다. 레스피기보다 더 직접적인 채색의 묘사의 작품이라 오늘 연주의 첫 곡이었던 베르디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에서 이런 이탈리아적인 색채와 농후했다.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에서는 정경적 표현과 오케스트라의 매혹적인 색채가 <로마의 축제>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의 장면과 색채가 기본적인 일련의 평면으로 환원되어 버렸다. 축제 안에 일어나는 다양한 군상의 모습과 소란스런움, 작은 움직임이 민중들이 집결한 거대한 광장의 집단(the mass)이었다. 고양시 교향악단의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파가니니는 불세출의 기교로 비르투오소 시대를 개창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이긴 하지만 일급 작곡가는 아닌 게 천만다행(?)이다. 파가니니 같은 희대의 인물이 베토벤이나 슈만의 수준으로 곡까지 썼다면 그건 너무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물론 파가니니에게는 이태리 출신답게 빼어난 장점이 있다. 바로 선율이다. 이태리 칸초네 풍 또는 벨칸토 오페라의 아리아 같은 느낌의 선율은 풍부하다. 하지만 콘체르토 같은 대곡은 선율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즉 그 선율을 담은 구조와 형식이 밑받침되어야 되는데 그런 점은 미비하다. 일급 퍼포먼스로 펼치는 진기명기, 화려한 쇼이다. 그런 파가니니의 초절 기교를 현 생존하는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중에 양인모만큼 구연할 수 있는 연주자도 없을 것이다. 양인모의 진기명기를 본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자 값진 시간이었다.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2015년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답다.수도권 지방 도시 내에서의 오케스트라나 합창단 등의 예술단을 운영하는데 한도가 있다. 도시의 경제력과 인구수, 인프라, 인구 대비 클래식 음악 향유층의 수, 시와 문화 재단에서의 재정 지원의 범위, 시의회와의 협의와 조율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해 볼 때 무대에 올리기 결코 쉽지 않은 대작인데 고양시 교향악단의 이런 '다이내믹'한 행보를 통해 고양시민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접하고 감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더구나 2018년 4번의 마스터피스 시리즈를 포함 올해인 2019년에 진행되고 있는 총 5번의 콘체르토 시리즈도 문태국, 신지아, 양인모 등 광범위한 팬덤을 소유한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신예 아티스트를 꾸준히 섭외, 고양시민들에게는 쉽게 접하기 힘든 레퍼토리와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한국 스타플레이어들을, 한국 클래식 음악계는 프로그램의 확산과 영 아티스트들의 연주 기회 및 매니지먼트 역할이라는 일거양득의 시간을 고양시 교향악단이 끌어가고 있다.올해로 고양시 교향악단의 계약기간 2년이 만료된다. 실로 2년이라는 시간은 문화예술에 있어 씨를 뿌리기에도 적은 시간이다. 가치창출 면에선의 예술은 촌각을 다투는 경쟁과 속도전이 아니고 적어도 한 세대가 지나야 한다. 고양시가 이제 다시 오케스트라를 공모하고 선발해서 장기간 음악과 예술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그래서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의 문구를 인용한다.새로운 과학적 진리는 그 반대자를 설득하고 그들에게 새로운 빛을 보여줌으로써 이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자가 멸종하고 새로운 세대가 성장하여 그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질 때에 비로소 승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