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 시인을 추모하는 '제17회 종삼음악회'가 오는 24일(토요일)에 개최된다.김종삼 시인의 탄생 101주년을 맞아 개최된 이번 종삼음악회는 '누구인가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다니는 새벽'이라는 부제로 열리며 24일 오후 3시, 서울시 마포구 드빗시 산장에서 열린다.김종삼 시인은 1953년 시 '원정'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 작품을 통해 한국 순수시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봉건·김광림과 함께 시집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를, 문덕수·김광림과 함께 시집 '본적지'를 펴냈다. 대표작으로는 '북치는 소년', '묵화', '민
여백과 잔상의 시인 김종삼의 작품들이 캘리그라피로 다시 태어났다. 『캘리그라피로 읽는 김종삼-내용 없는 아름다움』은 캘리그라피 작가 오민준씨가 김종삼의 시들을 캘리그라피로 재현한 작품집이다.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아름답게 쓰다'는 뜻으로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아름다운 상형문자”라고 불렀다. 김종삼과 오민준이 만나는 곳도 바로 이 지점이다. ‘아름다움’이라는 미학적 세계에서 두 장르와 두 매개체, 그리고 두 예술가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 오민준은 상호 텍스트의 관계에서 볼 때 김종삼의 독자였다가 작가로 변신하
연신내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출발하려는 순간 아주머니 두 분이 버스를 우악스럽게 붙잡고 은평한옥마을행이냐고 물어봤다. 기사의 맞다는 대답과 함께 탑승한 두 분의 수다와 호들갑,극성,주접은 '혹시 저분들도 한옥마을 내 종삼음악회에 가나'하는 두려움과 한숨이 절로 나왔다. 처음 가보는 장소와 행사다 보니 어떤 분들이 오시는지 감이 안 잡혔지만 머릿수 채우기에 동참하려고 북한산 기슭까지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게 아니기 때문에 기왕이면 시와 문학이 어우러진 격조 높은 시간이길 바라는 소망이었다.한옥마을에 내리니 서울 도심과는 비교
―한 모퉁이는 달빛 드는 낡은 구조(構造)의 大理石(대리석). 그 마당(寺院) 한 구석―잎사귀가 한잎 두잎 내려앉았다.-김종삼 ‘주름 간 大理石’ 전문▲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가 1971년에 녹음한 드뷔시 『영상』. 모노 시대 음반은 발터 기제킹의 연주를 첫손으로 꼽는다. ⓒ박시우김종삼이 드뷔시를 통해 추구한 시의 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인상파의 기법을 시작에 도입한 것입니다. 소리와 색채, 사물의 움직임을 음악으로 표현한 인상파처럼 김종삼의 시 곳곳에는 드뷔시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와 연관된 대표적인 시는 『현대문학』 1960년 11월호에 발표한 ‘주름 간 대리석’을 비롯해 ‘뾰죽집’ ‘북치는 소년’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주로 짧은 시에 집중적으로 나타납니다.이 시는 드뷔시의 피아노 작품 『영상』 제2집 중 제1곡 잎사귀를 스치는 종소리, 제2곡 황폐한 사원에 걸린 달이 연상됩니다. 첫 행에 문장부호 줄표를 표기한 것은 과감하게 생략한 전제를 환기시킨 의도로 보입니다. 줄표 너머는 언어로 포착하기 어려운 세계이면서 절제된 음악의 감흥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줄표를 문장부호가 아닌 악보의 덧줄로 해석하면 새로운 세계가 보입니다. 이 덧줄은 5선의 범위에 담을 수 없는 이미지를 함축시킨 김종삼의 음표이자 시 전체를 음화(音畫)로 바꾸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경우 ‘주름 간 大理石’은 인상파 기법으로 쓴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 됩니다.인상파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드뷔시의 피아노 독주곡은 『영상』 말고도 『전주곡』이 있습니다. 제1·2집 총 6곡이 수록된 『영상』과 제1·2권 총 24곡으로 구성된 『전주곡』의 특징은 첫째, 개별 곡들의 연주시간이 짧게는 2분대에서 길게는 6분대인 소품이라는 점 둘째, 개별 곡마다 시의 제목 같은 부제가 달려 있는 점 셋째, 음향과 회화 이미지로 가득 찼다는 점입니다. 