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강 시인의 본명은 노정남이다. 강원도 원주 출생으로 2021 문학나무로 등단하고 2021년 시집 『나뭇잎 물고기』가 있다. 2022년 제6회 문학나무숲 시상을 '허난설헌' 외 3편으로, 2010년 제2회 여성조선 시 수필 문학상 공모전에서 '허공의 탄생'으로 시부문 수상한다. 현재 울산광역매일신문 필진이다. 고사목 살점 다 파먹어 버린 생선거꾸로 박혀 있다 바람이 그 사체를오랫동안 핥고 새 한 마리 깃들이지 않는저 오래된 뼈다귀 지리산 제석봉에 쓰러진미라의 몸통을 더듬어 보면 엇갈린 악수처럼 손에잡히지 않는 고사목의 손, 가만히
남과 북으로 나뉘어진 세계 유일의 민족 분단 국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이에는 다른 나라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용어들이 많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용어가 '비전향장기수'다.'비전향장기수' ....... 민족 분단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이 용어는 국가보안법,반공법, 사회안전법을 위반하여 7년 이상의 형을 복역하면서도 사상을 전향하지 않은 장기수를 일컫는다. 대부분 비전향장기수들은 20년 이상 감옥생활을 했다. 현재 생존해 있는 비전향장기수는 7명이다.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10명이었는데 몇년 사이에 3명이 세
부재구중 (斧在口中) 비가 내립니다.비님이 내리는 소리는 다양합니다. 초록 나뭇잎에 닿는 소리는 싱그럽습니다.장독대에 닿는 소리는 둔탁합니다. 사람의 목소리 색도 다양합니다.사람의 입속에는 도끼가 들어있다 합니다.입속의 도끼를 잘 다루어야 합니다. 어떤 이는 도끼가 날카로운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어떤 이는 도끼로 땔감을 만들기도 합니다. 비가 상대를 만나 이야기하는 소리가 사뭇 다르듯이사람들도 상대를 만나 도끼 날을 무디게 하면 좋겠습니다. 말에도 향기가 나는 까닭입니다.
2부 청춘예찬 13 그 시절 내 꿈은 저 하늘 무지개 시인별 시인 사랑 시인 지식 지혜 시인 교수 박사 시인나비 시인 새 시인 나뭇잎 시인 안개 구름 시인 물푸레 시인이 아니라 내 꿈은 거미 시인 농사꾼 시인이 땅에 머슴 시인 지게작대기 시인땅꾼 시인 양봉 시인 용접공 시인개소주 치킨집 시인 바가지 시인 똥파리 시인 배밀이 시인세느강 똥물 시인 자동차 정비공 시인 아파트 경비 시인공사판 질통 시인 질통 시인이 되고 나서도또 소주 한 종재기 시인 가자,복개천 시인 달동네 쪽방 시인 병신춤 시인 까마귀 시인이었건만 접었세라 이 땅에 끈
나뭇잎 가리개 / 김주선 프라하의 어느 길거리에서 소년 조각상의 성기를 움켜쥔 여인의 사진 한 장이 단톡방에 도착했다. 여행 중인 친구가 보내온 사진이었다. 설거지도 쌓아둔 채 아침드라마를 챙겨보던 여인들이 일제히 단톡방으로 모여들었다. 조각가 ‘밀로스 젯(Miloš Zet)’의 「청년(Youth)」이라는 작품이라는데 ‘프란츠 카프카’의 소년 시절의 모습이라는 둥 다녀온 사람마다 분분했다. 오래전부터 유럽에서는 내로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각상을 만들어 세우는 게 유행인 시절이 있었다. 관공서든 대학교든 길거리든 어디를 가나 흔하게
오월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보기만 해도 아름다운데 초록이 점점 짙어져싱그러움을 더하고햇살은 나뭇잎에 반짝입니다. 찔레꽃이 소박하게 피고장미꽃이 화려하게 핍니다만그 무슨 소용이랍니까?오월에 피면 그만이지. 소박한 사람도 사랑을 하고화려한 사람도 사랑을 하는누구나 다 사랑할 수 있는 오월입니다.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운 오월입니다.
