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서정으슬으슬 몸살 기운이 돈다. 재채기가 나는 걸 보니 고뿔까지 들려나 보다. 때가 때인지라 서둘러 피로회복제 한 알과 쌍화탕을 데워 마셨다. 온몸에 약발이 도는지 낮부터 졸음이 쏟아진다. 이재무 시인은 십일월을 가리켜 의붓자식 같은 달이라 했던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허드레 행사나 치르게 되는 달이라고. 하지만 긴 겨울나기를 준비하느라 아버지는 가장 분주했다. 부엌을 고치고 굴뚝을 소제하고 측간을 비워야 했다. 모든 채비가 허드렛일이 아니었다. 상달은 일꾼의 새경을 치르고 도지를 정산하는 달이기도 했다. 농부의 빈손에
낮보다 긴 밤은 눈물겨웠다격리된 날들의 외로움은 눈덩이처럼 커진다멈춰선 일상 때문에 휴업 시작한 날의 아득함일은 하지않아도 칠십프로의 임금은 주고받아야 하는데유동성이 가로막혀 근심 가득한 나날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있다는데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고도모자라는 운영자금은 또 어떻게 구해야하나새로운 근심만 커진다아프게 오는 봄이지만 봄은 달려와분분한 마음 바람결에 흩날린다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산촌의 계절은 도시보다 늦어봉오리 터뜨리지 못한 봄꽃들수줍어 수줍어 속살 드러내지 못할 때꿩~꿩 하늘 찢는 고함지르며장끼와
북한산 국립공원 유감 2 – 사라지는 생명들 세월이 흐르면서 남아 주었으면 하는 것들까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나는 북한산과 도봉산을 삼십 년 이상 오르면서, 없던 길이 생기고, 계곡 형태가 바뀌는 걸 지켜봤다. 그러나 길과 계곡이 변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자연 생태 질서까지 무너지고 있는 현상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환경 변화에 민감한 조류들만 살펴보더라도 많은 종들이 사라졌고 현재도 사라지는 중이다. 조류 말고도 자주 접할 수 있었던 동물들의 모습이나 목소리들이 점차 뜸해지다가 아예 보거나 들을 수 없게 됐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