『영상』에 비해 수록된 곡이 많은 『전주곡』에도 ‘들을 지나는 바람’ ‘소리와 향기가 저녁 대기 속에 감돈다’ ‘서풍이 본 것’ ‘아마빛 머리의 소녀’ ‘달빛 쏟아지는 테라스’ 등 시적 분위기가 넘치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한 老人이 졸고 있었다몇 그루의 나무와 마른 풀잎들이 바람을 쏘이고 있었다 BACH의 오보의 主題가 번지어져 가고 있었다 살다 보면 자비한 것 말고 또 무엇이 있으리갑자기 해가 지고 있었다-김종삼 ‘留聲器’ 전문김종삼 시인이 1974년 3월 『현대시학』에 발표한 ‘유성기’입니다. 김종삼은 일본 유학 시절과 해방 후에는 한동안 유성기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축음기라고도 하는 유성기는 음색이 따뜻하고 고풍스럽지만 잡음도 많이 끓었습니다. 지글거리는 유성기 소리는 빗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천식을 앓는 노인의 잔기침 같기도 합니다.이
스와니 江가엔 바람이 불고 있었다스티븐 포스타의 허리춤에는 먹다 남은술병이 매달리어 있었다날이 어두워지자그는앞서 가고 있었다영원한 江가그리운스티븐-김종삼 ‘스와니 江’ 전문동아일보 1973년 7월 7일자 신문에 발표한 시입니다. 김종삼은 서양 고전음악 못지않게 미국 민요 작곡가 스티븐 포스터의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포스터 민요에는 흑인 노예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데다가 빈곤과 고독 속에서 3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포스터의 생애가 김종삼의 감성을 사로잡았을 겁니다.김종삼은 사춘기 때 포스터의 노래를 듣고 짙은 감상에 빠져들었다
잔잔한 성하(聖河)의 흐름은비나 눈 내리는 밤이면더 환하다.-김종삼 ‘성하’ 전문『문학과지성』 1977년 봄호에 발표한 시입니다. 고백하건대 한동안 성하(聖河)를 성하(星河)로 오독한 적이 있습니다. 원문 그대로 성하(聖河)로 이해하면 신앙심과 연결된 성스러운 강물이나 삶과 죽음을 가르는 고대신화와 불교에 나오는 강으로 볼 수 있습니다.그러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저는 성하(星河)로 착각하고 은하수 이미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시의 내용이나 분위기가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느껴서 그랬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았지만, 성하(聖河)와
새 한 마린 날마다 그맘때한 나무에서만 지저귀고 있었다어제처럼세 개의 가시덤불이 찬연하다하나는어머니의 무덤하나는아우의 무덤새 한 마린 날마다 그맘때한 나무에서만 지저귀고 있었다-김종삼 ‘한 마리의 새’ 전문또 언제 올지 모르는또 언제 올지 모르는새 한 마리가 가까이 와지저귀고 있다이 세상에선 들을 수 없는고운 소리가 천체에 반짝이곤 한다나는 인왕산 한 기슭납작집에 사는 산 사람이다-김종삼 ‘새’ 전문김종삼 시인은 새를 주제로 두 편의 시를 남겼습니다. 1974년 9월 『월간문학』과 1977년 1월 『심상』에 발표한 시들입니다.김종삼
여러 날 동안 여러 갈래의 사경을 헤매이다가살아서 퇴원하였다.나처럼 가난한 이들도 명랑하게 살고 있음을다시 볼 수 있음도익어가는 가을 햇볕과초겨울의 햇볕을 즐길 수도 있음도반갑게 어른거리는옛 벗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음도主의 은총이다.-김종삼 ‘오늘’ 전문1983년 1월 『여성중앙』에 발표된 시입니다. 김종삼 시인이 병원에서 퇴원하고 쓴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 무렵 김종삼은 오랜 폭음으로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습니다. 종삼은 술을 먹으면 죽는다는 불치의 지병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마시겠다고 한 술
예수는 어떻게 살아갔으며 어떻게 죽었을까죽을 때엔 뭐라고 하였을까흘러가는 요단의 물결과하늘나라가 그의 고향이었을까 철따라옮아다니는 고운 소릴 내일 줄 아는 새들이었을까저물어가는 잔잔한 물결이었을까-김종삼 ‘고향’ 전문김종삼은 1973년 3월 『문학사상』에 이 시가 들어간 산문 을 발표합니다. 종삼은 가브리엘 포레의 에서 영감을 받아 이 시를 썼지만, 비하가 섞인 ‘넋두리’라고 말합니다. 신의 존재를 믿지 못하는 종삼은 예수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을 억누를 수 없다고 고백합니다.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밝힌