대선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여러 후보들 중에서 결국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당초 출발부터 그랬지만 변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선에서 양당이 극심한 음해(네거티브)로 서로 돌팔매질하는 행태를 보면 조선시대의 망국적인 당쟁이 떠오른다. 국가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집단 사이에 논쟁은 자연스럽고 불가피하다. 그러나 당파의 이익을 내세우는 다툼이 합리적인 이성에서 벗어나면 더럽고 지저분해진다.조선시대 중종 때 기묘사화가 있었다. 당시 진보 개혁세력인 조광조와 신진 사림세력을 죽음으로 내몬
뿌리와 줄기 무시하는 일상이 활개치고곁가지 붙들고 몸부림치는 아우성에 우수수 나뭇잎 떨어진다나의 잘못은 로맨스고 당신의 잘못은 불륜인 세태정치는 점점 코메디가 되어 배꼽잡으며 구경하느라시나 소설은 한 개도 재미 없다연예인과 정치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기득권 지키려는 사악이 정의가 되는 세상힘들고 어렵게 무수한 피 흘리며 군부독재 끝냈더니군인이 있던 자리 검찰이 대신하여 검찰독재 하겠다네없는 죄는 만들고 있는 죄는 없애는선택적으로 수사하고 선택적으로 기소하는무소불위 권력 괴물 공룡이 된 검찰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등에 칼을 꽂
3. 왕제 무(武) 날이 밝았다. 언제 폭우를 퍼부었느냐 싶게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하대용은 일찌감치 일어나 수하 중에서 무술도장의 사범으로 있는 말 잘 타는 추수(秋手)를 불렀다. 상단의 장정들에게 무술을 가르치는 도장이 하가촌에서 조금 떨어진 압록강변에 있었는데, 간밤에 호자무를 시켜 몰래 그를 자택으로 불렀던 것이다. “너, 급히 책성에 좀 다녀와야겠다. 촌각을 다투는 일이니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될 수 있으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뒷문으로 빠져나가거라.”하대용은 새벽에 일어나 하대곤에게 쓴 서찰 하나를 추수에게
뜨거웠던 여름 서늘히 식어가고병걸려 죽거나 굶어 죽거나 잔혹한 시간을 강요하는 코로나19이제는 함께 살아가야 하는 바이러스반려견 '구름'이와 함께 걷는 산길산모퉁이 돌 때마다 한움큼의 추억이 떨어지고또 한 해의 가을이 깊어가네적폐청산 평화 번영 통일 촛불의 꿈은 아득해지고생존을 요구하는 피켓들이 아우성치는구나콩 한쪽이라도 서로 배려하며 나눠먹으면 좋으련만누구는 죽이고 누구는 살리는 선택적 권력이 난무하고물어뜯고 할퀴고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이 인기를 모으며낙엽처럼 돈이 마구 뒹구는 세상울긋불긋 단풍같은 자본주의가 춤추는데생을
[고정숙 한자교실] 박탈(剝奪) 최근 청와대가 1995년생, 박성민 前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1급 상당의 청와대 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을 두고 2030세대가 박탈감닷컴을 만들어 불만을 표출하는 등,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오늘 한자교실에서는 剝奪을 파자로 알아보겠다. ‘剝’ 자는 나무에서 껍질, 또는 나뭇잎에서 색을 추출해 옷감에 물들이던 옛날 풍속을 연상하면 된다. 칼 도(刀)가 글자 오른쪽에 자리할 때는 칼날을 세운 모습으로 자형이 [刂: 선 칼도 방] 변형돼서 쓰인다. ‘奪’ 자는 큰 대
흔들리는 언어- 마혜경 바닥을 정하고 높이 올라간다지붕이 필요 없는 바닥은 바닥만으로 집을 짓는다높이 올라간 재료들은 높다고 떨어지거나 굴러가지 않는다집을 짓는다는 마음이 집을 짓는다빙 둘러 벽을 세우면 속을 파낸 집이 된다 햇살이 잠시 지붕이 될 때가 있다그때 바람은 햇살을 가지런히 빗은 후집주인의 표정에따라 꿈을 조금 더 연장한다그 집에는 주로 나뭇가지를 닮은 발들이 잠을 자는데새집증후군이 없으니 두통이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른다 다만 챙겨야 할 것이 있다잠버릇이 심해 떨어져도설령 그것이 꿈일지라도저희로서는 책임질 수 없습니다,에
회화나무 그늘 아래서 양태철 아버지 흰 두루마기 입고 헛기침하며쉴 곳을 찾았다는 듯이 회화나무 그늘 아래 서 계신다맑고 큰 눈빛에선 무수한 나뭇잎 맥처럼불빛이 흔들리고 살점 없이 앙상한 나뭇가지는 지쳐 보인다회화나무 한 채로는 집이 너무 좁은 것인지아버지, 낙타처럼 푸르르 잎사귀로 몸을 털 때마다열매들이 떨어져 내린다 잎사귀마다 멍이 든 상처들을 몸 밖으로 밀어낼 생각으로회화나무 한 그루 속으로 걸어 들어간 아버지의 생,도도한 앞 그림자 짙어갈수록순례이든 고행이든 내가 따를 수 없는넉넉한 내 아버지 이름 아래회화나무는 온데간데 없고
