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왠지 방학동에 갈때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그 동네를 걸으며 맞는 비는 평온하지만 왠지 모르게 애잔하다. 근심이 없다는 뜻의 무수(無愁)골이 에워싸면서 세상의 모든 소리와 근심을 살펴본다는 관세음보살의 다른 호칭인 원통(圓通)에서 이름을 딴 방학능선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원통사를 찍고 내려오면 연산군의 묘가 쓸쓸히 자리를 잡고 있는 그곳, 거기에 한국문학의 대표적 자유시인이었던 김수영을 기리는 문학관에 며칠을 벼르고 다녀온 그날도 겨울비가 내렸다.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한달여를 휴장했던 김수영문학관이 거리두기
이십대 중반쯤 되었을 때, 육갑(六甲)을 볼 줄 아는 이가 나더러 한 말이 있었다. 한 마디로 딱 잘라 고독한 사주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뿐만 아니라 그 어느 누구에게도 덕을 볼 생각을 말고 오직 스스로 힘으로 살 궁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당시에는 안 듣느니 못한 찝찝한 점괘여서 그의 말을 깡그리 무시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 나이 되도록 살아보니 그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특히 외로울 고(孤)는 나를 상징하는 붙박이 단어가 되어 지금까지 따라다닌다. 나의 여가 활동 또한 고독한 팔자에 걸맞게 단독 산행으로 채워지고
북한산 국립공원 유감 2 – 사라지는 생명들 세월이 흐르면서 남아 주었으면 하는 것들까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나는 북한산과 도봉산을 삼십 년 이상 오르면서, 없던 길이 생기고, 계곡 형태가 바뀌는 걸 지켜봤다. 그러나 길과 계곡이 변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자연 생태 질서까지 무너지고 있는 현상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환경 변화에 민감한 조류들만 살펴보더라도 많은 종들이 사라졌고 현재도 사라지는 중이다. 조류 말고도 자주 접할 수 있었던 동물들의 모습이나 목소리들이 점차 뜸해지다가 아예 보거나 들을 수 없게 됐을 때
인간들이 무슨 권리로 자연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으나, 쓸모 있어야 보호 받고 쓸모없으면 퇴출 대상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들일 것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쓸모없음이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엇갈린 두 운명의 나무가 있다. 무수골 계곡 다래나무와 돌배나무가 그 주인공들이다. 도봉산 원통사에서 무수골 계곡을 내려가는 길 초입에 굵기가 어른 두 뼘 가까이 되는 튼실한 다래나무가 있었다. 그런데 국립공원 측에서 유해수종을 제거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일말의 숙고도 없이 밑동을 잘라 버렸다. 물론 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