두이노城(성) 안팎을 나무다리가 되어서다니고 있었다 소리가 난다 간혹 죽은 친지들이 보이다가 날이 밝았다 모차르트 銅像(동상)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에게 인간의 죽음이 뭐냐고묻는 이에게 모차르트를 못 듣게 된다고모두 모두 平和(평화)하냐고 모두 모두-김종삼 ‘對話(대화)’ 전문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리노스는 오르페우스와 더불어 음악의 신입니다. 헤라클레스에게 음악을 가르치다가 재능을 질투한 아폴로에게 요절을 당합니다. 에 리노스가 나오는데, 릴케는 리노스의 죽음이 허무한 현세를 음악으로 바꾸어놓아 황홀과 위로,
一八六五년 와이오밍 콜라우드산(山) 아래 뙤약볕 아래망아지 한 마리맴돌고 있다마부리 주었던 장신구(裝身具) 딩굴었다 흩어졌다 없어졌다다 죽었다 깔라꾸라 마부리 까당가 살았다 날마다 날개쭉지 소리 거칠다머얼리서 반짝일 때가 있다넓은 천지(天地) 호치카 먹는다-김종삼 ‘샤이안’ 전문김종삼은 아메리카 인디언의 한 부족인 샤이엔에 대한 시를 몇 편 남겼습니다. 샤이엔은 백인과 맞서 싸웠던 용맹한 부족이었습니다. 시에 나오는 1865년은 남북전쟁이 끝나고 본격적인 인디언 사냥이 시작된 상징적인 해이기도 합니다. 미국 중서부 대평원은 샤이엔
세자아르 프랑크의 음악(音樂) 은야간(夜間) 파장(波長)신(神)의 전원(電源)심연(深淵)의 대계곡(大溪谷)으로 울려퍼진다 밀레의 고장 바르비종과그 뒷장을 넘기면암연(暗然)의 변방(邊方)과 연산(連山)멀리는내 영혼의성곽(城廓)-김종삼 ‘최후(最後)의 음악(音樂)’ 전문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세자르 프랑크(1822~1890)스테판 말라르메(1842~1898)클로드 드뷔시(1862~1918)모리스 라벨(1875~1937) 잘 아시겠지만 19세기 프랑스 예술의 주요 인물로 김종삼 시인에게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종삼
아뜨리에서 흘러 나오던루드비히의주명곡(奏鳴曲)소묘(素描)의 보석(寶石)길…………………………한가하였던 창가(娼街)의 한낮옹기 장수가 불던단조(單調)-김종삼 ‘아뜨리에 환상(幻想)’ 전문김종삼은 그림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여러 편의 시에 그런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아뜨리에는 종삼에게 동경의 공간입니다. 그 음악은 아뜨리에의 이젤에서 그려지는 소묘의 세계를 환상으로 인도합니다. 루드비히는 베토벤을, 주명곡(奏鳴曲)은 기악곡의 소나타를 말합니다.그러나 종삼의 두 눈은 어느 한가한 창가(娼街)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한 귀퉁이꿈나라의 나라한 귀퉁이나도향한하운 씨가꿈속의 나라에서뜬구름 위에선꽃들이 만발한 한 귀퉁이에선지그믄트 프로이트가구스타포 말러가말을 주고받다가부서지다가영롱한 날빛으로 바뀌어지다가-김종삼 ‘꿈속의 나라’ 전문구스타프 말러는 죽기 1년 전인 1910년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를 만납니다. 평생 이방인으로 살아온 절망감, 수시로 엄습해오는 심장병과 죽음의 공포, 어린 딸의 죽음, 19살이나 어린 젊고 아름다운 아내 알마에 대한 집착 등이 말러를 괴롭혔습니다.말러는 프로이트에게 깊은 비극과 가벼운 즐거움이 서로 뗄 수 없이
5월은 어린이, 어버이, 부부, 성인 등 유독 가족과 밀접한 날이 많습니다. 한 존재가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달이라고 할까요. 그 가운데 ‘남’이지만, 가족보다 더 가까울 수 있는 스승을 기리는 날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지난주 썼던 글인데, 늦었습니다. 오늘만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넋두리를 할까 합니다.사람답게 살라고, 그리스도를 따르라고, 기자 정신 잊지 말라고, 세상은 이런 것이라고 가르치셨던 스승님들이 떠올라 스승의 날 새벽녘부터 잠 못 이뤘습니다. 아마도 그분들 가르침대로 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분들에게는 스