왜 그렇게 늦게 연락을 주었는지 어제는 감꽃이 지기 시작하더니초가을 바람이 벌써 한차례 비를 몰고 가는구나저녁엔 스산해서 한 잔 소주로 목을 달랬다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놓아두고그렇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이 저녁을꾸려가야 하는 것인가연락은 한차례 내리는 비처럼 왔다 갔다감이 발갛게 익어가는 모습을 차마보지 못하겠다- 저녁에 全文어제 밤에는 K와 전화로 긴 얘기를 했다. 파주 지역 가톨릭 연령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작년 연말부터 어제까지 여덟 명의 장례를 치렀다고 했다. 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많은 노인들이 사망해서 병원마다 영안실이
경기도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진행 중인 ‘숲속 공장 조성 추진 사업’이 지난해 말까지 도내 121개 사업장에 나무 7만1,864그루를 심었다. 2019~2020년 목표치 2만4,372그루의 294%를 달성했다.‘숲속 공장 조성 추진 사업’은 사업장 주변 유휴부지에 공기정화 효과가 큰 소나무, 삼나무, 잣나무, 전나무 등을 심어 미세먼지를 줄여 대기질을 개선하고 쉼터 공간을 확대하는 사업으로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진행된다.도는 2019년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포함한 도내 121개 기업과 ‘숲속공장
길을 잃고 헤매는 꿈을 자주 꾸게 된 것은 1963년 5월 5일에 몇 시간 동안 미아가 되었던 일만 원인이 아닌 듯하다. 거기에는 더 근본적인 무엇이 작용하는 것 같다. 우선,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 슬하를 떠나서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겨 다닌 사실과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악몽 같은 학교생활도 거기에 포함되는 것 같다. 그 와중에도 ‘어린이 노래자랑’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계동집 이층 큰 방 라디오의 다이얼을 맞춰서 듣기도 했고, 책가방을 메고 라디오 가게 앞을 지나다가 한참 서서 듣기도 했다. 라디오 무대에 나온
멜로드라마-마혜경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장갑을 벗고 눈을 비빈다소맷부리도 액정을 닦는다흐린 정경이 소매 끝에 붙는다 왼발 뒤꿈치에 나뭇잎이 붙어있다오른발로 밟고 왼발을 든다나뭇잎이 오른발에 붙는다집게로 누르고 오른발을 든다나뭇잎이 집게에 붙는다 넌 의지가 약한 게 흠이야뭐든 잡고 늘어지는 버릇, 나무를 꽤나 흔들었겠어얼마나 홀가분했을까 너의 추락을 모의하는 동안 나뭇잎은 말이 없다할 말을 달라붙는 일에 모두 소모했으므로나뭇잎은 손을 만나 추락한다발을 향한 추락은 추락이 아니다 흐린 정경이 눈동자에 붙는다핸드폰에 담아 주머니에 넣
나와 생각이 같지 않으면 나의 적우리와 입장을 같이 하지 않으면 국민의 적국민은 그저 다소곳이 그냥 있는데너도나도 편리하게 마구 국민을 끌어들인다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아전인수 주장이 하늘을 찌르고열사의 뜻을 받들자면서 열사의 생전 일자리를 파괴하는 모순확증 편향 혹은 편견에 갇혀 있는 단체조직에 충성하는 괴물 권력에 휘둘리는 선출 권력진실과 정의 팽개치는 패악과 함께하는 기득권합리적으로 생각하고 공정하게 판단할 겨를 없는 나라빨리빨리 얼른얼른 냄비 달궈지듯 팔팔 끓는 민심벌겋게 달아올랐다가 기억도 하기 전에 식어
질투를 부르는 데이트- 마혜경 토요일 오후였죠 3시를 조금 넘은송도 거리는 신발들로 간지러웠고적당히 소름 끼쳤죠발길 따라 낙엽들의 이정표가 바뀌고어떤 구름은 못 본 척합니다 볼수록 예쁜 건 너 하나뿐.그들의 대화는그가 그녀의 어깨에서 나뭇잎을 하나를떼어내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 순간이 너무 달달해서나무는 화가 났어요홀로 엿듣다 질투가 났답니다
망아지를 껴안아주고울분을 토하며 성명서를 낭독한 어제를 뒤로 하고오늘은 반려견 구름이와 눈감아도 떠오르는 산길 걷는다굽이 돌 때마다 한움큼의 추억이 떨어지고뜨거웠던 시간 서늘히 식으며코로나19 긴 터널 가을이 깊어간다생존의 피켓들은 과거에도 모였고 지금도 모이는구나콩 한쪽이라도 서로 배려하며 나눠 먹으면 좋으련만낙엽처럼 돈이 소진되는 거리과로를 견디지 못한 택배 노동자가 죽어가고울긋불긋 단풍같은 자본주의가 춤추는데거룩하게 마감하는 생명들이 우수수 떨어진다누구는 죽이고 누구는 살리는 현실의 아귀다툼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