[미디어피아] 안치호 기자= 종삼포럼(대표 이민호)은 6월 8일 부산광역시 서면에 있는 소민 아트홀에서 ‘독자와 함께하는 부산의 전쟁, 상처 그리고 치유의 문학’을 주제로 한국 전후 문학의 요람으로 자리했던 뜻을 되새기는 ‘제12회 종삼 음악회 부산캠프’를 개최한다.‘제12회 종삼 음악회 부산캠프’는 종삼포럼 주최, 부산작가회의 주관으로 열린다. 제1부에서 ‘소리 나지 않는 완벽’을 주제로 음악회가, 제2부에서 ‘부산의 전쟁, 상처 그리고 치유의 문학’을 주제로 토크콘서트가 진행된다.종삼포럼은 김종삼 문학사상의 함양과 공유를 위해 2016년 3월 19일 출범했다. 현역 문인, 일반 대중, 연구자가 함께하는 새로운 형식의 시와 문화공동체로서 21세기 한국문학이 지향해야 할 다양한 담론과 대화의 장을 지속해서 마련하고 있다.종삼포럼은 “부산은 김종삼을 비롯해 많은 한국 문인들이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섰던 치유의 공간으로 특히 전봉래 관련 김종삼의 시는 전쟁 때 부산이 주요 배경이고 그 외 그의 시에 나타나는 죽음의 이미지는 부산에서 착상됐다”며, “한국 전쟁은 과거 완료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며 또한 미래완료형이라는 의미에서 치유의 공간으로서 부산 문학이 새롭게 조명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제1부는 ‘소리 나지 않는 완벽’이란 주제로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삶의 평화를 갈망했던 김종삼 시인의 시와 관련 음악 감상을 한다. 김종삼의 시 ‘십이음계의 층층대’, ‘문짝’, ‘지(地)-옛 벗 全鳳來에게’, ‘민간인’과 더불어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 레스피기(Respighi), 바흐(J.S.Bach), 브람스(Brahms)의 음악을 준비했다. 시 해설은 이민호 시인, 음악 해설은 박시우 시인이 맡고 박인 소설가, 방민화 문학평론가, 이명희 시인이 시 낭송을 한다.제2부는 ‘부산의 전쟁, 상처 그리고 치유의 문학’을 주제로 부산지역 문인들의 토크 콘서트를 진행한다. 정 훈 문학평론가의 사회로 강영환 시인, 김수우 시인, 이상섭 소설가, 이정임 소설가의 대담이 이루어지며 조말선, 정익진, 신정민 시인의 시 낭송 등 부산 지역 문학을 지키고 있는 부산작가회의(회장 이상섭) 소속 문인들과 함께한다.이상섭 부산작가회의 회장은 “부산에서 ‘독자와 함께하는 부산의 전쟁, 상처, 그리고 치유의 문학’이라는 종삼 음악회를 열게 된 것은 부산과의 인연 덕”이라며, “시인이 좋아했던 음악과 시로 아픈 마음을 위로받고 치유 받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종삼포럼은 ‘독자와 함께하는 부산의 전쟁, 상처 그리고 치유의 문학’을 주제로 ‘제12회 종삼음악회 부산캠프’를 개최한다(자료 제공= 종삼포럼).
머지않아 나는 죽을 거야산에서건고원지대에서건어디메에서건모짜르트의 프루트 가락이 되어죽을 거야나는 이 세상엔 맞지 아니하므로병들어 있으므로머지않아 죽을 거야끝없는 평야가 되어뭉게구름이 되어양떼를 몰고 가는 소년이 되어서죽을 거야-김종삼 ‘그날이 오며는’ 전문김종삼은 '그날이 오며는'에서 자기 죽음을 한편의 그림일기처럼 그리고 있습니다. 산에서나 고원에서나 모차르트의 플루트 가락이 될 거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세상에 맞지 않고 병들어 있기 때문이며, 그날이 오면 끝없는 평야나 뭉게구름, 목동이 되어 죽을 거라고 고백합니다.이 시가 『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청계천변(川邊) 십전균일상(十錢均一床) 밥집 문턱엔거지 소녀가 거지 장님 어버이를이끌고 와 서 있었다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태연하였다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십전(十錢)짜리 두 개를 보였다-김종삼 ‘장편(掌篇)․2’ 전문 1975년 9월 『시문학』에 발표된 김종삼의 시 '장편(掌篇)․2'를 숙독하다 보면 거지 소녀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밥집 주인의 고함에도 물러서지 않는 소녀의 자세는 의연합니다.생일을 맞은 장님 어버이에게 밥 한 끼 대접하려고 동냥으로 얻은 돈을 내미는 소녀의 이야기는 일제 식민
아버지는 한밤중에 깨어나서 산동네 오막살이 지붕 위로 올라갔습니다. 낡은 기와지붕 옆에 작은 장독대가 있었지요. 컴컴한 밤이면 장독대로 올라가는 사다리에서 삐꺽 대는 발소리가 들리곤 했어요. 아버지는 술에 취해 몽유병에 걸린 사람처럼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았죠. 그러다 술이 깨면 라산스카가 부른 노래를 흥얼거렸죠. 사랑스러운 애니로리. 아버지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라산스카를 좋아했습니다. 담배를 한 대 피운 후 또 낮게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죠. 엄마와 제 동생은 이불 속에 누워 자는 척하지만, 코와 귀는 열려 있으니까요.라산스카는